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심리학이 있는 줄 몰랐다
수강신청이 시작되고, 내가 가장 먼저 선택을 한 과목이 바로 '자살 심리학'이었다. 세상에, 자살에도 심리학이 있다니. 종종 자살 충동을 느끼며, 생명의 전화를 걸어볼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한 전력은 있는 내게 그 과목 이름은 매우 달콤해 보였다. 뭘 배울까,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게 될까, 그러면 나하고 비슷한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를 알게 되는 것일까. 기대감으로 첫 수업을 들어가게 되었다.
수업은 예상 외로 재미가 없었다. 한 차시는 내내 통계만 들여다 보기도 했다.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짜여진 커리큘럼은 체계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면 '심리학 개론'의 경우에는 1차시에는 '00심리학' 2차시에는 '00심리학'이 나오고 '가족 상담'의 경우에는 각종 가족 상담 이론들이 차시별로 소개가 된다. 그런데 '자살 심리학'은 그럴 수가 없었다. 자살만을 목적으로 한 이론도 없었거니와 그렇게 정리한다고 하더라도 자살 심리나 자실 상담에 대해 잘 소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자살 심리학'은 애초부터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불가능한 과목이었다.
그래도 나는 월요일, 새로운 차시의 수강이 시작되면 '자살 심리학'을 제일 먼저 들었다. 뭐라도, 그냥 마시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것이 통계든, 아니면 자살을 하는 이상 심리이든. 내 문제에 대한 답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실상은 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엉뚱하게 공부를 하고 있는 모양이 우습기도 했다. 그래도 몇 가지 의외의 것들을 배우기는 했다. 그중 하나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자살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 차시 내내 통계를 배울 때에 알게 된 정보였다. 보통은 자살 시도는 여자가 더 많이 하고, 자살하고 싶다는 말도 여자가 더 많이 하지만, 실제 치명적인 자살 시도는 남자가 더 많이 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자살에 성공하는 남자가 여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것은 여자는 그래도 말을 하면서 제 기분을 풀기도 하는 반면 남자는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 남편만 생각해 보아도 진짜 목끝까지 고통이 차오르기 전에는 잘 말을 안 하는 사람이다. 나는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사는 편인데, 남편이 힘들다고 하면 그건 진짜 죽고 싶다는 말과 동급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남편이 난데없이 직장 스트레스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말이 좀 장난스러웠다. "지금 00가 나한테 이러는데, 괜찮아. 내가 일부러 이렇게 했거든."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 모양을 예전에는 나도 가볍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자살 심리학'을 배운 나는 그의 태도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진짜 자칫하다가 죽으려는 거 아냐, 이거.' 그는 웬만해서는 직장에서의 일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힘들다 소리를 안 하는 사람이, 실실 웃으면서 하는 말이라도 나는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솔직히 말했다. "내가 자살 심리학을 배우는데, 거기에서 보니까 남자가 여자보다 더 자살률이 높대. 혹시 그런 생각하는 거 아니지?" 남편은 내 말에 공감하면서, 정말로 그렇다고 했다. 웃었지만 속으로는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했던 것이다.
때로 아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나를 이해하는 것에서도 그렇지만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부쩍 앞으로 다가온 중간고사를 생각하면 벌써 깝깝하지만, 그래도 이번 학기 이런 소소한 배움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잘 살아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