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기만 했던 김치가 이번엔 짜다. 무를 아무리 채쳐 넣어도 짜디 짜다.
기대했던 공모전에서 떨어졌다. 설레기만 했었는데, 어느 한 군데서도 연락 오는 곳이 없다. 나의 글은 나만 좋자고 쓰는 글인가 싶어 마음이 후린다.
뭐 하나 되는 게 없어 보여 울적하다. 울적한 마음으로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한다. 그런 마음으로 만든 음식이 맛 좋을 리 없다. 김치는 짜고, 된장찌개는 허여멀겋고, 식탁에 올려진 반찬들이 부실하다.
평소와 달라진 식탁의 모습에도 가족들은 아무 말 없이 맛있게 한 끼를 채운다.
허여멀건 된장찌개와 짜디짠 김치로 때운 저녁을 물리고 동네 호숫가를 산책하러 나간다.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채고 나를 이끈다.
"기분 전환도 할 겸 호숫가 걸으러 가자."
남편 손에 끌려 호숫가를 축 처진 어깨로 한참을 걷는다. 둥그런 호수의 반을 걸었을 때 난데없이 비가 온다. 남편과 아들은 나무 밑으로 달려가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한다. 안 그래도 감기기운이 있어 으슬으슬한데, 비마저 맞으면 감기에 옴팡 걸리고 말 것 같다. 그래도 나무 밑으로 뛰어갈 힘이 나질 않는다. 오는 비를 맞으며 나무 밑으로 추적추적 걸어간다. 가슴 끝이 들썩거린다. 손가락으로 건드려지기만 해도 터져버릴 것 같다. 목구멍이 조인다.
"비가 좀 지나가면, 차 있는 곳까지 뛰자."
"도무지 비가 그칠 것 같진 않은데…"
"지나갈 거야."
남편의 말대로 비가 좀 잦아들자 우리 셋은 나무 밑을 나와 차가 있는 곳으로 뛰었다. 비를 맞으며 꽤 긴 거리를 뛰는 일이 쉽지 만은 않다. 중간중간 나무 밑에서 쉬었다 뛰기를 반복한다.
"엄마 왜 이렇게 못 뛰어요. 빨리."
한참을 헐떡이며 달려 눈앞에 세워 둔 차가 보인다. 그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엄마, 웃는 거예요, 우는 거예요?"
아들은 이 상황이 재밌어 내가 웃는 것으로 착각을 했나 보다. 아들이 그렇게 물어오자 난 더 크게 소리내며 엉엉 울어버렸다. 아들과 남편이 우는 나를 보며 낄낄 웃어댄다. 애도 아닌데 마흔이 훌쩍 넘은 어른이 비 맞고 우는 건 우스운 일이다.
"아니, 왜 울어, 비 맞았다고 우는 거야?"
나는 더 큰 소리로 울었다. 긴치마로 눈물을 훔치며 엉엉 울어버렸다.
"얼마나 재밌어? 우리가 비 맞으며 뛰어 볼 일이 있기나 하겠어? 다 추억이야."
남편은 날 위로한답시고 말을 건넸지만, 난 비를 맞아 우는 게 아니다.
조금 지나 남편은 내가 비 때문에 우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비는 그치기 마련이야. 결국 그치잖아."
남편은 그렇게 우산을 펼쳤다.
남편이 펼친 우산 속으로 들어가 난 다시 평온함을 느낀다.
그치겠지...
안 그치더라도 비를 피할 자리는 있겠지...
비를 맞은 날들이 추억이 될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