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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Nov 03. 2019

야! 인마! 너 왜 그렇게 무식하니?

책을 쓴다니 지나던 소가 웃었다 #12 글쓰기에 대한 편견과 전문서적

글쓰기는 어렵다는 편견부터 버려보자     


대부분의 글쓰기 교실에서 책을 한 권 쓰는 일은 지난하고 복잡한 과정이라고 교육한다. 실제로 전문작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래서 아무런 반발 없이 거액(?)의 수강료를 내고 묵묵히 그 과정을 수강하고 종이책 한 권이라는 출간을 보상으로 받는다. 하지만 그 책이 독자들로부터 검증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이책을 출간하는 일이 어렵다기보다는 어떻게 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낼지가 더 관건이기 때문이다. 선택받지 못한 책들이 독자들에게 알려지기란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 한 권으로 나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이다. 그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서 종이책을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출판사의 마케팅과 작가의 독특한 스토리가 만나서 멋진 에디팅을 거친 기획출판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종이 책부터 욕심낼 필요가 없다. 읽기 쉽고 출간도 간단한 전자책부터 시작해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블로그부터 시작해서 블로그에서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나는 블로그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번거로우면 브런치 등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일단 쓰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을 체크해야 한다. 전자책 한 권을 쓰려면, 걸음마나 옹알이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자전거를 타려고 자전거 교실에 가지 않는다. 자전거는 넘어져야 어느 날 갑자기 탈 수 있는 것이다. 그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영 강습을 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수도 없이 물을 먹고 물과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다음에 발차기부터 단계적으로 배워나가다 보면 어느 날부터는 스스로 수영을 하게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평생 책을 한 권 쓰기는 아주 어렵다.
하지만 하루 만에 책을 한 권 쓰기는 아주 쉽다. “ 


하루 만에 책을 써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은 책 쓰기는 허상이고 망상일 확률이 높다. 책 쓰기의 장벽을 넘는 것은 다이어트의 요요현상을 극복해내는 일만큼이나 어려워지고 만다. 물론 브런치나 블로그에 토막 형식으로 짬짬이 올려놓은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낼 수도 있다. 이때는 편집이라는 기법을 동원하면 그럴듯한 멋진 책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쓴 책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일목요연하고 매끄럽게 연결되려면 하루 만에 써야 한다.    




                                                                        

초보자라면 글쓰기 전문서적들을 멀리하자!    


지난해 가을, 한국에 오자마자 글쓰기 관련 책들을 10여 권이나 샀다. 기필코 혼자 책을 한 권 써보겠다는 의지 표시였다. 하지만 완독 한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책을 읽으면서 2년 전 가을 나의 충동구매가 떠올랐다. 몇 년째 골프연습장에 가고 개인 레슨도 받았지만 나의 골프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골프 관련 책들과 비디오도 수없이 보았지만 시간낭비였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원인 분석은 다름 아닌 장비 탓이었다. 그래서 고가의 장비로 모두 바꾸었다. 심지어 골프가방까지도 유명 메이커 제품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심기일전해서 연습장으로 나갔지만 나의 실력은 요지부동이었다. 프로 뺨치는 한국의 친구에게 문의하자 답은 의외로 간단하였다.     


”야! 인마! 너 왜 그렇게 무식하니? 골프연습장에서 평생 쳐봐라! 골프가 느나! 필드에 나가지 않고서는 골프는 늘지 않아! 절대루, 절대루!!”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빠트린 것이다. 하지만 가계일 때문에 낮에 골프 치러 다닐 형편이 아니었다. 필드에 나가지 못할 바에야 더 이상 연습장에 나갈 이유가 없었다. 더 이상 골프에 미련을 두지 않고 이별을 선택하였다.       


글쓰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매일 접하면서 느끼는 점은 꾸준하게 쓴다는 점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글을 잘 쓴 작가는 극히 일부라는 점이었다. 최근 이사하면서 많던 책들 중 글쓰기 관련 책들은 모두 버렸다. 버렸다는 표현보다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종이와 박스 수거함에 살포시 내려 두었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읽지 않을 책들은 어차피 이사 다닐 때마다 머리만 아파진다. 버려야 할지 말지 때문에 고민하는 물건이라면 버리는 것이 좋다.  

    

나의 신념은 물론 나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누구의 방식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방식에 맞게 자유롭게 공부하겠다는데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아니 그러고 싶은 마음도 시간도 없다. 문제는 평생을 영어공부에 매달리고도 영어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주눅 드는 모순을 지적하고 싶은 것뿐이다.      


이점은 영국이나 미국에 오래 살아도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다. 영어권 국가에서 수십 년을 살면 영어를 다 잘하는 줄 안다. 하지만 LA의 한인 타운에 가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를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식당부터 마트, 세탁소, 은행은 물론 병원이나 관공서까지 한국어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영어를 전혀 못해도 불편함이 없는 곳이 LA라는 곳이었다. LA의 한인 타운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분들도 영어를 거의 구사할 줄 몰랐다.      


글쓰기도 결국은 언어를 나열하는 것이다. 말하기가 언어를 입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라면 글쓰기는 그 말이라는 것을 원고지나 자판으로 손이나 손가락을 통해 옮기는 행위일 뿐이다. 결국, 글쓰기는 말하기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알고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쓰기가 가능하다. 문제는 처음부터 100층짜리 빌딩을 지으려는 욕심이다. 제 아무리 100층짜리 빌딩도 결국은 지하부터 시작해서 1층, 2층의 순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100층짜리 빌딩을 건설하고 싶으면 1층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첫 단계는 나머지 99층의 설계도를 잊으라는 것이다. 오로지 1층의 설계도에만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글쓰기 전문 서적들은 100층을 모두 생각하라고 한다. 1층도 짓기 버거운데 100층을 지고 다니는 일은 글쓰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 전문 서적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쓰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이제는 그러한 전문 서적을 멀리해야 한다. 한 줄 한 문장부터 쓰고 볼 일이다. 그 글쓰기 전문서적들은 내공이 쌓인 이후에 보아야 진가를 알 수 있다. 100층 건물을 다 건설한 다음에 감리라는 단계를 거친다. 그 건물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A부터 Z까지 점검하는 절차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글쓰기 전문 서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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