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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May 16. 2020

#64주차, 응답하라..비행 물체는(F.Edition)

하루만에 책쓰기로 매주 한 권 책쓴다(2020년 4월 27일)

Note: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2019년 2월 11일 월요일에 춘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죽기 전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소망한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면, 나는 이미 질병과의 전투에서 1패를 기록하며 다른 별로의 고독한 여행을 시작하였을 확률이 아주 높다.



@ 제목: 응답하라! 행성 간에 이동하는 모든 비행 물체는(the first edition)

@ 부제: 틴에저라이제이션,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자아의 갈등과 충돌은 결국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전투였고 이 문제들은 저마다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화두였다.

@ 출판사: Easy books

@ 저자: 런던남자

@ 분량:  ebook 기준 405페이지 내외(폰트 22)

@ 차례 ^^


프롤로그

제1화. 우리의 섹스에 사랑 따위는 중요치 않아!

제2화. 마치 영원한 회귀처럼 우리의 일상은 반복된다.

제3화. 런던의 와인파티

제4화. 서로의 벗은 몸을 수없이 안았던들 그 사람을 알 수 있을까?

제5화. 내가 보는 것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제6화. 중산간도로와 카오산로드

제7화. 제임스가 죽었다.

제8화. 평화롭지만 살기를 느꼈다고?

제9화. 건널 수 없는 강과 넘을 수 없는 벽

제10화. 내 안에 부는 바람

제11화. 애도하지 못하는 인간

제12화.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섬

제13화. 제임스가 꿈꾸는 일탈을 무엇이었을까!

제14화. 원시의 상징과 아름다운 빛

제15화. 불륜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16화. 세상은 온통 모른다는 것의 연속이다.

제17화. 외로움의 우물

제18화. 이름 없는 상처에 대한 예의

제19화. 여자의 직감은 어긋나는 법이 거의 없다.

제20화. 책임지지 않으려는 본능

제21화. 멋진 세상 악의는 없었소!

제22화. 근데, 도대체 우린 뭐가 문제인 거야.

제23화. 살아야 했지만 죽고 싶었고 죽어야 했지만 살고 싶었다.

제24화. 고흐가 사랑했던 밀밭에서는 슬픔만 묻어났다.

제25화. 대서양이 말하고 있었다. 그냥 살아 있어 달라고

제26화. 강렬한 자기 확신

제27화. 바람의 자유

에필로그


@ 소개 : 제22화. 근데, 도대체 우린 뭐가 문제인 거야?


 빈센트가 사랑했던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밀밭에서 효진과 나는 결코 끝나지 않을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수컷의 대변자로서, 효진은 암컷의 대변자로서 각각 변호사인양 양측을 대변하고 있었다. 본능 대 본능의 대 충돌이었다. 3년 동안 같은 집에 살면서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던 무거운 대화였다. 그 무게를 저울로조차 달 수 없을 만큼 육중한 대화들이 오고 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대화의 장소가 하필이면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밀밭이었다.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도 모를 그 대화는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될 수도 있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효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서로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결국 남아도는 것은 어둠과 침묵뿐이었다.



효진: 오빠! 사실 나는 아직도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아. 3년 후에는 신혼여행으로 이곳을 방문할 줄 알았거든. 오빠도 그렇게 말했었잖아. 기억하지?


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당연히 기억나지. 그래서 우리의 대화가 더 아픈지도 몰라. "예상"은 마치 빗나가라고 만들어진 단어처럼 정반대로 흘러버렸으니깐.


효진: 근데, 도대체 우린 뭐가 문제인 거야?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오빠와 나 사이의 문제를 모르겠어.


나: 그걸 알았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이별여행 따위까지 오진 않았겠지. 우리는 육체는 같이 살고 있었지만 영혼은 따로 살고 있었다고 생각해.


효진: 그게 무슨 말이야. 천천히 설명해 줘.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이야.


나: 3년 전 J의 와인파티 기억나지? 그때 우린 처음 만났고 와인을 3차까지 마셨지. 토요일 아침을 너의 침대에서 맞이할 만큼.


효진: 그랬었지. 근데 갑자기 그 얘긴 왜 꺼내는 거야?


나: 고백하자면 처음 만난 여자와의 동침 정도로 생각했었어. 아마 너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사실 짝 없는 젊은 청춘들에게는 특별한 일도 아니잖아? 원나잇 스탠드가 말이야! 특히나 이곳 런던에서는 말이야.


