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인연이 이어 준 따뜻한 하루 (무농)

감사한 일

by 나무나루주인

오랜 인연이 이어 준 따뜻한 하루 (무농)


매 분기 말 첫 번째 금요일이면 ‘초금회’라는 작은 모임이 열린다. 오래전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이 세월 속에서도 인연을 이어 오며 만들어 온 자리다.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길로 흘러갔지만, 한때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기억과 인연이 지금까지도 우리를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이번 모임은 유난히 뜻깊었다. 멀리 목포에 거주하시는 두 분의 선배님을 모시게 되었기 때문이다. 좌장이신 최고참 선배님께서 “지방에 계신 분들도 함께하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조심스레 말씀을 꺼내셨고, 그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오랜만에 더 넓고 반가운 만남이 이루어졌다.


모임 장소에 모인 분들을 바라보니 나를 제외한 대부분이 칠십 대에서 팔십 대에 이르는 연세였다. 얼굴의 주름과 희끗한 머리칼에는 세월이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건강한 모습으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는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이가 들면 몸의 이곳저곳이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점심을 나누고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느껴졌다.


요즘은 교통이 편리해졌다고들 하지만, 서울에서 점심 모임을 갖고 당일에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일정이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먼 길을 찾아와 주신 선배님들의 정성과 열정에 자연스럽게 박수가 나왔다. 그 발걸음 속에는 단순한 모임 이상의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한때 치열하게 일하던 시절의 기억, 그 속에서 함께 웃고 고민하던 순간들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이야기는 물 흐르듯 이어졌고, 대화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시간은 그 사이를 조용히 지나 어느덧 오후가 깊어졌다.


먼 길을 다시 떠나셔야 하는 선배님들을 위해 우리는 이른 저녁으로 초밥을 함께 나누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수서역까지 나가 배웅을 했다. 기차 시간이 가까워지자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아쉬운 인사를 건넸다. “다음에 또 봅시다.” 짧은 그 말속에 오래된 정과 다음 만남에 대한 바람이 함께 담겨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새 해는 저물고 거리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러나 마음만은 하루 종일 따뜻한 온기로 채워져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님들의 얼굴에는 세월을 지나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여유와 평온이 담겨 있었다. 젊은 날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차분한 노년이 더욱 깊은 빛을 띠는 듯했다.


오늘의 만남은 단순한 모임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세월이 흘러도 인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인연 속에서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월은 흘러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진 인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다시 만나 안부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선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음에 오늘도 마음 깊이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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