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쓴다(2019년 5월 6일)
섬이란 여행자에게는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현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고립을 의미한다. 그 고립을 자발적으로 찾아 들어가는 행위에는 의지가 표출되어 있다. 그 의지를 흔히들 여행이라고 한다. 때로는 기행이나 체험 또는 탐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 무인도 여행에는 나의 의지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방송 촬영이라는 일정에 단순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뿐이었다. 치기 어린 호기심 하나로 나의 무인도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무인도란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단위면적 10만 평당 5인 이하가 거주하면 무인도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무인도 여행은 나의 로망이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이나 공지영의 해리에서 언급하는 무진과 유사한 의미로 다가왔다. 무인도에는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가능하면 혼자 가고 싶었다. 혼자 무인도에서 며칠을 보내고 싶었다. 생존보다 중요한 이유는 바로 외로움에 대한 고찰이었다. 그러나 혼자서 용기를 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사무실을 공유하는 황 대표에게 무인도 촬영 제의가 들어왔다. 황 대표는 이미 무인도 여행 전문가 반열에 올라 있었다. EBS 한국기행 팀이었다. 사전에 작가와의 미팅이 있었다.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선뜻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방송 출연도 어색하지만 무인도의 낮 섬에 선뜻 다가서기가 두려웠다.
작가와의 미팅 후 나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갈까 말까를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결론은 가지 않는 걸로 스스로 자신과 합의를 보았다. 순간순간 밀어닥치는 선택이나 결정이 삶이고 인생이다. 선택이나 결정 앞에 주저하는 나의 모습이 생경하다. 결단이 필요할 때 결정을 내리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부터다. 나의 우울증이 시작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후기 청년기의 외로움이 표출된 그 시점은 내 인생에 있어서 역경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그 우울의 시초는 알 수 없는 외로움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 혼자였다. 세상과 철저하게 고립된 무인도에서 그렇게 홀로 서있었다. 간혹 작은 배들이 마음속의 무인도를 들락거렸지만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들이었다. 관계 설정을 따로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무인도에서 외로움과 싸우기 시작하였다. 비상식량이 있는 고독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싸움은 치열해졌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전세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견디지 못할 시점에서는 가끔 휴전을 해보지만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었다. 전세가 불리해도 전사할 수는 없었다. 선택은 오직 하나였다. 삶에서 명예롭게 퇴장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마음속의 무인도에서 탈출하는 길이었다. 길이라기보다는 탈출구였고 비상구였다.
삶에서 퇴장하지 않아도 되는 극적인 행운이 찾아왔다. 나에게 한국행이라는 왕복 항공권이 주어진 것이다. 아내와의 협의 후 한국행을 택하였고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우연한 기회에 글쓰기를 통해 책을 쓰기 시작하였다. 글을 쓰면서 나의 내면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해졌고 지금은 치유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던 차에 다시 현실 속의 무인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이미 체험한 내면의 무인도와 오버랩이 되기 시작하였다. 내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이유였다. 출발 며칠 전에 삼성동 연구실에서 다시 무인도 탐험 및 촬영 이야기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생년월일을 황 대표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나의 마음과는 달리 머리는 벌써 무인도행을 결정하였던 것이다. 이번 무인도 여행은 그렇게 어렵게 결정되었다. 이민이나 결혼 같은 큰 문제를 앞에 두고도 주저함이 없던 나는 이렇게 결정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인도에서 1박 2일은 나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 주었다. 나와의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동안의 가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자유였다. 나는 더 이상 누구에게 무언가로 인정받아야만 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아니 인정받기보다는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수동의 나가 아닌 능동의 나였다. 그렇다고 항상 긍정은 아니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큰 선물을 안고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즐거운 일이다.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는 검은 머리 물떼새들이 짝을 이루어 날아다니는 사승봉도라는 무인도에서 느낀 진정한 무인도는 서울이었다. 그토록 와보고 싶었던 무인도는 정작 평화롭고 한가하였다. 쓸쓸함만이 섬을 지키고 있지는 않았다. 바람과 파도가 친구가 되어주었다. 갈매기와 검은 머리 물떼새가 이웃이 되어주었다. 드넓은 백사장의 모래알들 틈 사이로는 반짝이는 물질들이 가득하였다. 유리의 원료로 쓰이는 규사라고 한다. 백사장을 가득 매운 햇살들은 규사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열렬한 햇살의 구애를 거절하는 규사들의 매력에 정신없이 빠져들 무렵이었다. 문득 해변에서 사막을 보았다. 모로코에서 보았던 사막보다 훨씬 광활한 사하라나 고비 같은 사막이었다. 그렇게 무인도에서 또 다른 무인도와 사막을 만났다.
