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기 몇 달 전부터 어디로 갈지 우리 부부가 먼저 의논을 했고, 큰 아이가 5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한국사 수업이 시작되니 역사 여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역사 여행하면 누구나가 바로 떠올리는 그곳 경주! 경주로 결정하고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경주는 꼭 애들 때문이 아니더라도 예전에 우리가 살 던 곳이니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여러모로 설렜다. (특히 날마다, 정말 매일 봉황대 앞에서 커피를 마시던 남편이 꼭 가고 싶어 했다.)
그 후 남편과 계속 의논하면서 일정을 짜고, 항공권 예매, 숙소 예약 등을 진행했다. 또한 휴가가 끝나면 일주일 늦게 개학하는 아이들 케어를 위해 휴가 후반부에는 부산 친정에 맡기는 계획과 아이들이 제주로 돌아오는 일정까지 더한 항공권 예매까지 마쳤다. 부산에서도 2박 3일 머무를 예정이어서 부산 일정까지 더해져서 휴가 1일, 1일마다 동선과 계획이 필요했다.
이동은 모든 동선이 렌터카로만 이루어지면 비용도 비싸거니와 제주 아이들에게 우등버스, 기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서 여러 교통수단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이 모든 계획들은 부부가 의논했지만, 파일을 작성하고 예산 설정 등은 다 남편이 담당했다.
가기 전 준비로는 애들에게 경주 관련 책 3권을 다 읽게 하고 독서록을 쓰게 했고 함께 유적지 공부를 했다.
경주 가기 전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책들
경주에 간다고 하니 꼭 관람해야 할 유적지는 다 가고 싶고, 경주에서 살았을 때 갔던 단골식당과 카페도 가 보고 싶고, 숙소에 있는 수영장도 이용하고 싶고, 경주 브랜드 공연 뮤지컬도 관람하고 싶고, 경주 맛집투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먹고 싶은 것도 있고, (교리김밥, 천년한우) 경주까지 갔으니 비단벌레 차도 타 봐야 되겠고, 그래서 일정에 다 차곡차곡 집어넣어서 결국에는 다 이루고 돌아왔다. (이루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그건 차선 플랜 B였으므로 넣어 두었다.)
리모델링을 마친 뒤라 더 근사했던 경주국립박물관. 읽었던 책을 들고 다니며 책에서 봤던 내용을 확인하며 좋아했다.
호텔 조식도 못 먹고 아침 7시 30분에 나가는 다소 강행군인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착 착 맞아떨어지고, 다 이루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은 정말 좋았다.
경주 2일 차에는 비예보가 있었고, 비단벌레 차가 전 날에도 우천취소가 되었던 터라 조금 마음을 졸였지만 무사히 탑승 완료를 했다. 비가 와서 기온이 내려갔고 흐린 날씨여서 야외였지만 덥지 않게 체험하니 좋았다. 해설사 분의 설명을 들으며 넓은 공간을 차로 간단히 이동하면서 바람을 쐬며 둘러볼 수 있어서 또 좋았다.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는 미리 예매를 해야만 이용 가능하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비단벌레 차에서 내려서는 바로 교리김밥에서 김밥을 픽업해서 석굴암으로 이동하며 차 안에서 먹었다. 비가 와서 길은 질척였지만, 석굴암 가는 길이 산책로처럼 잘 되어 있어서 산책하기 좋았다. 다음으로 불국사로 이동해서 관람을 잘 마쳤다.
숙소에서 간단히 물놀이를 하고 미리 예매해 둔 국립정동극장에서 기획하고 공연하는 경주 브랜드 공연 뮤지컬을 관람하러 갔다. 국립극장에서 주관하는 거라 공연 관람비가 저렴한데, 퀄리티는 좋은 공연으로 경주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해마다 주제가 다르고 이번에는 선덕여왕을 주제로 한 '태양의 꽃'공연이었다.
오랜만에 뮤지컬 관람이어서 그런지 정말 재미있었고, 배우들의 열연과 미디어아트로 배경 구성도 쏠쏠한, 퀄리티도 좋은 공연이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 옛날사람이어서 그런지 배경이 미디어아트식으로 다채롭게 되는 걸 보고 기술이 좋구나! 하며 감탄하기도 했다.
국립정동극장의 경주 브랜드 공연
다음 날은 부산으로 이동이 예정되어 있고 부산에서의 일정도 빡빡했던 터라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짧은 경주 여행을 마무리해야 했다.
아이들이 커가니 여름휴가에 물놀이 이외에도 함께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기획한 여름휴가는 아이들도 대만족, 우리 부부도 대만족이었다.
경주 역사여행을 마치고 가족 모두가 롯데 팬이라 미리 예매해 둔 롯데 야구 경기를 직관하며 부산 갈매기를 외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던 여름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