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쓴다(2019년 3월 25일)
어렸을 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란 동화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엘리스라는 소녀가 꿈속에서 토끼 굴에 떨어지면서 겪는 온갖 신기하고 이상한 일들을 그린 동화다. 많은 시간이 흘러서 내용들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는 지난해 가을 아내로부터 한국으로 유배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민생활 20년 만이다. 아내는 나를 배려해서 1년 동안 한국에서 쉬면서 치료도 받으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안식년이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된 멋진 선물을 내게 안겨주었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해 이민가방에서 꺼내본 선물상자는 너무 무거웠다. 한국의 사극 드라마에서 수 없이 보아온 유배형과 같은 선물이었다. 6개월째 유배생활을 하며 느낀 한국은 변해도 너무 변해 있었다. 물론 고관대작들이 임금에게 유배형을 받고 오지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생활의 간극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고관대작이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단지 유배형을 받은 백수일뿐이다. 아직은 사약을 받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사역이 내려질지도 모른다. 다시 임금에게 부름을 받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유배지 한국에서 나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굴에 들어간 엘리스가 된 느낌이었다. 그러나 한국이란 토끼 굴은 너무 달랐다. 어둡고 수많은 통로로 연결된 복잡한 미로였다. 곳곳에 돈이 열리는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있었다. 대부분은 돈 나무에서 돈을 따느라 분주하였다. 돈 나무에 오를 사다리가 없는 사람들은 부자들이 돈을 따면서 흘린 돈 이삭을 줍고 있었다. 많은 돈을 딴 사람들은 행복에 겨워 보였다. 중간에서 그 돈을 갈취하는 사람들도 행복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예 돈 나무를 통째로 수천 그루 소유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많은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고용해 일을 시키고 있었다. 그 직원들은 더욱 많은 돈 나무를 심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토끼 굴에 더 이상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돈 나무들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는 미로에서 빠져나와 다른 토끼 굴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내가 창작한 동화가 아닌 현실로 돌아와 보자. 한국인들은 모두 바쁘게 살며 나름대로 의미 있고 보람된 생활을 소화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한 점은 내가 만난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한국사회가 처한 수많은 부조리와 불평등에 대해 대체로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어떠한 저항이나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않음에 나는 놀랐다. 이를 자포자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는 점점 더 한국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타락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졌다. 내가 20년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았던 영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사회 전반에서 만연하고 있었다. 심지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사회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부정과 불법이 판치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돈과 권력으로 무장한 자들은 자신들의 돈과 권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있었다. 재벌가의 사람들은 위법이 발견되면 대부분 갑자기 환자가 되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타난다. 그러다 보석으로 풀려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2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다는 세월 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얼마 전 영국 자민당의 이인자로 불리던 국회의원의 몰락을 예로 들어보겠다. 그 국회의원은 스텐스테드 공항에서 런던으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속도위반에 걸린 일이 있었다. 부인은 옆자리에 동승하였다. 영국은 속도위반 한 번에 벌점이 3점이고 4회 걸리면 12점으로 면허가 정지된다. 참고로 버스 전용차선 위반은 벌점이 6점이다. 이 국회의원은 벌점이 이미 9점이어서 이번에 걸리면 12점으로 면허정지가 된다. 그래서 본인이 운전하지 않고 부인이 운전한 걸로 해서 위기를 넘겼다. 부인이 남편 대신 벌점 3점을 받은 것이다. 영국에서는 자동차 보험을 들 때 부부 공동 명의로 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영국은 한국과는 달리 속도위반 카메라가 뒤에서만 촬영하게 되어있다. 초상권과 인권보호 차원에서 앞에서는 촬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 앞의 번호판은 흰색이지만 뒤는 노란색이다. 뒤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누가 운전했는지 식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는 부인과의 불화로 이혼을 하면서 발생하였다. 변호사였던 부인이 이 사실을 언론에 발표해 버린 것이다. 무엇이 부인을 격분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당시 부인의 심리상태가 너무 궁금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뉴스는 영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큼 큰 이슈가 되었고 파장을 몰고 왔다. 한 유망 정치인의 정치생명이 도덕성이라는 흠집 하나에 끝나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둘 다 법정 구속되어 실형을 살았다. 국회의원인 남편인은 1년, 부인은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정확하지는 않지만 모두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확실하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수많은 면책특권을 누린다. 심지어 윤창호 법을 발의한 어느 국회의원이 음주운전에 걸린 일도 있었다. 실로 심각하고 중차대한 범죄다. 속도위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국회의원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가장 도덕적이고 법을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을 준다는 것은 한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지금까지 문제 삼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시하며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부터 없애야 한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을 주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스스로 그러한 법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처럼 법은 모든 사람 앞에 평등해야 정의로운 사회이고 선진국이다. 불법이 판치고 사회 전체가 저잣거리로 변하지 않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수많은 정치인들과 재벌의 유착은 물론 삼권 분립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기는커녕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 자체적으로 심하게 부패해 있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상호 간의 유착으로 인한 부패는 토끼 굴을 다시 연상시키게 한다. 미로에서 빠져나올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정의롭고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아 보인다. 