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는 몰랐다.

by 나물투데이

어릴 때는 몰랐다. 가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어릴 때는 몰랐다. 우리 동네가 세상에 전부일 줄 알았는데 세상이 이렇게 클지.


어릴 때는 몰랐다. 눈뜨고 학교 가면 만나는 친구들을 매일 만날 수 없을지.


어릴 때는 몰랐다. 어른들이 즐기는 그 쓴맛이 단맛이 될 줄.


어릴 때는 싫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위에 나물 반찬이.


초록색 뭉텅이가 접시에 담겨 있었지만 쉽게 젓가락이 그 앞으로 가지 않았다.

밥상의 엄마의 잔소리가 흘러나올 즈음 한 번씩 눈을 꼭 감고 입에 넣었다.

쓰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는 왜 매일 나물 반찬을 접시 위에 담았는지.


엄마는 말했다. "나물이 몸에 얼마나 좋은데! 비타민, 칼슘, 칼륨 각종 좋은 영양성분이 얼마나 많은 줄 아니?"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얼굴은 '세상에 맛있는 게 나물 말고도 얼마나 많은데 왜 엄마는 나물 반찬을 좋아했는지 모르겠어'라는 표정을 지었다.

취나물조리.jpg

어린 내 눈에는 엄마가 단지 나물이 영양가 있어서 좋은 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먹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왜 그렇게 엄마가 쓰기만 한 나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회사 점심시간 백반집을 갔다. 갖가지 반찬들이 식탁 위에 줄을 섰다.

아무런 생각 없이 반찬을 집어 입에 넣었다.

고소하고 달달했다. 취나물이었다.

한 젓가락, 두 젓가락... 취나물이 담긴 접시를 비우자 내 젓가락은 옆 접시로 옮겨갔다.

그 모습을 우연히 본 이모님이 말을 건네주셨다. "취나물 한 접시 더 드려요?"

나는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이모님 살짝 미소를 띠시며 비워진 접시를 들고 가셨다.


나는 몰랐다. 우연히 맛본 나물이 이렇게 향긋하고 고소할지.

어렸을 때는 혓바닥을 짜릿하게 했던 씁쓸한 맛은 어느새 입안을 가득 채우는 달달한 맛으로 변했다.


나는 느꼈다. 나를 가졌던 엄마의 나이와 오늘에 내 나이가 같다는 사실을.

그래서 오늘따라 취나물 한 접시는 유난히도 나에게 달콤했던 걸까?

오늘따라 어머니의 쓰디쓴 취나물 한 접시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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