효진: 그야 그렇지. 나도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여자가 아무리 술에 취해도 마음에 끌리지 않는 이성을 호텔도 아닌 자기 집의 침대로 불러들이지는 않아. 그냥 하룻밤을 불태우고 잊어버릴 상대도 분명 있지만, 오빤 그런 가벼운 상대는 절대 아니라는 느낌이 왔어. 근데 오빠의 생각에는 나의 존재는 1온스의 무게조차 없었다는 거자나! 갑자기 졸라 슬퍼지려 하네.


나: 남자는 그런 일이 가능해. 언제든. 처음 보는 여자와도 데이트는 물론이고 심지어 전희 과정 없이도 색스를 할 수 있지. 언제 어디서든 말이야. 그게 남자야. 여자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수컷의 세계지. 때론 남자인 나 자신도 나의 본능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


효진: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들도 알아. 문제는 그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 줘야 한다는 사실이지.


나: 맞는 말이야. 하지만 다름 자체를 존중하고 인정해 준다고 서로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효진: 그럼 어디까지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 거야? 그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라도 하는 거야? 우리는 아이를 갖는 문제부터 사사건건 생각이 달랐잖아.


나: 그랬지. 나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너는 간절하게 원했지. 하지만 우리의 육체와 영혼이 따로 논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아이를 반대했을 뿐이야. 지금처럼 우리가 헤어지는 순간을 미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효진: 뭐라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회피가 아니고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서 위험에 대비한 것뿐이라고. 그래도 꽤 양심 있는 수컷의 행동이었지. 수컷들에게서 양심이나 책임 따위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아. 동물이든 인간이든.


효진: 어떻게 사랑에 확률이 먼저 개입할 수가 있지? 난 오빠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내가 힘들었던 거야.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머리로 판단해서 재단하는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지 않을까?


나: 네 말이 틀지지 않다고 생각해. 만일 그랬는데 오늘 같은 상황 앞에 서 있다면 우리는 또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 사이에 아이가 하나나 둘 있다고 가정해 보자는 말이지.


효진: 만일 아이가 있었으면 오빠가 그렇게 방황하지도 않았을 거야. 지금처럼 다른 선택지를 뽑아들지 못하고 그냥 다른 커플들이 사는 것처럼 현실을 인정하고 잘 살고 있겠지. 다른 커플들처럼 포기할 것들은 다 포기하고 말이야.  육아에 치이다 보면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을 틈이 없겠지. 먹고사는 문제도 절박할 텐데.


나: 그게 과연 잘 사는 일일까?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을 뿐이야.


효진: 세상의 많은 부모들도 마찬가지야. 심지어 동물들도 그렇고. 자신의 아이나 새끼를 내다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들이 있지만 참고 견디는 것뿐이야. 남녀 간의 사랑도 견디는 힘이 없이는 철부지 아이들의 불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나: 맞는 말이지. 모성애란 중요한 거니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남자나 수컷의 부성애는 모성애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심지어 아이나 새끼들을 적으로 간주하기도 하지. 그게 수컷들의 부성애의 또 다른 면일 지도 몰라. 심지어 수컷 사자들은 자신의 새끼 중 수컷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죽이기도 하지.


효진: 내가 아이를 원하고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것도 맞아. 하지만 나는 그러한 문제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남녀 간의 육체와 정신적 사랑의 조화라고 생각했어. 결국 오빠는 내 육체를 사랑했고 나는 오빠의 정신을 사랑하고 만 거야. 세상에는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사랑들이 많을지도 몰라. 인간은 어차피 완벽하지 않으니까. 오빠 말대로 그냥 인간이기 전에 수컷일지도 모르지. 남자들은 치마만 둘러도, 지푸라기 잡을 힘만 있어도 섹스를 생각하잖아.


나: 그렇지. 인정해.


효진: 그런데 어떻게 우리는 3년이나 되는 긴 세월을 같은 집에서 그것도 같은 침대에서 살 수 있었을까?


나: 그건 간단한 문제지. 우리는 그냥 막연한 미래 앞에 무기력해지거나 비굴해져 있었으니까.


효진: 막연한 미래는 또 뭐야?


나: 하루살이처럼 살았다는 말이지. 요즘 말하는 카르페 다음처럼 오늘을 즐기고 오늘만 생각하는 그런 삶 말이야.


효진: 정말 모르겠어. 아무튼 오빠랑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 사실 고민 많이 했거든. 영국에서 체류 문제가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으니까. 난 당연히 오빠와 잠깐 살다가 아이 낳고 비자 문제도 해결될 줄 알았거든. 근데 이제는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어.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그렇다고 돌아가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야.


