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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ul 05. 2023

장마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제주는 고사리장마부터 시작했어요

하루 걸러 하루 비가 오니 안 그래도 습한 제주에서 더더욱 물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온습도계에 찍힌 습도 max를 보노라면 여기가 물 속인지, 물 밖인지 알 수가 없는 물아일체의 생활이 계속이다.

제습기는 방방마다 팡팡 돌아가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에어컨의 바람이 없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오늘 새벽에도 그리 시원하게 -무섭게- 비가 내리치는 것을 보았는데 다행히도 아이들이 등교할 때쯤은 비가 잦아들어 안도했다.



장마철이면 그전부터 준비해 두는 필수품 세 가지는 장화, 우산, 비옷이다. 상큼하고 눈에 확 띄는 노란색 우비와 장화는 이미 졸업한 지 오래다. 이제는 무채색의 우산과 장화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가 너무 무늬 없는 것은 싫다고 하고 엄마 마음에 투명창 하나는 있어야 시야확보가 될 듯해서 투명창이 하나는 있는 우산. 아직 키가 작은 둘째를 위해 우산 대의 길이를 고려해서 고심 고심하며 쿠팡을 뒤진다. 키가 작아서 53cm, 또는 55cm 길이의 우산을 고르고, 투명창이 있으며 좋아하는 어벤저스까지 들어가 있는 걸로 고르면 이미 눈이 빨개진다.


 그리고 한 명당 한 개의 우산만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니 적어도 2개에서 3개까지도 여유우산으로 구비해 둔다. (학교에 두고 오고, 학원에 두고 오고, 우산이 제 자리에 없을 때가 많다.)




등교 시에는 비가 오지 않아 장우산을 들고 가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가방에 쏙 들어가는 3단 우산을 준비했다. 그런데 3단 자동우산이 펴고 접기 무겁고 힘들다는 둘째의 합리적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이제는 쿠팡뿐 아니라 해외배송을 뒤져서 김밥우산이라는 별칭이 있는 175g의 가볍고 얇은 2단 접이식(손 보호가 되는), 투명창까지 있는 우산을 준비했다. 고학년 첫째를 위해 이마저도 색깔을 고심해서 몇 가지 안 되는 선택색상 중에서 남색으로 준비했다.


그래서 이제 다 되었거니 했는데,  이번엔 장화가 작다고 했다. 다시 도와줘요, 쿠팡을 외치며 로켓으로 사이즈를 업해서 장화를 주문했다. 주문 전 색상을 물어보고 컨펌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2년 새 주문한 우산과 장화. 둘째 장화는 물려받으면 되니 감사



제주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비가 하늘에서 수직으로 쭉쭉 떨어지는 게 아닌, 옆으로 비가 내린다. 그래서 우산을 써도 비를 맞아 옷이 젖을 때가 많다. 마지막 필수품 한 가지인 비옷이 필요하다. 바람막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치렁치렁 두꺼운 비옷도 아닌, 잠자리 날개처럼 얇디얇은 잠바를 하나씩 준비했다.


이만하면 장마철의 엄마가 해 줄 준비가 끝났냐고 자문하고 싶을 때, 가방 앞에 혹시나 하는 손수건과 여분 양말, 젖은 양말을 넣을 비닐 하나까지 준비해 주면 정말 끝이다.




아차차. 현관 앞 정처 없이 늘어져 있는 우산들을 볼 때 속이 시끄러웠던 걸 깜박할 뻔했다. 자리는 차지하지 않고 우산들을 야무지게 모아 일렬로 잘 세워 줄 작은 우산꽂이 하나도 주문했으니 이제 끝이다. 이 역시 검색하고 검색하고 검색해서 얻어낸 나의 찐템이다.


크게 자리 차지 하지 않고, 우산에서 떨어지는 물도 잘 받아주는 고마운 우산꽂이, 열혈 검색으로 알아낸 찐템



그런데 휴식차 들어간 SNS에 나에게 꼭 필요하고 하나 있었으면 했던 초경량 미니 3단 우산 광고가 떡 하니 바로 보인다. 벌써 AI에게 들켰나 보다.

하. 씨. 어떡하지. 저 우산 출근할 때 가방 속에 쏙 넣어가면 자리 차지도 않고, 가볍고 딱인데. 어머머! 게다가 양산겸용이잖아!


이렇게 장마철을 보내며 엄마의 준비는 물 새는 하늘에서 물 샐 틈 없이 착착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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