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2019년 2월 11일 월요일에 춘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죽기 전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소망한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면, 나는 이미 질병과의 전투에서 1패를 기록하며 다른 별로의 고독한 여행을 시작하였을 확률이 아주 높다.
@ 제목 : 응답하라! 행성 간에 이동하는 모든 비행 물체는..
@ 부제: 틴에저라이제이션,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자아의 갈등과 충돌은 결국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전투였고 이 문제들은 저마다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화두였다.
@ 출판사: Easy books
@ 저자: 런던남자
@ 분량: 각 권 e book 기준 150~200페이지 내외(폰트 22)
@ 차 례 ^^
제1권 : 존재만으로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다면(2020년 3월 23일)
제1화. 노동자의 삶을 갈구하기까지
제2화. 인연의 허무함과 사랑의 가벼움
제3화. 마스크 공장 주변의 텅 빈 쓸쓸함
제4화. 2시간 만에 도착한 공장과 날 선 눈빛들
제5화. 마스크 공장의 풍경들
제6화. 다시 인연으로, 인연과 공동체 간의 사랑
제7화. 화요일, 다시 찾은 마스크 공장에는 삶의 쓸쓸함이 먼지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제8화. 존재만으로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제9화. 오베르 쉬르 우아즈
제10화. 슬픔은 슬픔을 낳는다.
제2권 : 외로울 땐 더 외로운 곳으로 떠난다.(2020년 3월 30일)
제11화. 익숙한 불행은 예고 후 찾아온다.
제12화. 존, 넌 외롭지 않니?
제13화. 삶이 이처럼 허무한 것이었구나!
제14화.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
제15화. 제임스가 알려준 반 고흐
제16화. 반 고흐를 찾아 나선 별난 동서양 남자
제17화. 모나코 가는 길에서 만난 반 고흐의 사랑법
제18화. 불안정한 위로
제19화. 살아야 했지만 죽고 싶었고 죽어야 했지만 살고 싶었다.
제20화. 대서양이 말하고 있었다. 그냥 살아 있어 달라고
제3권 : 무인도와 풍랑주의보(2020년 4월 6일)
제21화. 내가 사는 곳 모두가 무인도였다.
제22화. 그 섬에 가보고 싶었다.
제23화. 반짝거림 만으로도 소통하는 모래와 바닷물
제24화. 수장된 고등학생의 용돈 3만 원과 할아버지의 눈물
제25화,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
제26화, 슬픈 우리 시대의 자화상
제27화, 대피소 마당에 오픈한 카페
제28화, 부부간의 문제는 닮아 있었다.
제29화. 꿈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제30화. 꿈을 꾸지 못하도록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4권 : 오름, 그 삽시간의 황홀(2020년 4월 13일)
제31화. 설렘의 땅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
제32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안다는 것
제33화. 중산간도로와 카오산로드
제34화. 삼달리 두모악 갤러리
제35화. 그녀의 젖가슴을 닮은 용눈이 오름
제36화. 삽시간의 황홀
제37화. 빛의 벙커에서 만난 두 고씨
제38화. 큰지고리오름 가는 길
제5권 : 타인과의 동침(2020년 4월 20일)
제41화.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제42화.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43화. 생각이 멈추어 서다.
