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오만과 편견 1권 이방인
돌이켜보기 싫은 아픔도 세월이 흐르면서 희석되는 줄 알았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10년이 지나면서도 그 아픔은 희석되지 않는다. 또렷한 아픔은 강산이 몇 번은 더 변해야 그나마 추억이라도 될 수 있을까!
불법체류자나 불법 노동자가 수용되어 있는 수용소는 무늬만 수용소였지 실상은 교도소였다. 3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 그들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었다. 추방당하는 편도 비행기표마저도 자비 부담이었다.
수용소 면회소에서 H와 먹은 컵라면은 아직도 상표까지 또렷하다. 안락한 소파에 앉아서 먹었던 컵라면이 그녀와 영국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은 그녀가 잡혀가가기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 했다. 2시간 동안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은 무겁고 아파왔다. 꿈이기를 바라기에는 상황 설정이 너무 선명하고 각자의 역할들이 완벽했다.
몇 해전 크리스마스이브에 두 번째 영국 입국시도가 있었지만 그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다시는 영국 땅을 밟을 수 없는 이방인이 된 것이다.
우주에서 보면 개미보다 작은 점 하나인 곳이 지구별이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주인이고 누군가는 이방인이 되어 추방되어야만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구별에는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로 나뉜다. 권력에서 멀어진 자들은 각종 형태의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