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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Nov 01. 2019

어려워서 못쓰는 것이 아니라 안 쓰니까 어렵다

책을 쓴다니 지나던 소가 웃었다 #11 그 어려운 글쓰기를 어떻게 내가


어려워서 못쓰는 것이 아니라 안 쓰니까 어렵다.     


글쓰기는 어렵다는 생각은 글을 쓰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하루 만에 한 권 책 쓰기를 시작하면서 나의 인생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사실, 20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동안 눈으로만 읽던 글들을 자판으로 두드리려니 오타 잔치가 벌어졌다.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한글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독수리 타법도 그 잔치에 일조하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자판과 씨름하며 두드려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기억에 없는 것이 당연하였다. 나에겐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군 복무 시절 행정반에서 두드려댄 것은 자판이 아닌 타자기였다. 먹지를 대고 두드리는 타자기 소리는 제법 리듬감이 살아있었다. 오타가 나면 화이트로 칠해서 마를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다시 그 부위에 타자를 쳤다. 문득, 그 시절의 타자기 하나쯤 소장하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이 든다.  

   

나는 어떠한 글쓰기 서적도 읽지 않았다. 물론 글쓰기 교실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신청은 여러 군데 하였지만 선뜻 참여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나마 가끔 받았던 수원에서의 개인 교습은 글쓰기에 대한 희망보다는 낙담만을 않고 돌아와야 했다. 여러 가지 글쓰기 책자를 사서 모았지만 그뿐이었다.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밀쳐두곤 하였다.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내용들이었다. 영어 공부를 위해 문법책들을 보는 일도 부족하여 한글에까지 적용하는 일이 서글퍼졌다. 그 글쓰기 책들을 끝까지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뭐든지 재미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생존 말고도 재미를 추구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루 만에 책 쓰기에 도전하러 춘천에 갔다. 2월 초의 춘천 가던 그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춘천 가는 길은 과거의 경춘 국도가 아닌 새롭게 개통된 고속도로였다. 청평과 가평 등 MT 장소로 유명한 지명들은 옛 추억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그 많은 터널을 통과하면서도 온통 시름에 잠겨 있어야 했다. 블로그에 글 한번 올려본 적 없는 내가 정말 하루 만에 책을 한 권 써낼 수 있을까? 많은 터널이 다가오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나의 생각들도 요동을 쳤다. 경기도를 지나 강원도에 들어서자 산들은 작심이라도 한 듯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마치 원근법이 무엇인지라도 가르쳐 주려는 듯 먼 산일수록 회색의 농도는 희미해졌다. 거기에 안개까지 합세하니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었다. 역시 강원도는 아름다웠다. 산밖에는 없어서 더욱 아름다웠다. 군 시절 전역하면 다시는 강원도 땅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나였다. 심지어 강원도 방향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학을 떼던 나였다.      


1시간 만에 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춘천에 도착하였다.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가며 달려온 것이다. 그가 다시 강원도에 그것도 매주 오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하루 만에 책 쓰기 모임이 있는 약속 장소는 춘천 퇴계동에 위치한 별 다방이었다. 이미 많은 회원들이 한 권의 책을 목표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걱정을 더 이상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과거 시험을 치르는 심정으로 이미 준비된 제목과 목차 그리고 프롤로그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마음을 다 잡고 기도하듯 1장을 써 나가기 시작하였다. 1장부터 막혔다. 긴장한 탓이었다. 오늘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하면 집에도 가지 못한다는 것이 유일한 규칙이었다.

     

시험 볼 때 긴장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시험지가 하얗게 보인다. 마치 그런 기분이었다. 하는 수없이 목차들을 카피해서 부친 후 오락가락 또는 지그재그 기법을 사용하였다. 학창 시절 시험 볼 때 1번이 막히면 2번으로 가서 풀었다. 2번도 막히면 맨 뒤부터 풀기도 하였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다 보면 결국에는 막혔던 1, 2번도 풀리게 되어있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이는 나만 경험한 방식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오락가락, 우왕좌왕하며 목차를 채워나가다 보니 10시간 만인 저녁 7시에 200페이지 정도의 초고가 완성되었다. 그제 서야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였다. 아침에 먹은 치즈 베이글과 커피 한잔이 식사의 전부였다. 점심에는 바나나 한 조각과 삶은 계란 하나를 먹긴 하였다.    

  

긴장이 풀리자 당연히 뱃속의 장기들부터 뇌의 신호에 반응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축구든, 야구든 항상 마무리가 중요한 법이다. 저녁 7시부터 정독을 하며 원고를 수정해 나갔다. 퇴고는 나중에 시간 날 때 조금씩 여유 있게 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탈고까지 끝내고 싶어 졌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덜 부끄러운 한 권의 책을 완성해서 그 초고를 제출하고 싶었다. 역시 오탈자가 가장 큰 문제였다. 한글의 맞춤법 기능을 믿으면 안 되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1차 퇴고를 마치니 저녁 9시가 되었다. 원고를 메일로 제출하고 별 다방을 나섰다. 춘천의 첫날밤은 30년 전의 306 보충대에서의 첫날밤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 첫날밤을 뒤로한 채 남양주의 집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는 텅 비어있었고 다시 터널들만이 다가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첫 경험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로 갈수록 책 쓰기는 점점 쉬워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36주 차인 이제는 부담이나 긴장 없이 습관처럼 쓰고 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듯 카페에 나오면 나도 모르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글이란 쓰면 쓸수록 느는 법이다. 내가 무작정 쓰고 또 쓰는 이유다. 글쓰기 책을 붙들고 씨름하지 않는다. 없는 문장력을 한탄하지도 않는다. 정제되지 않은 구어체 같은 글이지만 이 또한 글이다. 없는 내공 또한 갈구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책 쓰는 월요일은 1주일 중 가장 행복한 날이다. 나의 요일은 월요일이 중심이다. 따라서 화요일은 자연스럽게 휴일이 된다. 화요일 오전에는 전날 쓴 초고를 읽어보고 가다듬는다. 그리고 오후에는 전날 올리지 못한 글들을 브런치에 몇 편씩이나 몰아치기 식으로 올린다. 막대한 분량을 써 놓았지만 그 글들을 다 브런치에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중 몇 편만 브런치에 올리고 나머지는 블로그 서점에서 판매한다.

매주 한 권씩 책을 써내는 일은 이제 나 혼자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나를 따라서 매주 한 권씩 책을 쓰는 회원들이 제법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글쓰기나 책 쓰기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깬 결과일 뿐이다. 그 과정들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내 삶에 자유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나의 꿈은 2년 후부터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한 달 살며 책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 준비운동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그리고 알차게 진행되고 있다.
나의 책 쓰기는 지리적 국경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다.
한국이나 영국만이 아닌 지구 전체가 나의 삶과 글의 무대가 되게 하고 싶다.
내가 매일 쓰고 또 쓰는 이유다.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0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강의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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