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 엄마
4월이 되니 날이 따듯해져 너와 산책을 매일 나가게 되었어. 특히 옷차림이 가벼워져서 옷도 한 두 벌만 입히면 되고, 너의 수유 간격이 길어지면서 산책을 나가기가 수월해졌단다. 거기에 유모차만 타면 잠을 자는 덕에 나도 육아에서 잠시 멀어지는 여유가 생기기도 했지.
어느 날은 집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돌 전 아이를 안고 있는 다른 엄마를 마주쳤어.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동네 친구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넸는데, 나의 일방적인 반가움에 놀란 듯한 이웃은 안녕히 가라는 말과 함께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육아동지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엄마의 설렘과는 다르게 24층 아이 엄마의 마지못해 건네는 인사가 떠올라 잠을 설쳤어.
그리고 다음 날, 점심시간에 네가 낮잠을 짧게 자고 일어난 김에 산책이나 가자 싶어 유모차를 끌고 집을 나섰어. 집에서 하천으로 내려가는 상가 엘리베이터에서 유모차를 끌고 나온 다른 아이 엄마를 마주쳤지. 이번엔 상대방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어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인사말을 건네기도 전에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을 거야.
"안녕하세요. 몇 개월이에요?"
먼저 말을 걸어준 아이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에 웃음이 절로 나왔지 뭐야. 아침잠에서 너를 깨우는 것만큼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단다.
"이제 4개월 하고 15일 지났어요! 산책 가세요? 같이 갈래요? “
그렇게 산책 동지 2명을 만났지. 너보다는 2개월 늦게 태어난 25년도 동생 두 명의 아이들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다 남자아이였어. 조리원 동기 2명도 있는데 그 친구들도 모두 남자아이여서 우리 건호는 나중에 경쟁자가 많겠다고 웃었단다.
너와 백화점을 가거나 산책을 다니다 보면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종종 말을 걸어오시는데 나는 그때마다 넉살 좋게 너에 대한 이야기도 주고받곤 했어. 동네 친구를 사귀어 주려했던 나의 용기에 너의 귀여움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엄마는 남들이 소위 얘기하는 아줌마가 되어가는 것 같아.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너무 작았던 너를 품에 안아보고, 집에서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세상의 아이들이 너무 예뻐 보이고 소중하게 여겨지더라. 이렇게 귀한 아이들인데 뉴스에서 함부로 대하는 안 좋은 소식들을 접하면 금세 눈물이 맺히기도 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하나 귀한 사람이란다. 앞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또 너의 자식을 낳고.. 삶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