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와 고전적 조건화

by 나무나비

고전적 조건화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파블로프의 개'는 다들 안다. '파블로프의 개'란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가 한 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파블로프는 소화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먹이를 주지 않아도 개가 침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즉, 종을 치면서 먹이를 주는 행위를 반복하면 나중에는 먹이를 주지 않고 종만 쳐도 침을 흘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고전적 조건화' 이론으로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이론이다. 고전적 조건화는 광고와 다양한 학습 상황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미지가 매우 좋은 배우가 있다. 그 배우와 맥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그 배우가 맥주를 아주 맛있게 마시는 광고를 여러 차례 보여주면, 사람들은 맥주 역시 그 배우처럼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저도 모르게 다양한 맥주 중에서 그 맥주를 고르게 된다. 학습을 할 때에는 다음과 같이 활용될 수 있다. 어떤 아이가 문제를 풀 때마다 사탕을 받는다. 아이는 문제 푸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으나, 사탕을 받을 때의 좋은 기분으로 문제를 풀기 시작하니 나중에는 사탕을 받지 않아도 문제만 풀어도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작가들도 이러한 고전적 조건화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대개 첫 작품이나 그 다음 작품까지는 재미로 쓰지만 점점 작품을 쓰는 것은 작가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되어 간다. 일종의 직업이 되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가면서 노트북을 늘 챙겨 다녔다. 여행지에서, 분위기 좋은 호텔에서 멋진 야경을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면 생각나지 않던 것도 술술 글 속에 풀어지곤 했다. 여행지에서의 설레고 행복한 기분이, 글을 쓸 때의 기분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집에만 갇혀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걷거나 샤워를 하거나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 것 역시 고전적 조건화와 관련이 있다. 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작가에게 매우 고역이다. 이럴 때 억지로 '생각해야 해'라고 머리를 쥐어뜯으면 정말 머리카락만 없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산책을 할 때의 신선한 바람을 느끼는 일, 샤워를 하면서 몸이 깨끗하게 씻기는 일, 가벼운 여행을 통해 맛있는 것을 먹고 휴식을 하는 일 등은 파블로프의 개가 먹이를 먹는 것처럼 작가를 충족시킨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글을 쓰는 일은 작가에게 고역이거나 딱히 행복감을 주는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좋은 기분'과 관련이 되면 어느새 글을 쓰는 것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작가들에게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취미를 넘어서서 새로운 작품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되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자신이 쓰는 장르이든 혹은 전혀 다른 장르이든, 뭐든 읽으면 그것은 작가들에게 자산이 된다. 특히 나는 영상보다도 글로 쓰여진 매체들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 늘 글에 파묻혀 있는 상황에서 또 글을 보아야 하는 것이 저도 모르게 지치게 되는 것이다. 글을 안 보면 작가들의 글은 발전할 수 없다. 그럴 때에, 집에서만 아니라 새로운 공간에서 책을 읽는 것도 나는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을 갈 때에 노트북과 함께 책도 챙겨 간다. 같은 책이라도 장소에 따라 읽는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선한 공기와 색다른 분위기,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 속에서 책을 읽으면, 그 책 역시 내게 설레는 기분을 준다. 집에서는 도통 재미 없어서 읽을 수가 없었던 그 책이 말이다. 지하철과 같은 곳에서(불행히도 멀미가 심해서 버스에서는 책을 읽지 못한다) 책을 읽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다. 각종 지하철 소음들을 귀로 들으며 눈으로는 책을 읽으면 그 모든 것이 결합되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작년엔가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다. 나는 종종 짧게라도 혼자 여행을 떠나곤 한다. 육아와 글쓰기로 지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노트북을 들고 가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다. 일본으로 간 날 나는 하필이면 독서 모임을 하고 있었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그 모임은 내가 일본에 도착하는 그 날 밤에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책으로 구입을 하고, 비행기에서부터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동안 내내 나는 책에 빠져 있었다. 그날 밤, 이국의 한 작은 료칸에서 독서 모임을 하면서 나는 기묘한 행복을 느꼈다. 작은 다다미방에서 내 모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묘하면서도 좋았다. 지금도 그 책을 보면 나는 그 작은 다다미방과, 아무도 오지 않는 작은 욕실에서의 심한 락스 냄새가 생각난다.


행동주의 이론에서는, 인간의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대신에 외부의 어떤 조작을 통하여 얼마든지 사람들을 교육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은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고 완전히 틀리지도 않는다. 내가 싫어하는 것, 피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결합하여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필수적인 책 읽기나 작품 쓰기 등의 활동들을 지속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들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더 좋은 결과들을 맞이할 수 있다. 어제도 나는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에 갔다. 받은 쿠폰을 가지고 달달한 캬라멜향이 나는 커피와 함께 바쁘게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니 내 작품에는 커피향이 가득할 것이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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