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예지 Oct 04. 2019

언어라는 감옥

조커 (Joker, 2019)


소쉬르는 말한다. “언어는 말의 사회적 측면이기 때문에 개인을 초월하고, 개인에 외재하는 것이므로 개인이 이를 수정하거나 창조할 수 없다.” 엄마의 언어, 직업의 언어는 그에게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이 된다.


아서 플랙은 이상하리만치 늘 웃어야 하는 인간이 된다. 결국 웃음은 병이 된다. 언어라는 상징으로 억압된 그의 실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현실을 위협하고, 그 때마다 멈출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가 집에 오가는 길, 늘 올라야만 하는 높은 계단처럼 그의 웃음은 고단하기만 하다.


난 그가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결국 언어의 감옥으로부터 그를 구원하는 것은 언어가 규정하는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가면 뒤의 진실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가면 자체가 진실이 되는 현실, 음악에 맞춰 기괴한 춤을 추며, 그는 그렇게 ‘조커’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실의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