제44화. 타인과의 동침
제45화. 책임지지 않으려는 본능
제46화. 불확실한 미래
제47화. 강렬한 자기 확신
제48화. 폐암 3기 환자의 위로
@ 소개 :
제4권, 제33화. 중산간도로와 카오산로드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였다. 울음으로 시작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흙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고 풀이되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소망했다. 대지의 흙은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눈부시게 만드는 생명의 기운이다. 흙으로 돌아갈 줄 아는 생명은 자기 몫의 삶에 열심이다. 만 가지 생명이 씨줄과 날줄로 어우러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사진작가 김영갑, 1957~2005>”
제주도의 북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중산간도로는 아름다웠다. 비록 여러 곳에서 개발로 몸서리를 치고 있었지만 여전히 평화로웠다. 창밖으로 향한 보영의 시선은 좀처럼 창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차 안의 어색한 정적은 스쳐 지나가는 창밖의 낯선 고요와 선율을 맞추기라도 하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리는 단 한마디도 없이 50여 분을 차 안에서 견뎌내고 있었다. 침묵을 견디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견뎌내야만 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곳곳에 보이는 돌담에도, 유채꽃밭에도, 탐스러운 제주의 귤에도, 제법 너른 초지와 평원에도, 도토리 키 재기하듯이 아기자기한 오름의 아름다움마저도 우리의 침묵을 깨트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흔한 감탄사 하나 입 밖으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 침묵 또한 서로의 깊이를 이해해가는 과정인지 혼란스럽기만 하였다. 그렇게 중산간도로에게 영혼을 빼앗긴 채 30여 분을 달렸을까. 마침내 성산의 어느 포구에 도착하였다. 작고 아늑한 어촌 마을이었다. 곳곳에 제2공항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거친 제주의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낯선 육지 것에게도 저마다의 이권이 걸려있는 문제처럼 보였다. 우리 숙소는 바다가 보이는 목조 주택의 펜션이었다. 파란색과 하늘색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페인트는 제주의 강렬한 태양에 두 손을 들었는지 여기저기 들떠서 부풀어 올라있었다. 딱 두 번 대면한 지인의 배려로 며칠간 사용하게 될 펜션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만큼이나 편안해 보이는 풍광들은 우리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녹여줄 것만 같았다. 파란 하늘과 아직은 새싹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마당의 잔디가 제법 친근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거칠었지만 지난해 가을쯤에 손질을 잘해둔 것처럼 단정하였다. 주변의 담벼락은 제주를 상징하는 검은색 현무암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높이는 아이들이 넘겨다볼 정도였다.
렌터카에서 내린 우리는 펜션 안으로 들어가 여장을 풀자마자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로 향했다. 바다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마주한 그녀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3년 전 방콕의 야시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의 그 표정이 그대로 살아나고 있었다. 나를 만나기 전의 그녀의 표정은 해맑고 거침이 없었다. 나와 같이 살아온 3년의 세월이 그녀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앗아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여기까지 흘러왔는지도 모른다. 정말 모르는 것들로 넘쳐났다. 우리가 같이 살아온 3년의 세월에는 모르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보영을 모르고 보영 또한 나를 알지 못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이별을 하고 짐까지 정리해서 분리된 연인들의 이별 여행이라니. 삼류 영화로도 취급받지 못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지금 우리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것도 결혼하면 신혼여행으로 오려던 이곳 제주에서 말이다. 성산의 해안가는 온통 검은 현무암 천지였지만 짙푸른 성산의 바다색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검은색과 푸른색은 우리의 마음을 그려내고 있었다. 나의 마음은 수시로 어둠과 밝음의 터널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터널을 나와도 어두웠고 터널을 들어갔는데 밝았다.
보영은 심호흡을 하며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4월의 바람 치고는 제법 차가웠지만 서로의 마음만큼은 아니었다. 보영은 바다를 바라보며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는 바다를 바라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간 3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와 사랑의 상처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상처에는 아름답고 가벼운 환희의 상처도 있었지만 어둡고 침울한 상처들이 더 많았다. 우리의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작은 차이와 다름에서부터 아주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그 작은 가시들이 서로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그 가시들은 심장을 찔러대고 있었다. 그 가시는 스스로 뽑히지 않는 아주 작은 것들이었다. 내가 보영의 가슴에서, 보영이 나의 가슴에서 빼주지 않으면 그 가시는 그냥 살점의 일부로 아물어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비수였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서로의 심장에 박혀 있는 그 가시들을 빼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미련과 집착의 경계에서 뭐라도 잡아보고 싶은 희망마저 저버릴 수는 없었다.
