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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pr 08. 2022

달래를 그냥 달래

 처음 살았던 전원주택은 오래된 집이었고, 이전 주인이 먹을거리를 많이 심어놔서 보물찾기 하듯 여기저기에서 취나물이 올라오고, 부추가 자라며, 달래가 솟아올랐다. 언덕에는 돼지감자와 두릅이 감당 못하게 많이 자랐고, 보리수 열매, 매실, 앵두도 따 먹었다. 게다가 텃밭에 내가 심은 작물과 집 주변에서 자라는 쑥, 참나물, 돌미나리 등까지 합치면 그냥 여기가 마트의 채소코너였다. 


 첫사랑은 잔향이 오래가는 걸까. 그 집에 대한 향수로 올해 달래를 심어보리라 검색을 해보니 300알 이런 식으로 대량 판매를 한다. 넘치는 달래를 수용할 수는 없기에 머리를 굴려보았다. 


달래 뿌리와 심은 달래

 마트에서 공수한 달래의 뿌리를 잘라 언덕에 심었다. 채소를 주문할 때마다 달래를 함께 구매해 4,5번에 걸쳐 달래 군락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심어본 것은 처음이라 달래가 살지, 죽을지 걱정하며 언덕을 기웃거렸는데 잘라낸 단면에서 줄기가 올라왔다! 다들 잘 살아남아서 기특했다. 


 올해는 꽃을 피워 씨앗이 퍼지도록 두려고 한다. 그러면 내년에는 1+1 상품을 사듯 곱빼기가 된 달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봄의 전령사라고 하면 달래, 쑥, 냉이가 아니겠는가. 이 중에서 우리집에는 쑥과 달래가 있다. 

 

도토리무침


 오늘 낮에는 뿌리를 잘라낸 달래 줄기와 상추, 양배추를 넣어 도토리무침을 했다. 따뜻한 햇볕을 쬐며 천천히 먹었다. 상추와 양배추는 아삭했고, 도토리는 탱글탱글했다. 알싸한 맛을 위해 달래 몇 뿌리를 넣었는데, 생각보다 알싸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먹기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집 뒷마당으로 가면 달래를 그냥 달래도 달래가 나온다. (내년에 말이다!) 


그때를 기다리며, 농부의 마음으로,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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