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쫑쫑이 성장기 (3)
쫑쫑이는 아기 때 부터 먹는 것을 좋아라 했다. 감자볶음이나 계란찜 같은 소박한 반찬만 만들어 주어도 오목 오목 맛나게 먹었다. 어쩌다 잔치 국수라도 끓여주면 통통한 볼떼기가 터져라 어찌나 맛나게 먹는지...
밥을 먹다가
"쫑쫑아, 맛있어?" 하고 물으면,
"웅... 맛있어!" 하며, 입에 들어갔던 숟가락을 머리 위로 휘릭 넘겼다.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니라 리듬을 타며 휘릭 휘릭 넘겼다. 밥이 조금 맛있으면 이마까지, 더 맛있으면 정수리까지... 가끔씩은 머리 뒤꼭지 까지 숟가락이 넘어가곤 했다. 쫑쫑이 숟가락이 리드미컬하게 머리 위로 휘릭 휘릭 넘겨 지면, 밥을 먹다가 하하호호 웃음보가 터졌다.
어떨 때 새로 장만한 반찬이 없어 뭐할 때면, 그릇장에서 이뿐 그릇을 꺼내, 일본 벤또처럼 오밀 조밀하게 차려서 쫑쫑이를 헷갈리게 했다. 그런 날에도 쫑쫑이는 종종 숟가락 헹가래를 쳐주며 맛나게 밥을 먹었다.
쫑쫑이의 숟가락 헹가레에 웃음짓다 보면, 나 어릴 적이 떠올라 가슴이 따뜻해 질 때도 있었다. 막내 동생 어렸을 때, 친정 엄마가 우리를 놔두고 어딘가 외출을 나가면,
"엄마 어디쯤 왔노? 머리 한번 긁어 봐라~" 하면 동생은 작은 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뒷통수부터 긁으면 "아이고, 아직 멀었네!" 하였고, 이마빡부터 긁으면 "에고, 옴마 바로 여 앞에 왔네!" 하며 엄마를 기다렸었다.
쫑쫑이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가끔 밥 숟가락을 휘릭 휘릭 머리 뒤꼭지로 넘겨 제끼며... 즐겁게 밥을 먹었다.
"하이고... 그렇게 맛있나?"
이제 쫑쫑이는 엄마보다 요리를 더 잘 한다. 가끔씩 뚝딱 뚝딱 뭔가를 만들어내면...
"하이고... 이거 내다 팔아도 되겠다이!" 하며, 맛나게 얻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