나: 그건 정말 미안해.


효진: 오빠가 미안해야 할 이유는 없지.


나: 비자 문제는 좀 더 생각해보자.


효진: 그러고 싶은데 나에게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아서. 이번 여행을 제안한 이유도 사실 서로의 속내를 터놓고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어. 오빠의 진심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어. 하긴 내가 내 마음도 들여다보지 못하는데 오빠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나: 나도 마찬가지야. 너의 진짜 속 마음을 알고 싶어. 우리 영혼 대 영혼으로 이야기해보자. 오늘이 마지막인 사람들처럼 말이야. 우리의 영혼을 저 밀밭에 펼쳐서 널어보자고.


효진: 그거 좋은 생각이네. 우리에게 내일은 더 이상 없다는 전제하에 말이지?


나: 그래. 나도 그걸 원했는지도 몰라. 우리의 문제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 모른다는 점이지. 3년 동안이나 타인과 동침을 한 셈이지. 모르는 사람들끼리 같은 집에서 같은 침대를 쓰며 살아왔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들뿐이잖아.


효진: 맞아. 정말 그런 거 같아.  


나: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이란 책을 보면 말이야. 주인공 제롬과 그의 사촌누나인 알리사의 사랑이 나오지. 그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구절이 나와. 알리사가 죽고 나서 그녀의 동생 쥘리에트를 만나 나누는 대화야. 제롬은 지상의 사랑을, 알리사는 천상의 사랑을 하고 말았지. 소설 속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실제 지드의 사랑은 이루어져서 결혼까지 했지.


"그렇다면 아무런 희망도 없는 사람이 그처럼 오래도록 마음속에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래, 쥘리에트."
"그리고 또 하루하루의 생활이 그 위로 불고 지나가도 그 사랑이 꺼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세요?"
<앙드레 지드, 좁은문 중에서>


효진: (고개만 끄덕일 뿐 아주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의 침묵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 에필로그:


 “자기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깎아내리지 마라. 그런 태도는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꽁꽁 옭아매게 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아직 아무 일도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자신을 항상 존귀한 인간으로 대하라.”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인간은 외롭고 고독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 나서면서 존재의 이유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살아야 하는가의 근원적인 문제는 종교나 철학적 사유의 깊이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인간이 외로운 이유는 삶에 끝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 끝이란, 인정하든 인정하지 못하든 결국 소멸의 문제로 귀결되고 만다. 유한한 삶에서의 어쩔 수 없는 날개 짓이며 작은 몸부림인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 또는 친구와 있어도, 군중 속에 파묻혀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이유다. 어쩌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코 인정할 수 없는, 하지만 상당히 부정적인 사고방식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리다.


  돌이켜보니, 내가 심각하게 외로움을 느끼는 강도나 횟수는 심각한 질병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높아지거나 많아졌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달콤한 자기 파괴의 유혹 앞에서 괴로워하던 지난날이 스쳐 지나간다. 오늘도 남도의 월출산 국립공원에는 어김없이 어둠이 빛을 몰아내며 똬리를 틀고 대지를 침묵으로 호령하고 있다. 달도 뜨지 않은 야심한 밤에 소쩍새만 울어대고 있다. 어쩌면 소쩍새는 울지 않고 노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쩍새라고 항상 울기만 할까! 소쩍새가 금방이라도 산장으로 달려와서 나에게 와락 안길 것만 같은 푸른 밤이다.


  아직까지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였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다분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있을 내가 아니다. 오늘도 나만의 행성은 자전과 공전을 계속하고 있다. 더 이상 나라는 외로운 행성을 유배시키거나 방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산중의 어둠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외로움과 고독마저도 소쩍새 소리 하나에 압도당하는 푸른 밤이다. 그 푸른 밤하늘엔 이름 모를 행성들이 그득하다. 어쩌면, 그럴리야 없겠지만은 남프랑스 아를의 론 강변에서 외로움에 지친  화가가 열정적으로 그렸던 그 별 들일지도 모른다.  그 화가처럼 별이라도 헤아리고 싶지만 그 마저도 의미를 상실하는 밤이다. 소쩍새 소리와 별들로 가득 찬 산중의 대지와 하늘도 푸르고 충만하게 텅 비어 있다. 마치 내 마음처럼.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서울 선정릉 [모두의 캠퍼스] 강의 신청하기  / 월출산 국립공원 카페 [기억] 강의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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