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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Dec 18. 2022

팀장님에게 보고할 때 완벽하려고 하지 마세요

팀원과 팀장 입장 둘 다 알려드릴게요

운동이나 책 주제 외에 회사 관련 글을 쓰는 건 1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하며 겪었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몇 가지 알려주고자 기록을 하기 위해서다. 6년은 팀원~대리급으로 나머지 3년 반 정도는 팀장으로 일을 하며 내가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 내가 아무리 완벽하게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남들 눈에 나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답이 있는 계산이나 단순 업무 외에 최근의 회사 업무 행태는 정답이 없이 무언가를 기획하거나 일을 만들어내야 하거나 창작을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하물며 보고서를 만들어 오라고 해도 보고서의 형태는 정해진 게 없지 않은가? 정답이 없는 일은 과반수가 합의를 할 때가 정답이다. 혹은 결정권자가 OK사인을 하게 될 때이다.



팀원이라면,


처음부터 완벽한 걸 만드려고 하지 마세요.

일단 초안을 만들어 본다. 그냥 노트에 끄적인 것이든 PPT에 목차만 적은 것이든 손그림으로 대충 그린 디자인 시안이던지 말이다. 하찮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업은 앞으로 이 사람이 완성할 작업물의 방향성을 80% 이상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라도 보고해야 할 당사자에게 가볍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회의실까지 잡고 무겁게 보고하는 게 아니라 커피 타임이나 잠시 쉬는 시간에 가볍게 의견을 구하는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보고해야할 대상이 잘 되어가냐고 먼저 물어보기 전에 의견 구하는 것을 추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걸 주저하지 마세요.

나는 디자이너라서 주니어 시절엔 내가 창작한 그 작업물들이 폐기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며칠을 걸려 작업한 디자인 시안이 선택되지 않으면 내가 선택되지 않은 것 같은 자괴감이 몰려오기도 하고 분해서 울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작업물에 집착을 버리고, 헷갈리는 점이 있으면 항상 이 작업물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귀담아듣곤 했다. 대체로 사람들이 보자마자 해주는 이 피드백이 직관적이고 맞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필요한 건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겁내지 말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탕으로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기존보다 훨씬 나아진다.


고집을 버리고, 프로젝트를 나와 동일시하지 마세요.

"그냥.. 음.. 안 예쁜데요?" "이전 버전이 더 나은데요?" 등.. 다양한 피드백을 듣다 보면 상처가 되기도 하는데 애매하게 말하는 피드백을 들었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 점이 별로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길 바란다. 그런 이유를 듣다 보면 주관적으로 별로라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별로라는 것인지 의견을 필터링해서 듣는 노하우도 생길 것이다. 모든 의견을 다 들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이 개선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들어도 충분하다. 그러면 이제 피드백을 모아보고 나의 작업물을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업물을 나와 동일시하지 마세요. 나는 나고, 이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수정될 일일 뿐이니까요.




팀장이라면,


나도 팀장이 되고 나서 팀원들이 하는 일들에 대해 피드백을 줘야 할 땐 참 난감할 때가 많다.

나도 지나온 길이고 경험했기 때문에 작업물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충 했는지, 하기 싫었는지, 방향성이 잘못되었는데 본인은 모르는지.. 보통은 2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작업물을 보자마자 아래와 같이 생각이 든다. 팀장은 팀원이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다 보인다.. 솔직히 구라 아니고 진짜다. 그들의 참여도가 높든 낮든 처음부터 꾸짖기만 하면 안 되므로, 숨을 고르고 유형에 따라 대처한다.


'왜 이렇게 했지..?'

: 방향성이 완전히 어긋났을 때

-> 왜 이렇게 작업했는지 되물어본다.


'일하기 싫었나..?', '이게 작업한 거야?'

: 고민한 흔적이 하나도 안 보일 때

-> 참고한 레퍼런스가 어떤 거예요?


그리고 다시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준다. 잘못된 방향성엔 나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주고, 고민한 흔적이 없는 경우엔 레퍼런스를 공부하게 하고 적용할 수 있게 조언한다.


물론.. 팀장들은 알겠지만 모든 팀원이 이 피드백을 귀담아듣고 반영하지는 않는다. 이때 팀장은 생각한다. 이 팀원이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팀장의 피드백을 듣고 그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나의 피드백(다른 의견)을 듣고 다르게 좀 더 확장해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융통성과 발전성)이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팀원이 있기도 하고 아닌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90% 이상 퇴사를 하게 된다. 자신과 맞지 않는다, 자꾸 부딪힌다, 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렇게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로 본인이 맞았던 일이 얼마나 있었는가? 되돌아보면 생각보다 내 뜻대로 진행된 경우는 거의 없고, 회의와 수많은 수정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면 참여율 100%라고 기재된 것들이 있는데 이건 순전히 거짓말이다.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본인이 1인 회사이거나 순수 창작물을 제외하고 말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처음부터 완벽할 거라는 자만은 잠시 접어두세요. 팀원분들이 처음부터 잘하지 못 한다고 훈수부터 두려 하지 마세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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