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별, 같은 나이, 같은 학력에 그 외의 조건 역시 비슷해도 그가 세상에 대응하는 방법은 제각각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응의 결과로 오는 피로도 역시 모두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직장에 가도 며칠 사이에 완벽하게 적응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그들이 입으로 말하지 않은 것까지 미리미리 파악해 내어 사랑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 간 지 1년이 되어도 여전히 긴장하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끊임없이 내외적으로 갈등한다.
보통은 이러한 이유를 성격의 차이에서 찾고, MBTI 신봉자들은 I와 E의 차이(내향형과 외향형의 차이)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 관계 이론은,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가족 중에 가장 가까운, 애착 관계를 형성한 가족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떤 사람은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사소한 것들을 이유로 비난을 받아 왔다. 그는 엄마로부터 ‘너는 사랑 받을 수 없는 존재다’ ‘너는 노력을 해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주입 받고, 그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판단한다. 나중에 이 사람이 자라서 회사에 가면, 회사 사람들이 별말을 하지 않아도 ‘나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존재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위축되어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사정을 모르는 회사 사람들은 ‘저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릴 생각이 없구나.’ 내지는 ‘저 사람은 적응을 잘 못하는 내향형인가 보다.’라고 판단하며 그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웹소설 작가도 마찬가지다. 작가라고 하면 보통 혼자 글을 쓰니까 사회 생활을 안 한다고 생각하지만, 웹소설 작가야말로 사회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직업이다. 왜냐하면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웹소설 작가야말로 자신의 글을 독자들에게 내던져서, 그들의 평가를 여과없이 받아야 하는 매우 ‘사회적인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댓글을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출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친밀한 양육자에게서 좋은 피드백을 받지 못한 작가는, 독자들에게 내보이는 글을 쓸 때에도 그들의 눈치를 볼 수 있다. 어떤 작가들은 독자들의 악플을 받아도, 조금 시간이 흐르면 툭툭 털고 자기가 원하는 작품을 써낸다.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소수의 악플 때문에, 작품 전체를 바꾸다가 자신이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것은 그 소수의 악플에 어릴 적이 기억이 연합되어, ‘나는 글을 쓸 자격이 없는 작가다’ ‘나는 어떤 글을 써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 중에는 그렇지 않은 작가들도 있다. 양육자와 극도로 안 좋은 관계를 지나왔더라도, 그것을 현재 어떻게라도 극복하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쉽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써야 할 작품들을 써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작가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 원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자신이 글을 잘 쓰지 못해서 혹은 독자들의 잘못된 피드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양육자와의 관계가 자신의 작가 생활에까지 영향을 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런 작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어떻게든 극복하라는 말보다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잘못 맺었던 관계의 책임은 아이였던 작가에게 있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그 관계의 굴레가 보이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매우 힘들 수 있고, 독자들의 사소해 보이는 악플에도 마음이 휘둘릴 수 있다. 그런데 어릴 적 잘못 맺었던 관계가 꼭 안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부모에게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던 작가라도 그런 자신의 상황을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그것을 작품에 녹여내면, 굉장히 깊이가 있는 소설을 쓸 수도 있다. 자신의 현 상태를 이해하고 나서 독자들의 댓글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조절할 수도 있다. 과거의 책임은 작가에게 있지 않아도, 현재의 책임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