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다량 있으니 싫은 분들은 보지 마시오.
<오징어 게임>이 처음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을 때의 그 충격과 공포를 기억한다. 잔인한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이지만 유명세 때문에 궁금해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정말 안 볼 생각에 유투브로 줄거리까지 다 공부를 했는데, 그래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줄거리를 알고 있음에도 본편을 보았고 순식간에 몰입되었다. 최대의 반전인 오일남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다 알면서도 재미가 있었다.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재미’만으로 취향을 넘어서 버리는 체험을 그때 하게 되었다.
<오징어 게임2>는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안 나오려다가 <오징어 게임>이 인기가 많아서 제작된 시리즈인 만큼, 여러가지로 허술할 것이 예상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나오는 감상평에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예상대로 내용은 <오징어 게임1>만 못하다는 평이 많았으나 그래도 재밌게 본 사람들도 있어서 궁금했다. 과연 어느 부분이 재미가 있고 어느 부분이 실망스러웠을지. 그리고 어제, 드디어 <오징어 게임2>을 다 보게 되었다.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생각보다는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1편보다 루즈해진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보던 시리즈를 중단할 만큼은 아니라서 공개된 7화까지 쉬지 않고 봤다. 연출도 색감도 나쁘지 않았고 가끔씩 게임 중에 K팝이 나와서 분위기를 깨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불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가지로 1편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주인공 성기훈의 행동에 개연성이 없어서 인물의 매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성기훈 캐릭터는, 1편에서는 찌질하면서도 온정이 있는 인물로 그려져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갔다. 그것은 서울대 출신의 똑똑한 상우 캐릭터와의 대비로 더 극명하게 드러났던 특성이었다. 상우는 확실히 머리를 잘 썼으나 야비한 면이 있었다. 특히 구슬치기에서,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는 딱한 사정의 외국인 노동자를 속여 구슬을 따먹는 모습에서 그런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났다. 배가 찢어져서 사경을 헤매는 새벽이를 죽인 것도 상우였다. 하지만 그런 상우가, 머리를 써서 팀을 이기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기훈은 상우처럼 똑똑하지는 못하지만, 아픈 새벽이를 돌보려고 하고 남을 속이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기훈과 상우가 맞붙었을 때, 나는 결론을 알고 있음에도 기훈 캐릭터를 응원하게 되었다. 갖은 야비한 짓으로 그 자리까지 오른 상우보다는, 조금 우둔한 면이 있어도 정직하게 살았던 기훈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훈 캐릭터가 2편에서는 완전히 달라진다. 물론 기훈이 다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목적은 상금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서이므로 1편과는 이유 자체가 달라지기는 했다. 그래서 그는 첫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자신이 나서서 사람들을 진두지휘하여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살린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거기까지다. 그 다음 게임부터는 기훈이 1편에서 하지 않은 게임이 나와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고, 사람들은 계속 죽어간다. 사건은 사람들의 갈등이 심화 되면서, 드디어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까지 왔을 때 벌어진다. 1편에서도 있었던 상황이었고, 기훈도 예측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훈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상대편을 방어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훈은 총을 든 관리자들을 습격하자고 한다. 자신들이 이렇게 된 것은 그들의 탓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강한 의문이 든다. 관리자들도 어떻게 보면 최종 관리자에게 복종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들은 무기를 가졌고 게임 참가자들보다 여러가지로 유리한 상황이다. 굳이 그들에게 도전하는 것은 개죽음이 될 뿐이다. 게다가 게임 참가자들은 게임을 해서 돈을 벌려고 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왜 성기훈 한 마디에 목숨을 거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상우가 살아 있었다면, 그리고 모든 상황을 알았다면 조금 다르게 머리를 쓰지 않았을까. 관리자 중 한 사람을 구워 삶아서 최종 보스를 만난다든가 하는 식으로. 아니면 관리자들에게 빼앗은 총으로 최종 보스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게임 참가자들을 위협해서 모두 게임을 멈추는 것을 선택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총을 빼앗는 것이 규정 위반이라면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굳이 관리자들과 다투는 것은 가장 최악의 수이다. 총으로 무장하여 싸우는 모습이 무슨 시민군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했는데, 시민군이라고 보기에는 개연성이 너무 없어서 내내 물음표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각 개인의 서사도 1편에 비해 빈약하다. 짧고 강렬했던 1편의 주인공들보다도, 비중은 없는데 분량은 지나치게 긴 느낌이 든다. 그나마 비중이며 임펙트가 강했던 캐릭터가 트랜스젠더 현주 캐릭터였다. 보통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생각이 나는 이미지인, ‘남성인데 여성인 척을 하는 모습’이 현주는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전투 장면에서 여성의 모습으로 앞장서서 총을 들고 공격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짧게 이야기한 서사도 공감이 갔다. 하지만 다른 서사들은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도 않고 임펙트가 강하지도 않다. 특히 어머니와 아들 캐릭터는 무언가 신파적인 장치를 넣으려고 한 것 같은데, 어머니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우리가 늘 생각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라서 오히려 몰입감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게임을 하는 과정이라든가 어떻게든 살고 싶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 것은 몰입감을 높이는 장치였던 것 같다. 1편에서의 장점들이 2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서 7화까지 멈추지 않고 보기는 했다. 과연 시즌3에서는 가장 문제였던 개연성 부분이 어떻게 해결이 되었을까 궁금하다. 내내 기훈을 속이고 같은 편 행세를 했던 프론트맨이 드디어 기훈을 생포하는 것에서 끝이 났는데, 이후 기훈은 어떻게 되며 나머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프론트맨은 어떤 서사를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하긴 하다. 그런 궁금증을 남긴 것을 보면 <오징어 게임2>도 실패작만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