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 (무농)

감사한 일

by 나무나루주인

고요 속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 (무농)


조용한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거실에서 책을 펼쳐 들고 앉아 읽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창밖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주변에는 그 무엇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이런 순간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책장을 넘기다 잠시 생각에 잠기고, 다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은 어느새 한층 고요해진다.


문득 이런 평온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지난날의 분주한 삶 속에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 순간,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은 충분히 충만해진다. 때로는 세상에 나 혼자 남은 듯한 자유로움 속에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조금은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세상일이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그 또한 자연스러운 감정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흔히 바쁜 일상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삶의 깊이는 오히려 이러한 조용한 순간 속에서 더욱 또렷해지는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장 풍요로운 상태에 머문다. 그저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시간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한 감사와 충만함이 밀려온다.


바쁜 일상의 틈 속에서 잠시 한가로움을 누릴 수 있는 망중한(忙中閑)의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는 사실 또한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삶은 늘 분주하게 흐르지만, 그 속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이 망중한의 시간은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들고,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게 하는 작은 쉼표와도 같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평온한 시간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려 한다. 세상사와 잠시 거리를 두고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이 고요한 순간과 망중한의 여유에 감사하며, 천천히 나 자신과 마주한 하루를 마음 깊이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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