나에게 무인도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세계였던 것이다. 어느 한 곳을 특정 지을 수 없었다. 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섬도 무인도였고 광활한 사막도 무인도였다. 내가 임시 거처로 사용하는 쪽방 같은 원룸도 무인도였다. 내 마음속에 떠있는 외로움이라는 섬도 역시 무인도였다. 물론 서울이라는 도시도 무인도였다. 나는 그렇게 수많은 무인도에서 살고 있었다. 짧은 여행을 통해서 부끄럽고 허접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끝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아내와 아들 그리고 사냥하는 고양이 둘째 아들 단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프롤로그
1장, 그 섬에 가고 싶다
평생의 로망
섬도 우울할까?
섬의 의미
2장, 섬사람들
천황도와 사도
2. 깊은 슬픔
3. 출발했어요
3장, 사승봉도
특수부대 요원 훈련장
실종과 노모의 기도
구들장과 촬영 이야기
4장, 검은 머리 물떼새
알이 2개인 이유
2. 백사장과 사막
3. 사막의 오아시스
5장, 금융조합
개도 외로움을 탄다
2. 금융조합과 인쇄소 아들
3. 어깨 골절
6장, 양조장집
1. 양조장집 딸
2. 친구의 남편
3. 무인점포
에필로그
무인도와 TV 촬영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원한다고 될 일도 아니었고 내 의지가 앞선다고 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우연히 찾아온 기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출발 전에 갈까 말까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지만 그 또한 나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세상과 철저하게 격리된 무인도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오래전부터의 로망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떠남을 두고는 치열하게 고민하였다. 그 이유는 무인도에 가서 단지 생존만 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 었기 때문이었다. 무인도에 가면 더 큰 무인도가 보일 것 같았다. 그 무인도는 서울이라는 무인도였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정확하게도 서울은 철저하게 격리되고 고립된 인간 관계망이 상실된 무인도였다.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관계의 망들은 이미 파도에 휩쓸릴 만큼 취약하거나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버리지 못한 채 부여잡고 살아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무인도의 해변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은 마음속의 또 다른 무인도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무인도는 섬도 서울도 아닌 마음속의 사막이었다. 그 사막에는 오아시스 조차 없었다. 그 무인도에서는 길이 없어서 길을 잃을 수도 없었다. 사막에는 사막의 모래폭풍이 한번 지나가면 지형이 바뀔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후기 청년기는 그렇게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를 옥죄어 들어왔다. 정말 무서운 것은 진짜 무인도도 서울이라는 무인도도 아니었다. 마음속의 사막이었다. 길이 없는 사막에서 갈팡질팡하는 나이 든 청년들은 퇴로를 찾아 나설 수밖에는 없다. 그 퇴로는 어디에도 이정표 조차 없다. 알아서 찾아야 한다.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외롭고 그래서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 힘든 시기를 지나오고 나니 많은 생채기와 함께 영광 뿐인 상처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한 경험조차 아픈 과거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아팠고 그렇게 망가졌다가 그렇게 다시 돌아왔다. 이러한 과정을 겪는 후기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7년 전의 나는 그렇게 선로를 벗어난 열차가 되어 꼼짝달싹하지 못하였다. 이제는 궤도에 올라 자유롭게 달리고 싶다. 이정표가 없어도 좋다. 누구의 어떤 존재가 아닌 나의 나로서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
2019년 5월 6일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서울 선정릉 [모두의 캠퍼스] 강의 신청하기 / 월출산 국립공원 카페 [기억] 강의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