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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Jul 17. 2019

영국으로 이사 왔어요 #1 이민 꼭 가야 하는 것일까?

나의 20년간의 영국 여행 이야기


이민! 꼭 가야 하는 것일까? 



이민! 꼭 가야 하는 것일까? 한국도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인데, 한국에서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이민을 가야 하는 거지? 이민 가서 사는 사람들은 정말 더 행복할까? 혹시 현실 도피성은 아닐까?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 상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꿈꾸고 실행한다. 한국인의 80% 이상이 한 번쯤은 이민을 고려해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 없이 막연하게 생각만 하다 바쁜 일상의 파도에 이민의 꿈은 사라져 버린다. 이민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고정관념 또한 쉽사리 이민을 결심하지 못하게 한다. 물론 이민은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중대한 결단이고 커다란 변화이다. 기존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와도 이별해야 한다.

     

따라서 이민은 포기할게 하나라도 적은 즉,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떠나는 것이 좋다. 이민을 떠나려면 우선 이민을 가야 하는 논리적인 당위성과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야 현지에 도착해서도 시행착오를 줄이고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즉흥적인 도피성 이민은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이민을 결심하였다면, 이민이 나와 나의 가족을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확신이 섰고 가족들과 협의와 동의를 얻었다면 하나씩 순서대로 준비를 하면 된다. 준비가 다 되었다면 그때는 망설이거나 주춤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떠나라! 마치 여행을 떠나듯이! 이민을 떠나서 새로운 삶을 성공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실행“ 하였다는 것이다. 이민은 많은 준비과정도 필요하지만 결단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용기도 필요하다.

     

나의 이민의 원동력은 6세 때 시작된 독특한 취미 때문이었다. 그 취미는 50이 넘은 지금도 즐기고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회과부도를 선물로 주셨다. 지금의 지도책을 그 시절에는 그렇게 불렀다. 산으로 들로 천방지축 뛰놀던 산골 꼬마에게 지도책은 재미있는 놀이였고 충격이었다. 매일 세계 지도책을 보고 또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있고 미국, 중국처럼 큰 나라들도 많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세상의 중심에 표기되어 있는 한국은 너무나 작은 나라였고 그마저도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때부터 넓은 세상을 동경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어른이 되면 절대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들이 싹트고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회과부도는 학생 시절 내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자연스럽게 더 크고 넓은 세상을 향한 동경은 하나씩 실천으로 옮겨졌다.

     

90년대 초 영국 어학연수중 유럽에서 무전여행에 가까운 배낭여행을 한 달간 하였다. 한 달간 기차에서 자면서 여행하기 프로젝트를 30년 전에 이미 실행하였다. 여행기간 대부분을 기차나 역에서 자면서도 즐거웠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여행 중간에 돈이 떨어졌는데도 두렵지 않았고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다. 유럽은 나라는 다르지만 거의 국경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위스 여행 중 갑자기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가 많은데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한국에서 살아야만 하는가?라는 당위성에 의문이 들었다.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다. 목적 없이 남들처럼 직진만 하는 인생의 항로를 갑자기 바꾸고 싶어 진 것이다. 그때부터 인생의 반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겠다는 뚜렷한 인생 목표가 생겼다. 그 이후로 인생의 항로를 바꾸려는 이민 준비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대학 졸업 후 직장에 취직하였다. 휴가 때마다 지속된 현지답사를 토대로 이민 갈 나라를 확정하였다. 문제는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결혼이었다. 그러던 중 운 좋게도 마지막 준비단계인 결혼을 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결혼과 동시에 7년 동안 다니던 안정된 직장에 사표를 제줄 하였다. 몇 달 동안 한국에서의 준비와 정리를 마치자 과감하게 떠났다. 그리고 영국에 가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였다. 영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여행과 여가를 즐기며 정원도 가꾸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벌써 12살이 되어가는 둘째 아들 뚱보 고양이 단오와도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나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고 무작정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권유로 한국에서 1년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치료도 받고 글도 쓰는 안식년을 결심하였다. 지난가을 찬바람이 불기 전에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 도착해서 시작된 하루의 일과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은 후,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것이었다. 꿈에 그리던 친구들은 자주 만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일에 치여서 바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이민 관련 서적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민 관련 책들이 이민 컨설턴트나 이민 전문 변호사가 저자였다. 이민 절차나 제도 및 영주권이나 시민권 취득방법 등을 설명하는데 국한되어 있었다. 왜 이민을 가야 하고 이민을 가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에 대한 언급들은 거의 없었다. 그때 갑자기 내가 직접 체험한 생생한 경험들을 책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욕심은 한국에서 직장 생활 중 강의들을 기획하고 많은 강사를 섭외하면서 체득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원론적이고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말로 풀어내는 강의는 큰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그때 배우고 느꼈다.

     

내가 다시 와서 느낀 한국은 정글 같은 무한경쟁 사회였다. 어려서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물론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라 섣불리 논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것을 가져도,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기계처럼 하루를 살아내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 경쟁은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청년은 물론 중년이나 장년이 되어도 지속되는 생존의 경쟁에서 살고 있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들이 터질 듯이 팽배해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 12살 난 둘째 아들 뚱보 고양이 단오, 생일이 5월 5일이어서 이름이 단오이다. 쥐를 잡고 받은 일당 5파운드 >


이제는 인생의 항로를 바꾸어 보라!

     

한 번쯤은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도 자신의 경쟁력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에게도 커다란 기회이자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설사 이민이 실패로 끝나도 실보다 득이 많다. 수많은 경험, 문화체험과 언어 습득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다른 환경에서 교육시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이민을 망설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부재이다.  즉 변화가 두려운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민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닌 다른 나라로의 “이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정보제공만을 생각하였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경험이 이민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나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주기 바란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이 되어 자신만의 멋진 인생을 개척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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