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IKEA는 가구 대신 놀이를 판다

영국의 오만과 편견 1권 이방인

by 런던남자

5화. IKEA가 싫어요!

1575685071843.jpg 그림: 남다현


이케아를 영국에서는 아이케아라고 부른다. 그는 런던 남쪽 동네인 Croydon의 IKEA에 주로 다녔다. 옛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자리 잡은 IKEA는 멀리서부터 보이는 장대한 두 개의 굴뚝만으로도 그 규모를 짐작하게 만든다.


영국에서는 아이케아라고 하는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해서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2014년에 광명 점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고양 점을 오픈하여 운영 중이다. 2019년 12월에는 기흥 점을 오픈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 총 6개의 매장을 운영한다고 한다. 상당히 공격적인 경영으로까지 보인다. 사실 IKEA는 집이 좁고 가구가 들어가기 힘이 든 이층 집 구조의 영국이나 유럽에 최적화된 조립식 가구회사다. DIY(Do It Yourself)가 생활화된 유럽인들, 특히 영국인들에게 IKEA의 인기는 대단하다. IKEA는 다양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가격까지 저렴하다. 운송비가 비싼 영국에서 직접 구매 후 운반도 용이하다. 가구 조립을 놀이처럼 즐기는 영국인을 위한 회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IKEA의 인기는 높다. 그런 IKEA가 한국에도 들어왔다는 뉴스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월마트나 까르푸는 물론이고 테스코까지 손들고 나간 한국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은 가구와 배송 그리고 용달차의 천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과연 IKEA가 살아남을지 흥미로웠다. 그런데 한국에 진출해서 5년을 버틴 걸로 보아서는 일단 생존에는 성공한 모양새다. 물론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는 한국에 이미 16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


그가 IKEA의 한국 진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유럽인과 다른 한국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이었다.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이 IKEA 제품을 사다가 조립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손재주와 창의력은 다른 것이었다. 그의 경험으로 유추해 볼 때 IKEA는 한국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IKEA의 가구들은 전부 납작한(flat box) 형태이다. 어떠한 가구도 납작하게 포장되어 있다. 매장에서 구매 후 집에 가져가거나 딜리버리를 시키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그놈의 조립이다. 그가 IKEA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이유가 바로 조립이었다.


부부 싸움 없이 IKEA 가구가 조립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의 영국 가구는 대부분 IKEA 제품들이다. 화이트와 레드로 색상의 톤까지 맞추었다. 물론 그의 아내의 감각이다. 문제는 가구들을 사 오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조립이었다. 그의 아이가 없었더라면 몇 번이나 때려 부술 수도 있었다. 그나 그의 아내나 제법 똑똑하고 창의력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립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레고 마니아인 아이가 큰 가구들까지 죄다 조립하였다. 아이는 쉽고 여유 있게 바로바로 조립을 해냈다.

가구를 조립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그와 그의 아내는 서로 창의력이 없다며 삿대질을 하거나 언성이 높아졌다. 그의 아내는 툭하면 그 머리로 어떻게 그 대학을 갔느냐며 답답해하였다. 그는 커닝(Cunning)해서 들어갔다고 하며 웃고 참아야 했다. 아내는 생각보다 성격이 급하고 완벽주의자였다. 아이는 엄마의 완벽주의와 아빠의 끈기를 닮았다. 런던 집의 정원 쪽으로 난 거실의 큰 창 옆에는 IKEA에서 사 온 유리 장에 아직도 아이의 레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그가 한국으로 오기 전인 지난해 가을까지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이베이(ebay)에 올려서 팔거나 체러티 숍에 기부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이가 대학생이 되면 정리할 거라고 하였으니 어쩌면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도 있다.


품질이 떨어지는 스웨덴의 자랑 IKEA를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이유?


