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재즈는 매번 다르게 연주됩니다. 재즈는 어쩌면 원곡이라는 규범을 위반하고 전복함으로써 그 의미를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재즈를 듣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도 같은 질문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우선 ‘Fly me to the moon’이나 ‘Over the rainbow’처럼 잘 알려진 재즈 스탠다드곡을 하나 검색해봅시다. 유투브도 좋고 음원 플랫폼도 좋습니다.
아마 엄청난 양의 검색결과에 놀라게 될 것이고, 그 곡을 연주한 엄청난 뮤지션의 숫자에 한 번 더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 엄청난 양의 음원들을 다 들어볼 수는 없고, 몇 개만 랜덤으로 들어보세요.
아마 단 한곡도 똑같이 연주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뮤지션의 색깔에 따라 모두가 다른 분위기의 ‘Fly me to the moon’이나 ‘Over the rainbow’를 연주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는 물론 ‘재즈’라는 음악 장르 안에 속하지 않는 음악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곡을 각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재즈의 감상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원본이라는 규범을 어떻게 위반하고 전복하는가에 말이지요.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이후로 음악 관련한 예능프로그램들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사마다 있던 오디션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등 가수들이 출연하여 다른 가수의 곡을 재해석해 부르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원곡을 부른 가수를 ‘충실히’ 따라 부르면 그 실력을 인정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음악 프로그램들의 영향으로 이제 대중들의 청취 수준이 달라졌습니다. 대중들은 더 이상 원곡의 재현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원곡의 색다른 해석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났을 때, 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줍니다. 그리고 원곡보다 더 ‘좋다’라는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이는 실용음악과 입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만 해도 ‘카피’를 완벽히 해간다면 합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카피’는 단지 ‘카피’일 뿐입니다. 그것은 나의 음악은 아닌 것이지요. 원곡을 나의 색깔에 맞게 어떻게 해석했는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실용음악과 입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는 보컬이라고 해서 과거처럼 ‘노래’만 불러서는 안되는 세상이 왔어. 곡을 쓰고 편곡도 할 줄 알아야 한단다. 자기의 색깔을 찾는다는 건, 목소리의 색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음악의 색깔을 말하는 거야. 목소리의 색깔, 가창력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것들을 놓친다면, 결국 남의 노래만을 부르는 가수가 될거야. 곡을 쓸 줄 알되,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느냐, 다른 작곡가에게 곡을 받느냐는 ‘선택의 문제’인 것이지. 직접 곡을 쓸 줄 아는 보컬이 다른 작곡가의 곡을 부르는 것과, 곡을 전혀 쓸 줄 모르는 보컬이 다른 작곡가의 곡을 부르는 것은 정말 다른 일이란다. 어떤 노래도 자신의 관점에 따라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대중들은 이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관점’이 어떤지를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 앞에서 언급한 재즈의 청취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재즈의 ‘대중화’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바가 아주 조금은 있습니다. 너무 성급한 기대인가요?
그렇지만 같은 상황도 관점을 바꿔서 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법이지요.
마치 재즈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