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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지아 Feb 09. 2018

[인터뷰] 정릉에 사는 예술인들, 정릉예술인마을

더성북 | 남지아

사람이 있는 곳, 사람들의 이야기

정릉예술인마을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에서는 예술인들이 모여 산다. 이 곳은 관광지도 사업장도 아니다. 사람이 사는 집이지만 ‘정릉예술인마을’이라는 커다란 입간판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입주민들을 바라본다. 여기 산다는 이유로 시선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이제는 그 관심을 즐기고 재능을 공유하며 이웃과 소통하려고 한다.


그들의 열정만큼이나 뜨거운 어느 여름날, 정릉예술인마을에 입주한 <예술인 3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사진: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 글: 남지아




< 사진 ⓒ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




※<정릉예술인마을>은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주택을 매입·공급하고 성북구가 입주대상자를 선정하는 수요자 맞춤형 주택이다. 지역 예술인들의 활발한 예술 활동 및 주거안정을 위해 예술가들에게 주거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한다. 2016년 6월 준공했으며 모집 공고를 내자 110명이 입주신청을 했다. 현재 19세대 중 현재 18세대 입주했다.




 < 사진 ⓒ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 왼쪽부터 송인서(배우) , 문영선(입주민 대표, 배우), 이신성(음악인) >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이신성: 대중음악을 하는 프리랜서 음악가이다. 정해진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보컬 트레이닝, 작사·작곡 등 다양한 음악 작업을 한다. 와이프도 음악가이고 4살 된 아이와 함께 세 식구가 살고 있다.


문영선: 뒤늦게 연기를 시작한 연기자이고, 남편은 성북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치미술작가다. 현재 예술인마을 대표를 맡고 있다. 입주 전 예술인들과 성북구청에서 다 함께 만날 일이 있었다. 그 때 구청 담당자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이야기했다가 임시 대표가 된 것이 시작이 되어 입주 후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송인서: 직업은 배우이다. 연극·영화 분야의 정규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21살부터 극단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고향은 대전으로 26살에 상경을 했고, 1986년 창단된 서울의 한 극단에서 7년 동안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성북예술마을 입주자로 선정이 되어 좋은 분들과 함께 살고 있다.




< 사진 ⓒ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




정릉예술인마을은 어떻게 알고 신청 및 입주까지 결정했나?

이신성: 예술인마을 입주 전부터 정릉에 살았다. 정릉에 살기 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한성대입구역 근처에서 거주했는데, 정릉이나 한성대 인근의 정체된듯한 차분한 매력이 좋다.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면서 1년 정도 행신동(고양시 덕양구)에 살았고, 아이와 함께 다시 성북구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릉에 집을 구해 오게 되었다. 그렇게 정릉으로 이사한 지 두 달 만에 SH앱 공고를 통해 정릉예술인마을 입주 소식을 알게 되어 신청했다. SH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하 'LH')앱 공고를 평소 유심히 살펴보고 소식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공고 조건이 성북구 거주 기간이 오래된 신청자에게 유리해서, 잠시 다른 지역에 살다 온 사정을 입주 신청서에 자세히 썼다. 서류 점수(성북구민 거주자, 거주기간, 무주택, 자기소개서, 예술활동내역 등)와 면접 점수가 있는데, 면접 당시 그간의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설명한 부분이 입주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실제로 성북구에는 젊은 예술인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그들이 이 곳에 머물며 예술 활동을 하며 지역 발전에도 이바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공동주택을 지어주신 것 같다.


문영선: 남편은 설치미술가로 성북구에서 태어나 성북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결혼을 하면서 다시 3~4년 정도 성북동에 살았다. 성북동을 기반으로 여러 활동을 했는데 그 예로 성북문화재단 성북예술창작터의 윈도우갤러리, 17717갤러리, 스페이스 캔, 성북예술동(지역 시각예술 중심으로 공방·퍼포먼스·전시 등 연계프로그램)등이 있다. 그러던 중 함께 활동하는 작가들을 통해 모집 공고 소식을 듣고 신청하게 되었다.


송인서: 앞서 말씀하신 분들과 조금 다른 케이스다. 군대를 다녀오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연극인의 특성상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혜화동과 가까운 한성대입구역 부근을 거주지로 선택했고, 2~3년 정도 거주했다. 원룸 월세가 저렴하지 않아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젊은 나이라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지속될수록 배우로서 자기 개발(노래, 악기 등)이나 여유 생활을 할 수 없어서 남자임에도 우울증이 올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함께 활동하는 극단의 단원들이 힘이 되어줬는데, 어느 날 그들과 함께하는 SNS 대화방에 한 선배님께서 정릉예술인마을의 입주 공고 소식을 공유해주셨다. 평소 SH나 LH앱 정보는 알지도 못했기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심지어 120명의 수많은 단원 중 성북구에 거주하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도전했다.




< 사진 ⓒ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




정릉예술인마을은 어떻게 운영 되나?

