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표절 사건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표절을 시인하며 잘못을 밝혔던 박민규 작가, 그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그림을 주요 모티프로 차용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몇 겹의 시선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라 그만큼 독특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품이지만 박민규는 이 그림에서 오른쪽 하단의 개 뒤에 있는 못생긴 여자에게 시선이 갔다고 한다. 왜 그는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못생긴 여자에게 관심을 두었을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후기에서 박민규는 아내가 '내가 못 생겼어도 그래도 나를 사랑해 줄 건가요?"라고 했던 질문에 대한 뒤늦은 대답이 '이 소설'이라고 언급한다.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당신이 못 생겼더라도 나는 당신을 사랑할 거라는 소설가식의 사랑 고백인 셈이다. (흠흠, 내 기억이 맞다면)
나도... 고백하자면 젊을 때는 잘 생긴 사람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잘 생긴 얼굴도 속이 미우면 세상 미운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꽃에 있어서만큼은 아름다움에 눈이 간다.
오래 기다렸던 내 정원의 여왕.
키우기 까다롭고 가시로 상처를 주며, 벌레와 병에도 취약한
그래서 섬세하게 돌봐야 하는 아름다운 꽃.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라고 했던 어린왕자처럼
한 달 전부터, 두 달 전부터 설렜던 나.
이제는 여왕의 귀환을 만끽할 때이다.
6월 첫날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