IKEA 제품은 사실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허접하다. 겉만 번지르하고 속은 톱밥 등이 들어있다. 하기는 톱밥으로 번지르하게 가구를 만들어내는 일도 기술이다. 영국에서 이삿짐센터를 운영하였던 그는 IKEA가구를 옮길 때마다 그 허접함에 감탄해야 했다. 분해하지 않은 상태로 옮기다가는 뒤틀리며 주저앉아 버린다. 분해한 가구들을 이사 후 재조립하면 처음 조립할 때처럼 깔끔하게 조립되지 않는다. 언제 주저앉을지 위태위태하다. 그래서 IKEA가구는 이사 갈 때는 포기하는 것이 좋다. 물론 한국처럼 사다리차를 이용해 움직임을 최소화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도 있다. IKEA 가구는 못이나 나사못을 사용하지 않고 조립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영국인들이 그래도 주말이면 IKEA 매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의 핵심은 조립과의 연관성이었다. 큰 가구도 레고처럼 조립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기술과 노하우는 놀라울 따름이다. 영국이 IKEA에게 점령당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값싸고 심플하면서 다양한 디자인으로 유혹한 것이다. 이러한 IKEA가 조립이 필요 없이 용달차나 택배로 직배송해주는 한국의 수많은 가구 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이제는 한국의 가구들도 어느 정도 반 조립 상태로 배달된다. 책상을 사면 다리 정도는 직접 조립할 수 있는 형태다. 부피를 줄이는 것이 배송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가구업체 사장님들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가구도 본격적으로 디자인과 부피와의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비록 부부 싸움은 하였지만 IKEA 가구 조립은 가족 간의 사랑을 키워주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매달 집에서 열리는 간이 미용실처럼 IKEA에서 가구를 사 오는 날은 가족이 달라붙어야 한다. 조립과정에서 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물론 기본적인 부부싸움은 이미 마친 상태다. 성질을 죽이고 아이의 지시에 따르면서 평화가 찾아온다. 자연스럽게 IKEA 가구 조립은 아이가 진두지휘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아이가 조립 전체를 주도하지만 단순한 조립은 엄마와 아빠가 도와준다. 물론 아이의 지시에 따라서 조이라면 조이고 끼우라면 끼운다. IKEA 제품들을 조립할 때마다 창의력을 생각해 본다. 그와 그의 아내는 남들이 인정은 안 해줘도 그래도 한국에서는 제법 엘리트(?) 측에 끼었던 사람들이었다. 비록 연식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한 때 엘리트(?)라고 자부하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IKEA 가구 하나 조립하지 못해 초등생 아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이의 놀라운 창의력과 스피드는 물론 레고의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설명서를 몇 번씩 정독해도 조립하는 순서와 절차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만 급하였다. 막상 조립해 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쉽지 않았다. 부부 싸움 없이 IKEA 가구가 조립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신기하게도 IKEA 가구 조립과 글쓰기는 닮아 있었다.


IKEA 가구의 조립에서 필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였다. 창의력보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가능하였다. 어른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른병"이 IKEA 가구 조립에도 여지없이 배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생각을 비우고 조립 도면대로 하나씩 뚜벅뚜벅 조립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다. 글쓰기에서의 오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다 보면 글이 되는데 시작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이 될지를 먼저 고민하고 있다. 글쓰기는 100층짜리 건물을 지을 때와 같다. 글을 쓰는 매 순간에는 1층만 생각해야 한다. 그 1층들이 모여 100층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매 순간 100층을 짊어지고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니 글이 술술 나오지 않는다. 말을 할 때는 술술 나오는 생각들도 글이 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이유다.


IKEA는 영국인들에게 가구를 팔지 않고 놀이를 팔았다.
영국인들에게 IKEA 가구 조립은 아직도 즐거운 놀이다.


놀랍게도 영국인들은 IKEA 가구들을 조립하는 것을 놀이처럼 즐기고 있었다. 아이나 어른이나 심지어 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스웨덴의 IKEA가 영국을 점령한 이유도 단순한 디자인이나 가구를 팔아서가 아니었다. 바로 그들에게 재미있는 놀이를 제공한 것이다. 영국의 겨울은 길고도 길다. 거의 매일 비까지 온다. IKEA 매장은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손색이 없다. 집에서 IKEA가구를 조립하며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유쾌하다. 조립이 끝나면 피자나 피시 앤 칩스로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여기에 시원한 스텔라나 기네스 한잔도 빠질 수 없다.

돌이켜 보니 그도 그랬다. 가족이 합심하여 IKEA가구를 조립하며 기나긴 런던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다. 그 놀이가 행복이었고 가족의 사랑을 충만하게 해 주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지만 그러한 놀이와 추억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잠시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영국의 오만과 편견 1권 이방인 (2019년 11월 25일 / 하루 만에 책 쓰기로 제작된 책의 일부임)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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