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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Jan 05. 2021

그 많던 영국 신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영국에서 마스크를 쓰느니 차라리 코로나에 걸리겠다는 영국인들!!

 어제 영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58,000명대를 찍으면서, 1주일 연속 50,000명대를 유지하는 기염을 토하는 중이다. 북아일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에 이어 잉글랜드도 오늘부터 3차 Lockdown에 들어갔다.(월드컵 출전 축구 실력 순으로.. 참고로 영국은 올림픽에는 단일팀으로 월드컵에는 네 개의 나라로 출전한다) 단계도 최고 단계인 Tier 5를 유지한다고 한다. 이 단계는 병원의 의미가 무색해지리만큼 심각한 단계다. 코로나 환자라고 무조건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는다. 상태의 경중을 헤아려서 증상이 덜 심각한 환자들은 집에서 치료하면서 대기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는 영국발 변이를 심각하게 보도하고 있는 중이다. 이웃인 프랑스에서는 한 때 깔레 도버 간 국경을 차단해서 영국과 유럽을 오가는 대형 로리(트럭)들이 발이 묵인 적이 있다. 유럽 대륙은 물론 한국에도 변이 환자가 이미 유입된 걸로 알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신속하게 한국과 영국의 비행기 운항을 전면 중단해 버렸다. 덕분에 한국에서 비행기로 수입되는 추부깻잎이 몇 주째 영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가게에서 고기를 사가는 한국 손님들은 반드시 깻잎을 사가야 하는데 말이다. 깻잎 없이 삼겹살을 먹어야 하는 슬픔은 결코 적지 않은 것이리라. 한국에서 후배가 보내주기로 한 한국산 마스크와 책들도 비행기가 뜨지 않아 우체국에서 접수를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영국 내에서다. 정작 영국에서는 모두가 태평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아직도 마스크 프리로 돌아다니는 인간들이 넘쳐난다. 마스크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영국 정부에서는 아직도 마스크란 용어 대신 페이스 커버라는 단어를 사용 중이다. 공공장소에 스카프나 머플러로 입과 코만 가리면 된다는 식이다. 언론에서는 물론이고 정치인들도 마스크 쓰라고 강조나 강요하는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 마스크 쓰고 나온 정치인들도 겨우 파란색 덴탈 마스크가 전부다. 정녕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일까. 자신의 죽음이야 그렇다 쳐도 남의 생명은 어쩌란 말인가!


 나는 친구와 함께 런던 북부의 골더스 그린이란 곳에서 부처(한국식 정육점)를 운영하고 있다. 말이 운영이지 월급 받는 직원이나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영국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나의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감정들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 그래도 매일 수십 번도 더 참아본다. 하지만 곧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어느 순간에선 억눌렀던 감정들이 마그마처럼 폭발해서 흘러내리고야 만다. 참다못한 나는 아예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손님들은 가게에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고 있다. 그러면 온갖 F로 시작되는 욕지거리를 가운데 손가락을 쳐들며 쏟아내고 가곤 한다. 그래도 좋다. 다른 고객들을 보호하고 나 자신을 보호하려면 그깟 욕 좀 먹고 삿대질 좀 당한 들 어떠하랴.


영국 지하철이나 가차에서도 페이스 커버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해쥬는 광고를 시작했다 .끝까지 마스크를 부정하려 든다. 참 이상한 나라다.


 어제는 영국인 아버지와 아들이 우리 가게에 손님으로 들어왔다.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굿모닝! 하우아유 두잉 마이 프랜드!" 라며 서글서글하고 반가운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마스크는 고사하고 페이스 커버링으로 그 잘나신  콧구멍 두 개와 좌우로 열린 주둥이가리지 않았다. 아들도 물론 마스크 프리였다. 대단한 배짱이다. 뻔뻔함과 오만함의 극치를 보고 말았다. 그들이 들어서기 전부터 가게에선 이미 다른 손님들이 쇼핑 중이었다. 영국인 부자가 들어오자마자 그중 한 손님이 가게를 뛰쳐나갔다. 나는 정중하게 노 마스크 부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든지 아니면 나가 달라고 부탁했다. 이 들 부자는 마스크 따위는 가지고 다녀본 적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마치 무용담처럼 말이다. 마스크가 없으면 나와 우리 직원들은 물론 다른 손님들을 위해서도 나가 달라고 다시 정중하게 요청했다. please! 를 몇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말이다. 존칭이 없는 영어에서는 please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자 F워드를 수십 번 내뱉으면서 삿대질까지 하고 나간 것이다. 나가면서 마지막에 한 말은 더 가관이었다. "니들 코리안들은 다 겁쟁이들이라니깐."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을 넘어서 사회적 약속이 되어 버렸다. 설사 자신이 백신 주사를 이미 맞아서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없다 할지라도, 아니면 코로나에 걸려서 항체가 생겼다 할지라도 말이다. 배려란 사고 현장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 남의 생명을 구해내는 것만은 아니다. 마스크를 왜 써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공공장소에서 착용해 주는 것도 사고 현장에 뛰어드는 것 못지않은 배려인 것이다. 작은 것이 더 큰 배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이곳에서는 인정하려 들지 않을까. 이곳 영국이라는 이상한 나라에서 배려라는 단어는 이미 죽어서 사라진 사어가 되어버린 것일까. 남을 배려하는 영국 신사의 품격들은 다 어디에다 팔아먹어버렸는지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진정한 영국 신사의 품격을 느껴보는 날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몇 년 전 국민투표 결과에서 브렉시트 찬성이라는 대 이변이 나오면서부터 이 나라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긴 했지만..

 어쩌다가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서 해가 뜨지 않는 나라로 변해 버렸을까. 새해 벽두부터 3차 Lockdown과 브렉시트로 지금 영국은 행선지를 잃은 난파선이 된 느낌이다. 이제 영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 많던 영국 신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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