문영선: 세대별 입주민들의 사정과 형편에 따라 전세 및 월세 모두 가능하다. 임대 계약 및 임대세, 관리비 등 모두 SH가 관리한다. 2년 계약에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제공은 고마운 일이지만, 살면서 불편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 SH에 요청한 것들이 무산된 바 있어 아쉽다.


이신성: 운영에 있어 모든 것이 좋을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집값이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기 때문에 이 곳에 사는 유익이 분명하다. 하지만, 생활이 윤택해지면 반드시 다른 이에게 이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입주해서 직접 생활해보니 어떤가?

송인서: 이 곳에 살기 전에는 원룸 빌라에 살았다. 집주인 할머니, 옆집 사람, 윗집 사람을 종종 계단에서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어색한 눈인사가 전부였다. 하지만, 여기로 이사 온 후에는 일상이 조금씩 변했다. 몇 번의 입주민 모임, 바비큐 파티 등으로 서로의 얼굴을 익혔고 만나면 인사를 나눈다. 한 번은 늦게 일을 마치고, 일보다 더 버겁게 느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 힘들게 집으로 도착했는데, 담배 피러 나오신 이웃이 지금 오냐며 안부를 물어주신 적이 있었다. 작지만 위로가 되었다. 독립 후 서울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여기가 내 집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신성: 입주해서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중이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행복감과 재미를 느낀다. 정릉이 시골은 아니지만 비가 오면 개구리가 울고, 새벽에는 새소리도 들린다. 


문영선: 집 뒤에는 정릉 풀장, 정릉천, 북한산 둘레길도 있다. 반려견과 산책하기도 좋다. 성북구는 예술인들을 적극 지원하고, 대학들이 많이 몰려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들 마치 정릉홍보대사 같다.

이신성: 사실 정릉예술인마을로 이사하고 가장 좋은 점은 바로, 경제적인 부분의 해결이다. 정릉이라는 동네가 좋아서 살고 있기도 하지만, 이사 후 부담스러웠던 월세가 많이 줄면서 삶의 여유가 생겼다. 이로 인해 아내와 나에겐 예술 분야 외 관심 전공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없나?

송인서: 다른 입주민들의 불편사항은 잘 모르겠지만, 살면서 고민이 있다. 겉으로는 좋은 자재로 잘 지어진 것 같지만 화장실 및 배수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 평소 연극 대사를 외우며 샤워를 오래하는 편인데 그 때마다 발목이 물에 잠긴다. 샤워 후 슬리퍼가 오리배처럼 둥둥 떠 있기 일쑤이다. 몇 번이나 불편한 점을 SH를 통해 말씀을 드려도 개선되지 않아서 아쉽다.


문영선: 정릉예술인마을이 예술인들을 위한 공공 주택 1호긴 하지만, 서울시에는 이미 이런 성격의 공공주택이 많다. 예로 청년창업기업을 위한 도전숙, 홀몸어르신주택, 여성안심주택 등이 있다. 이러한 공공주택이 다양하기에 SH 관리 대상이 많은 것은 알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주 후에는 관리가 소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값비싼 분양권을 거래한 고객이 아니기 때문에, 불편함을 그냥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건가-라고 답답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불편 해소엔 소극적이면서, 지역주민들과 커뮤니티를 이뤄 마을 발전에 기여하길 바라는 기대가 있을 땐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신성: 정릉예술인마을이 개개인의 삶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예술판의 현실상,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상황이다. 바깥에서 치열하게 작품 활동이나 작업을 하다가 집에 오면 편안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집에서까지 타의에 의해 어떤 예술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어렵다. 게다가 1층에 마련된 커뮤니티룸을 활용하길 바라는 기대가 있는데, 커뮤니티룸은 일단 협소한데다 따로 화장실도 없다. 습기 해결도 안되서 곰팡이도 생기고 냄새도 난다. 여러모로 예술 활동 및 교육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라 재공사 없이는 활용할 수가 없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문영선: 입주한 예술인들 몇몇이 지역 주민과 근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참여형 예술교육사업을 할 예정이다.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고,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의 컨설팅을 받으며 준비하고 있다. 커뮤니티룸이 쾌적하게 개선되거나, 새로운 교육 공간을 지원받고싶다. 또한 예술인들이 이번 교육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예술창작활동을 할 수 있고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 사진 ⓒ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




끝으로, 정릉예술인마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신성: 갓난아기이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문영선: 사람이 살고 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닌 정릉 주민이 살고 있다.


송인서: 집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정릉예술인마을은 어떤 곳일까. 호기심을 가득 갖고 찾아갔던 기자에게 이 곳은 특별한 곳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쉬는 집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며 사는 차가운 도심 속에 정릉예술인마을에서만큼은 사람 사이의 따뜻함이 전해졌다.




< 사진 ⓒ 정릉예술인마을 >




<정릉예술인마을>

‧ 홈페이지: facebook.com/artist794.11      

‧ 주소: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794-11





이 글은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마을이야기에 소개된 글(2017.11.28)을 옮겼습니다. «더성북»은 내가 사는 마을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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