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의료매트를 버리고 매트리스를 샀다

후기라는 것을 처음 써보는 자의 생애 첫 매트리스 후기

by 활보

서른몇 해 동안 바닥생활을 했다. 두툼한 요를 깔고 자는 것이 좋았다. '침대는 편하지 않다'는 확고한 생각은 여행하며 누웠던, 몹시도 낡고 아마도 스프링 따위가 뒤틀렸거나 꺼졌을 침대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내가 매트리스를 샀다.

전국이 라돈침대로 들썩일 무렵 '침대 안 쓰길 잘 했지, 어후 그런 큰 돈을 들였는데 왠 라돈' 하고 혀를 끌끌 찼다. 자주 가는 환경 관련 카페에서 라돈수치 인증샷이 올라오는 것도 무심히 봤다. 그런데.

라돈침대는 라텍스, 의료기기 매트로 이슈가 확장됐다. 어라, 의료매트?


결혼하면서 우리 부부는 침대를 들이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둘 다 바닥생활을 해온 터고 이사를 다닐 텐데 커다란 침대는 짐이었다. 처음에는 매트리스도 고려했지만 우리가 정말 사고 싶었던 건 비상식적으로 비쌌다. 수입돼 국내로 들어오면 가격이 튀었다. 현지가를 아는데 백화점에서 그 돈을 주고 살 수가 없었다. 직구를 하자니 무거운 매트리스는 부과되는 게 많았다. 이래저래 다시 바닥이다!

그런 차에 신랑이 시가에서 가져온 건 고가의 의료기기 매트였다. 두툼하고 청소하기도 편했다. 전자파를 싫어해 전기장판을 안 쓰는 나는 전선을 빼고 그냥 매트리스처럼 사용했다. 거기서 신혼시절을 보내고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그 매트 위에서 자고 먹고 놀았다. 그런데.

라돈침대 이슈가 확장되자 우리 집 매트리스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구글링을 하고 사용설명서에 적힌 원료명을 검색했다. 광활한 인터넷의 바다를 뒤져봐도 원료명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반영구적으로 음이온을 배출한다는 특허받은 세라믹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다. 유명한 회사의 제품이 아니어서 본사의 대응이나 뭔가가 밝혀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라돈측정기를 사서 측정해보고 쓸까? 아니면 버릴까? 이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날이 늘었다. 그러는 동안 너무나 편하게 잘 써왔던 매트가 혐오스러워졌다. 그래도 비싼 거니 버리진 못하고 안 쓰는 방에 넣어두었다. 합리적 선택은 라돈측정기를 빌려서 측정해보고 수치가 높으면 버린다, 일 텐데 그러질 못했다. 그 수치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만약 그것이 라돈매트라면, 거기서 4년간 잤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마이갓. 게다가 신도시의 1년 된 새 아파트로 이사오고 나서 아이는 기침콧물가래가 끊이질 않았고 나도 아침저녁으로 진득한 가래를 뱉어내던 때였다.

라돈측정기, 방사능측정기 살 돈을 보태 매트리스를 새로 사기로 하고 맨 처음 떠올린 건, 아니 유일하게 떠올린 건, 삼분의 일이었다. 당장 사야 하는데 이곳저곳 믿을 수 없는 정보들을 클릭해가며 비교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후아, 분명 매트리스 후기를 쓰려고 했던 거였는데 이토록 돌아왔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후기.



삼분의 일을 알게 된 건 지난해, 브런치에서였나 허핑턴포스트에서였나 대표의 인터뷰였나 홍보담당자의 글이었나를 읽으면서였다. 내가 원하는 수준의 매트리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엇보다 구성원(들이라 해봐야 내가 읽은 건 홍보담당자, 대표, 디자이너)들의 업무 마인드가 좋았다. 그래도 의구심은 약간 있었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데 세뇌된 나는 아무리 천 번 이상 레이어를 조합해봤다지만 침대 매트리스를 초짜들이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던 거다. '그래도 매력적... 다시 결혼한다면 샀을 거야' 하며 잊고 지냈다.


