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쥬디 Jan 19. 2022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

잊지 마, 네가 항상 우선이야!

쥬쥬야, 기다려. 엄마 다 했어.

엄마 지금 갈 거야. 기다려줘.

조금만 기다리면 돼. 금방 줄게.


내가 아기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안돼', '하지 ' 아닌 '기다려'. 훈련사들이 강아지를 교육할  쓰는 말을 내가 아기에게 할지 누가 알았을까.

8개월이 된 쥬쥬는 팔다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 기분이 좋으면 헤헤~ 웃으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린다. 반대로 기분이 나쁘면 우웅~ 소리를 내고 손으로 탁탁 탁자를 내려친다.




'기다려' 말하는 이유


그 사이에 사고가 일어난다. 갑자기 이유식 그릇을 뒤집고 뜨거운 무언가를 집어 든다. 행동이 커지면 사고도 커진다. 장난감에 머리를 박기도하고 쿵하고 뒤로 나자빠진다. 여기에 짜증과 울음은 기본이다.


문제는 내가 아기의 옆에 없을 때다. 이유식을 준비하거나 목욕물을 받을 때,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낼 때, 세탁기를 돌릴 때 등 아기와 조금 떨어져 있을 때 '기다려'를 외친다.


엄마 세탁기 돌리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줘, 금방 갈게.

이제 목욕물 다 받았어. 기다려, 뒤로 쿵 하면 안 돼.


입으로 기다려를 외치고, 눈으로 아기를 보면서 손과 발을 바쁘게 움직인다. 아기가 웃으며 날 바라보면 안심이지만 반대의 경우 불안감에 떨며 버퍼링이 걸린 사람처럼 자리를 맴돈다.


다행히 쥬쥬는 내가 '기다려'를 하면 조금 안심하는 눈치다. '엄마가 곧 나에게 와서 원하는 걸 해주겠지, 조금만 있으면 욕구가 풀리겠구나'하는 모습이다.

   

뱃속에서부터 기다린 아기


'기다려'를 남발하는 나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아기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과 좋은 음식, 장난감 등을 주려는 말인데, 결국 아기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임신기간 동안에도 태아인 쥬쥬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하루 종일 수많은 기사를 마감하며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쥬쥬가 불편한지 배를 툭툭 발로 찼고 그때마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쥬쥬야, 좁은데 같은 자세로 있으니까 불편하지.

미안해, 엄마가 얼른 일하고 편하게 쉴게.

기다려줘.  



앞으로 나는 쥬쥬에게 얼마나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해야 할까. 나중에 회사에 복직하면? 야근을 하면? 회식 때문에 늦게 퇴근하면?


쥬쥬야, 엄마 얼른 집에 갈게. 숙제하면서 기다려.

엄마는 일해야 하니까 혼자 놀고 있어. 쥬쥬가 기다릴 수 있지?


아이가 '더 이상 못 기다려. 엄마는 내가 항상 뒷전이지'라고 말하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잊지 마, 쥬쥬야. 넌 엄마가 가장 소원하고 간절히 기다린 사람이야. 우리 집 천사, 네가 항상 우선이야!    

작가의 이전글 770만 원 산후조리원의 악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