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일
다시 시작하는 주말의 작은 여행 준비 (무농)
추위가 길게 이어지던 겨울 동안 잠시 멈춰 두었던 나만의 작은 약속이 있다. 매주 주말, 새로운 곳을 찾아가 작은 추억을 쌓는 일이다. 거창한 여행은 아니지만,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풍경을 만나고 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춥다는 핑계를 대며 그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3월 중순이 되어 버렸다.
돌이켜보면 꾸준함이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기보다 작은 실천에서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소한 이유 하나가 마음을 흔들 때가 많다. 날씨가 춥다는 이유, 일이 바쁘다는 이유, 몸이 조금 피곤하다는 이유. 그렇게 미루고 또 미루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처음의 다짐도 점점 흐릿해진다. 아마도 그런 작은 게으름이 그동안 나를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우선 가깝고 찾기 쉬운 곳에서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려 한다.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다시 걸음을 내딛는 마음일 테니까.
이번 주말에 찾기로 한 곳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정약용 선생의 생가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흔히 ‘두물머리’라 불리는 곳에 자리한 곳이다. 이름처럼 두 물이 만나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풍경 속에서 역사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고 한다.
정약용 선생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로, 수많은 어려움과 긴 유배 생활 속에서도 나라와 백성을 위한 사상을 고민하며 수많은 저서를 남긴 인물이다. 그의 삶을 떠올리면 언제나 한 가지 생각이 마음에 남는다.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사람의 깊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생가를 찾는 일은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 조용히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물머리는 자연 풍경으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강물이 만나는 잔잔한 풍경과 넓게 펼쳐진 하늘, 그리고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자연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막 봄으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는 어딘가에서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바람 속에도 조금은 부드러운 온기가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이번 나들이에 거창한 계획은 없다. 유적지를 천천히 둘러보고 강가를 따라 걸으며 자연의 흐름을 느껴보고 싶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쉽게 지나쳐 버리기 쉬운 풍경들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계절이 바뀌는 공기의 냄새도 천천히 느껴보고 싶다.
생각해 보면 여행은 멀리 떠날 때만 시작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디론가 가 보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여행은 이미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단지 방문할 곳을 찾아보고 동선을 살피며 주변의 작은 맛집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뿐인데도 마음 한편이 설레기 시작한다.
아마도 사람은 새로운 풍경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조금씩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자연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번 주말, 두 물이 만나는 곳에서 봄의 기운을 천천히 마주해 보려 한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걷는 그 시간 속에서 일상을 다시 살아갈 작은 활력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