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명저 '총. 균. 쇠'로 국내에서도 매우 유명하다. 이 책은 각종 다양한 문명의 몰락 과정을 보여준다. 많은 이상 기후 현상이 문제가 되는 요즘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데,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문명이 붕괴하는 이유를 다음의 다섯 가지 케이스의 복합적인 작용이라 설명한다. 이는 (1) 인간의 생태계 파괴, (2) 환경의 변화, (3) 외부의 우호적 집단의 지원 중단, (4) 비우호적 집단과의 갈등, 마지막으로 (5)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다. 즉 한 사회의 붕괴는 오롯이 내부에만, 혹은 외부에만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의 다양한 우환이 상호작용하며 일어나는 것이다.
다만 문명의 붕괴는 '붕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달리 점진적으로 다가오기에 쉽사리 인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많은 문명이 찬란한 과거를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폴리네시아부터 그린란드 까지, 역사 속 다양한 사례들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미국 몬태나 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존하지 못하고 개발에 뛰어들어 환경 파괴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다음무대는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이다. 모아이 석상으로도 유명한 이스터섬은 권위의 상징인 모아이 석상 건립에만 사회 자원 대부분을 탕진하며 붕괴의 길에 들어섰다. 핏케언섬과 헨더슨 섬은 서로 간의 무역 시스템이 망가지며 붕괴하게 되었으며, 아메리카 대륙의 아나사지문명과 마야 문명은 잦은 전쟁과 자원낭비, 적대적인 외부세력에 의해 붕괴를 맞이하였다.
다음 장은 추운 곳으로 이동한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로 이주한 바이킹의 정반대의 역사적 사례를 언급한다. 그린란드에 정착한 이들은 종교적인 허례허식에 빠지고 자신들의 정체성의 뿌리라 믿는 유럽에만 과도하게 의존하였으며, 이미 정착한 이누이트 족의 삶의 지혜를 무시하고 배척하며 몰락한다. 반면 아이슬란드에 정착한 이들은 척박한 기후 때문에 농축업 보다 어업에 집중하는 등 극단적인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한다.
일본과 뉴기니가 상의하달과 하의상달식으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례와 현시점에 각종 문제를 직면한 르완다, 아이티, 중국과 호주 등의 사례도 이어진다.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오답노트다
예전에 수험생 시절 한 강사의 조언이 떠오른다. 많은 학생이 합격수기 같은 걸 읽는데 실패수기(비록 그런 것이 발행되지는 않지만)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의 요지는 떨어진 사람들이 했던 짓을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다.
왜 이전의 문명들은 똑같은 혹은 유사한 실수를 반복했을까? 그들은 몰랐다. 그들의 선조가 무슨 이유로 사라져 갔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발전된 과학기술과 축적된 역사적 기록들로부터 우리는 알 수 있다. 우리는 역사 속 수많은 실패 수기를 반면교사 삼아 직면한 문제를 타파할 지혜를 얻어야 한다.
현 인류가 당면한 붕괴의 위협인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우리
하지만 기후위기를 목도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결국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 도쿄의정서, 파리협약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뭔가를 하긴 했지만 사실 인류는 노력하는 척만 했다.
정치인들의 '내 임기만 아니면 돼(님티)'라는 몰지각한 태도를 보이고 경제 성장만 강조하는 근시안적인 정책들만 남발하였다. 그들에게는 성장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고, 당면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기후 위기는 뒷전이었다. 국민도 마찬가지이다.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정치인들에게 열광하고 표를 던져주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보다 당장의 안위만을 좇고 있다.
그 결과는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한다. 한반도의 기록적인 폭우, 동남아와 유럽의 역대급 더위, 미국의 엄청난 한파와 폭설, 수없는 산불까지. 최고, 최대의 수식이 붙는 기상 이변은 불과 한두해 사이에 빈번히 접한다.
앞으로 또 어떠한 기상 변화로 인류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까? 그럼에도 현재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반짝 유행했던 ESG는 뒷전이다.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개발보다 당장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는 화석에너지에 열광하고 기업 실적이 어렵다는 이유로 많은 환경적 규제를 풀어준다. 그렇다면 그냥 이렇게 흘러가도록 둬야 할까?
The Power of One
저자는 각종 위협 속 국가와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이와 더불어 우리와 같은 한 명 한 명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설파한다. 적극 동의한다. 나 하나가 분리수거를 잘한다고, 에너지를 아껴 쓴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어?라는 수억, 수십억 인류의 생각이 지금의 지구 상황에 크게 일조하였다.
현 상황을 외면하여 문명 붕괴의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이를 타산지석 삼에 슬기롭게 문제를 헤쳐나간 모범 사례가 될 것인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The Power of One' 대학 시절 감명 깊게 본 영화이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 미약하더라도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의지가 모이면 어떠한 강대한 위기라도 벗어날 수 있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잘하고,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의 물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의 물건을 불매하는 등 우리 한 명의 개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나 한 명의 힘이 의심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열렬히 전파하면 된다.
나와 내 사랑하는 가족이 살아가는 소중한 지구를 위해 나 자신의 힘을 과대평가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