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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10, 바닥을 둘러보고 쉽게 놓지 마라

예로부터 해로움은 은혜 속에서 싹트나니

前集_010. 바닥을 둘러보고 쉽게 놓지 마라 

  

예로부터 해로움은

은혜 속에서 싹트나니,

일이 순조로울 때에

모름지기 잊지 말고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실패한 뒤에 오히려 성공할 수도 있나니,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여

서둘러 손을 놓고 포기하지 말라. 


恩裡, 由來生害. 故快意時, 須早回頭.

은리, 유래생해. 고쾌의시, 수조회두.

敗時, 或反成功. 故拂心處, 莫便放手.

패시, 혹반성공. 고불심처, 막변방수.  

010.回頭放手

010.회두방수


[차인 생각] 

머리를 돌려 주위를 살핀다. 겸손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베푸고 주는 일에 앞뒤가 없다지만 받는 일에 쉽게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한다. 누군가 내게 조그만 호의라도 전해 온다면 그것은 업을 짓는 일이다. 그동안 공을 쌓았기에 찾아온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 두고두고 갚아야 할 빚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구렁이 앞에 나타나 날 잡아먹으라고 턱 하니 서 있는 두꺼비처럼’ 내팽개칠 수 없는 노릇이니 괴롭다. 그러니 은혜로움에 파묻혀 심하게 우쭐해지는 것을 경계한다. 화를 자초할 일이다. 베푸는 일 역시 우쭐해야 할 요소가 전혀 없다. 더욱 정성스러워야 한다. 차를 내어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일이 그렇다. 좋은 차를 나누는 자리에 팽주가 더욱 자신을 낮춰야 하는 이치다. 이 좋은 찻자리를 빛내 준 분들이니, 하염없이 나를 낮춰 공양할 일이다. 차를 따르면서 ‘고맙습니다.’로 마음을 다스린다. 그리하여 주고받음의 경계를 허문다. ‘내가 주었고 너는 받았다. 네게 받았으니 나도 준다.’의 세계를 허문다. 일상의 주고받는 일에서 저만치 멀어지게 한다. 들뜰 때 바닥 앞에 놓였음을 떠올리고 쳐져 있을 때 바닥을 차는 꿈을 꾸고, 그러한 순환의 경지에 나를 둔다면, 지독하게 유쾌한 일도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어려운 일도 없게 된다.

  

2011년 2월 19일.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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