매일 터져 나오는 힘 있는 자들과 돈 있는 자들의 비리와 유착에 관한 뉴스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민들 스스로도 온갖 비리와 부정한 방법으로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재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탓하는 격이어서인지 몰라도 누가 누구를 비판할 수도 없다. 일부 선량한 사람들조차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한때는 촛불로 대통령까지 탄핵하는 괴력도 보여주었던 국민들이다. 하지만 부와 소득의 재분배 과정의 불평등과 노동력의 착취에는 순한 양처럼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거기에 따르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인간다운 삶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일부 계층도 있다. 그들은 보호받는 것처럼 보일뿐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지혈증에 걸려 혈액순환 자체가 되지 않는다. 심각한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 것이다. 즉 돈이 돌지를 못하고 일부 계층에게로만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인지하지 못하며 당연하게 여기는 수많은 사회문제를 공론화시켜보고 싶다. 물론 나의 극히 주관적인 생각들이어서 일부는 동의하지 않거나 반발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한다.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나의 기준이나 척도는 내 주관적인 생각에 한하지 않는다. 내가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과의 비교일 뿐이다. 끝으로 나의 비판적인 생각들이 정리되어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배형을 내린 아내와 아들 그리고 사냥하는 고양이 둘째 아들 단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프롤로그
1장, 높은 한국의 물가
1)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물가
2) 아빠 월급, 아이 성적 빼고 다 오른다
3) 화폐개혁의 필요성
2장, 한국의 유흥과 향락문화
1) 공창제도 폐지의 문제점
2) 지나친 향락 및 퇴폐문화
3) 두 얼굴의 위선자들
3장, 표류하는 교육제도
1) 한국 학교 안의 풍경
2) 학생들의 좌절과 절망
3)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
4) 주입식 교육
4장, 너무 약한 한국의 법
1) 법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
2) 유전무죄, 무전유죄
3) 무서울 정도로 엄한 선진국의 법
5장, 도덕성
1) 개그맨들의 직업을 위협하는 정치인들
2) 장관 임명 청문회를 보며
3) 노블레스 오블리주
6장, 개발지상주의와 자본주의
1) 아파트값을 주민들이 결정하는 나라
2) 개발로 집값을 올린다면 쌍수 들고 환영하는 한국
3) 개발로 집값이 오를까 봐 개발을 반대하는 영국과 호주 등 선진국
7장, 한국의 새로운 신분제도
1) 흙 수저와 금 수저
2) 일반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3) 특정 포탈업체의 오버페이스
8장, 마르크스도 놀랄 한국 자본주의
1)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자본주의
2) 돈 나고 사람 나다
3) 하부구조에 압사당한 상부구조
9장, 잃어버린 노동자들의 권리
1) 노동자들의 해고가 너무 쉬운 나라
2) 뒤바뀐 사용자와 노동자의 위치
3) 노동자의 권리나 노동법을 교육조차 하지 않는 나라
10장,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1) 매일 태양이 내리쬐면 결국은 사막이 된다.
2) 긍정, 초 긍정만을 강조하는 사회
3) 인생 뭐 있어! 라며 해탈하는 사람들
11장, 프랜차이즈 공화국
1) 퇴직 후 대안이 없다
2) 알면서도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자영업자들
3)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의 관계
4) 24시간 편의점의 경이로운 수익
에필로그
한국은 짧고 집약된 산업화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그러다가 IMF 위기가 왔지만 전 국민이 단합하여 짧은 기간에 IMF를 졸업하는 놀라움을 다시 보여주었다. 동계, 하계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치르면서 우리의 저력을 유감없이 전 세계에 과시하였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한국의 위상은 높아져만 갔다.
문제는 짧은 기간 동안 이룩한 고도성장의 붐을 타면서 땅과 부동산 투기에 참여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빈부 격차는 엄청나게 커져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이러한 양극화는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가져왔다. 부의 재분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투기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져만 갔고 그렇게 두툼하던 중산층이라는 계급은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20여 년 전만 하여도 여론조사를 하면 많은 수의 인구가 자신은 중산층이라고 답하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중산층이 무너졌다는 의미는 부의 불평등도 문제지만 소비가 위축되며 성장이 거의 멈추어 버렸다는 점이다. 이제는 3%대 성장도 힘들어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내수 없는 수출 드라이브는 위험천만하다.
저성장도 문제지만 부의 양극화로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벌써 출산율은 1%대 이하로 떨어졌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맞벌이는 육아문제를 어렵게 한다. 그래서 출산율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예상했던 인구절벽이 현실로 닥쳐오면서 주야장천 지어댄 아파트와 빌딩들은 어쩌란 말인가? 육아문제로 인한 다툼으로 늘어나는 이혼율 또한 문제이다. 퇴직자들의 막힌 퇴로는 더욱더 문제이다. 프랜차이즈 공화국은 수많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고 있다. 한국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너무나도 많다. 실업률, 출산율, 이혼율 여기에 퇴직자들의 막혀버린 재취업률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게다가 높은 물가와 부동산 버블로 인한 주택 가격의 고공행진은 서민들의 목을 서서히 옥죄어 오고 있다. 이 모든 근간이 되는 교육문제는 도대체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좌절감은 차처하고 학교조차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교가 더 이상 학교가 아니다. 감옥이고 지옥이 되어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
이제라도 국민 모두가 자본만을 향한 질주를 멈추어야 한다. 잘못된 천민자본주의의 폐해를 온 국민이 뒤집어쓸 날이 언제 닥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부동산 폭탄도 언제 터질지 모른다. 혹자는 내가 한국사회를 너무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본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 점 또한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는 단지 20년 동안 한국이란 사회를 밖에서 관찰해 왔다. 방관자나 주변인이 아닌 관찰자 입장에서 극히 주관적으로 나의 생각들을 표출한 것뿐이다. 그리고 미래에 닥쳐올지 모르는 최악의 리스크를 사전에 헷지 하자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굴에서 더 이상 헤매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이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다시 중진국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의 주변 정세와 수출 위주의 산업 정책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미국이나 중국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중국이 사드 관련해서 우리에게 보인 보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경제 분야는 더욱 민감하다. 부디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 온 국민이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대한다.
2019년 3월 25일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서울 선정릉 [모두의 캠퍼스] 강의 신청하기 / 월출산 국립공원 카페 [기억] 강의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