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식탁에서 되살아난 삶의 온기와 인연(무농)

감사한 일

by 나무나루주인


소박한 식탁에서 되살아난 삶의 온기와 인연(무농)


몇 해 전 부동산 PF 시장이 활기를 띠던 시절 함께 일했던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파트너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좀처럼 없었는데, 모처럼 시간을 맞춰 점심을 함께하게 된 것이다.


문정역 근처의 한식 뷔페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예전 같으면 조금 더 근사한 식당을 찾았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편안하게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그동안 미뤄 두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웃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오랜만의 만남이지만 시간의 간격은 금세 사라지고 예전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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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당에서 모임을 하려면 인당 3~4만 원은 써야 체면이 선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그러나 오늘처럼 평범한 직장인들이 점심을 해결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았다. 익숙한 밥과 반찬을 마주하고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오래전 함께했던 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지난주까지는 연세가 지긋한 분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는데, 오늘은 비교적 젊은 오십 대의 옛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 역시 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이의 숫자는 그대로지만 마음만은 잠시 활력을 되찾은 듯했다. 삶에서 이런 순간들이 예상 밖의 에너지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요즘의 시장 상황으로 이어졌다. 중동의 무력 충돌과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이야기까지 화제가 넓어졌다. 외부 변수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몇 년째 침체된 부동산 개발 시장에 대한 걱정도 빠지지 않았다. 오늘 만난 지인들 역시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지금까지 잘 견뎌 왔고, 기초 체력이 다져지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의 말을 나누었다.


돌이켜 보면 이런 평범한 만남이야말로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장소나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좋다. 오랜 인연을 다시 만나 음식을 나누고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다시 삶의 온기를 느끼게 된다.


오늘의 점심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마음에는 잔잔한 감사가 남았다. 함께했던 인연이 시간이 흘러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다가왔다. 아마도 감사라는 감정은 거창한 사건 속이 아니라 이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더 또렷하게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쪽 지방에서는 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했고 마을마다 봄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겨울을 지나 꽃이 피어나듯 우리의 삶도 때로는 멈춘 듯 보이다가 어느 순간 다시 생기를 되찾는다.


온 동네에 봄꽃이 만개하듯 우리네 삶에도 따뜻한 향기가 번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늘처럼 평범한 하루 속에서 작은 감사와 오래된 추억을 다시 꺼내 마음에 담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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