그 삼분의 일을 다시 소환했다. 1년도 안 된 사이 엄청난 후기가 나와 있었다. 상품설명을 다시 차근차근 읽었다. 마침 라돈수치를 측정해 안내하고 있었다(발 빠른 대응, 낮은 수치 괜찮군).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 수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유럽인증도 마음에 들었다. 안전성이 최우선 기준이었기에 그 부분을 가장 많이 봤다. 매트리스가 몸에 맞느냐는, 다행히 우리가 딱딱한 바닥(매트) 생활을 해서 B타입이면 족할 것 같았다.

성인 둘, 3세 아이가 함께 자는 우리집은 B타입 슈퍼싱글 2개를 붙여 쓰기로 했다. 사이즈, 타입을 살피느라 한 개를 우선 주문하고 만족해 바로 다시 2번째를 주문했다. 처음 온 것에서 (생각보다-냄새는 개인차가 심하다, 우리 가족 중에서 아이가 가장 힘들어했고 나는 별로 냄새를 못 맡았지만 남편은 민감했다) 냄새가 나 두 번 째 것은 추가탈취를 해서 보내주셨다(맞춤형 대응이, 발 빠르게, 아주 친절하게 가능한 것도 스타트업의 덕목이 아닐까 했던 대목이다).

아이 때문에 청소를 자주 하는 우리는 그냥 쓰거나(매트리스를 들어올리는 일이 잦다) 판넬 형태의 원목 깔판만 구매해서 쓸 예정이다. 아이가 떨어질 우려가 있어 높은 프레임은 쓰기 어렵다.

매트리스 무게가 있는 데다 밑바닥에 밀림방지 볼록이 같은 게 붙어 있어서인지 두개를 붙여 써도 밀리지 않는다.

편하다. 평소에도 낮은 베개를 베고 자는 우리 가족은 베개 없이 자고 있다. 인터넷 평처럼 '개꿀잠', '한 번도 안 깸', 그 정도는 아니지만 바꾸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택배로 매트리스 받는 시대라니... 생각보단 박스가 작았고 생각보단 무거웠다. 스티커 안내대로 하면 금방 설치한다.


좋았던 점
* 배송이 빠르다 - 출고 날짜에 맞춰서 많이 선택하는 SS를 주문하니 정말 빨리 왔다.
* 설치가 간편하다 - 집 앞으로 배달된 택배 상자를 안으로 들여 뜯고, 스티커의 안내에 따르면 반으로 접힌 매트리스가 나온다. 그걸 펼치고 비닐을 제거하면 매트리스는 금세 부풀어오른다.
* 스프링이 아니라 폼이다 - 이것의 장점은 삼분의 일 구매 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길
* 안전하다 - 화학물질이긴 하지만 이걸 피할 수 없다면 그중에서 안전한 것으로 고르기 위해 애썼다. 살짝 고민했던 두툼한 목화솜 요는 무거운 요를 털고 펴고 깔 자신이 없어 제외. 목화솜도 유기농을 사지 않으면 농약이 많아 냄새가 심하다는 평도. 먼지도 고려.
* 합리적인 비용 - 구매비용은 싸면 쌀 수록 좋은 거고 워낙 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언급하기 그렇지만, 내 경우에는 10년 쓸 매트리스를 이 정도 비용에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고객대응 - 빠른 피드백, 고객 입장을 생각해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추가 서비스(탈취) 제공, 친절! 과한 매뉴얼식의 친절이 아니라 세심하게 고객의 불편을 들어드리겠습니다! 하는 느낌:)

아쉬웠던 점
* 매트리스는 자체 커버에 싸여 오는데 지퍼를 열어 내부의 폼을 한 번 보려 했지만 열기 힘든 구조라 그냥 해보다 말았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보고 구매했기에 내부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
* 개인 차가 있는 냄새 - 나는 별로 안 났지만 남편은 난다 하고, 추가 탈취를 한 게 더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습도 때문인듯) 무튼 냄새가 없지는 않다.
* 덥다. 그런데 이건 폼매트리스만의 특성인 것 같기도 하고 매트리스를 안 써본 내가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