방콕의 야시장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의 곁에는 남자 둘이 있었다. 또래처럼 보였다. 물론 나도 일행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행과 떨어져서 시장을 구경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목이 말랐고 맥주 한잔을 마실만한 곳을 찾다가 노점에서 맥주를 파는 곳을 발견하고 앉았다. 진열된 맥주 중에 내가 아는 것은 버드와이저뿐이었다. 버드와이저는 심심한 맛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맥주였다. 태국 맥주를 고르는데 도무지 감히 잡히질 않아서 고전 중이었는데 마침 옆에서 남자 둘과 맥주를 마시던 아가씨가 자기들이 마시는 맥주를 추천해 주었다. 내가 외로워 보였는지 아니면 친절함이 몸에 배어서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고마웠다. 맥주의 맛은 강하면서 시큼했다. 아마도 맥주에 레몬즙을 짜서 만든 수제 맥주였을 것이다.
나의 찌푸린 표정을 보고 그녀는 연신 킥킥거렸다. 내가 쏘아보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남자 둘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남자들 중 하나는 애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어볼 수도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방금 우연히 만났고 몇 마디도 나누지 않은 완벽한 타인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와 타인으로 영원히 남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한 번만이라도 불러준다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었다. 이름을 물어보자 남자 둘의 인상이 약간 변하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보영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 이름도 거침없이 물어보았다. 한 술 더 떠서 숙소까지 물어보았다. 나는 배낭족들의 메카인 카마산 로드의 중간쯤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일어섰다. 그런데 그녀의 숙소도 바로 그 카마산 로드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내일 또 맥주를 마실 거냐고 물었다. 나는 내일 일을 어찌 알 수 있느냐는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그러자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가 한마디 던졌다. 만일, 내가 내일 저녁까지도 살아있으면 카마산 로드의 근사한 바에서 맥주 한잔 사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맥주를 물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스텔라라고 대답하였다.
다음날도 나는 일행들과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의 성격상 혼자 하는 여행이 좋았다. 여행하면서까지 구속을 받으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었다. 그날도 시내를 돌아보다 더위에 지쳐 일찍 돌아와서 쉬고 있었다. 맥주 생각이 간절해서 캔 맥주라도 사려고 나가던 참에 어제 그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혼자였다. 남자 둘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반갑게 손을 들어 이사를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맥주 마시러 가느냐고 물었고 나는 캔 맥주 사러 슈퍼에 간다고 답하였다. 촌스럽게 방콕까지 와서 캔 맥주가 뭐 나며 나의 팔을 살짝 잡고 어느 바로 끌고 가다시피 이끌었다. 바는 시끄러웠고 게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늦은 오후인지 이른 저녁인지 모르는 어정쩡한 시간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카오산 로드의 바들은 대부분 이런 분위기였다.
그녀가 나의 숙소를 찾아오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로 찾아온 것이다. 남자를 둘이나 거느리고 여행하고 있는 아가씨의 당돌한 태도는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였다. 나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날 바에서 그녀는 주로 이야기를 하였고 나는 들어주는 편이었다. 우리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거리낌 없는 대화들이 오고 갔다. 그녀는 굉장히 당돌했고 직설적이었다. 때로는 냉소와 염세를 오가며 한숨을 쉬기도 하였다. 많은 대화가 이어지면서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녀나 나의 혀는 이미 꼬부라져서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저녁도 먹지 않았다. 그녀가 내뱉는 언어들은 현실 세계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들의 연속이었다. 묘하게 그런 모습들에 끌리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말에 공감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이는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바에서 일어서기 직전 그녀는 두 남자의 비밀을 알려주었고 그녀의 명함을 한 장 두고 떠나갔다. 바에서 나오면서 그녀는 마지막 한마디를 던지듯이 내뱉고 멀어져 갔다. “사실 자신은 방콕에 죽으러 왔는데, 우연히 빈민가를 지나게 되었고, 자신이 너무 배부른 돼지 같다고. 그래서 지금은 죽을 수가 없다고”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서울 선정릉 [모두의 캠퍼스] 강의 신청하기 / 월출산 국립공원 카페 [기억] 강의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