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 나 의 일 부 ] ft. 산에서
새해 첫날, 인왕산에 혼자 다녀왔어요.
해돋이는 아니었고, 1일은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다음 주쯤 조용히 다녀와야지 했는데,
아침에 떡국을 먹고 차 한잔을 하는데, 문득, 가고 싶다!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가방을 싸서
등산 초보인 제게 가장 만만한 인왕산으로 향했어요.
인왕산은 제가 혼자 등산을 처음 했고 그 뒤로도 몇 번 익숙해서 편하기도 하지만,
제 마음이 가장 힘들어 아플 때 한걸음 한걸음 딛으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던 추억이 있어서
제 마음이 가는 곳이라 자꾸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 정말 이 말은 진리 같아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미 자연 풍광 그대로를 보는 게 아니라는 말,
아무리 마음을 비우고 바라본다고 해도 사실은 내 영혼의 얇은 막을 무의식 적으로 덮어씌우고 본다는 말.
그래서 사실 같은 하늘을 바라봐도 그날의 내 마음에 따라
하늘이 빛나고 눈부신 날이 있는가 하면,
하늘이 그저 서글프고 애처로운 날이 있거든요.
비단 풍경에만 해당될까요?
아마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어쩌면 내 영혼의 얇은 막에 씌워져
우리는 다르게 바라보는 일이 너무 많겠죠?
사랑하니까 너그러워지고 허용되기도 하고,
미워하니까 잘못이나 실수가 더 크게 보이기도 하고,
때론 질투나 시샘으로 타인에게 관대했던 시선이 특정인에게만 날카롭고 예민할 때도 있고요.
사람이 다른 게 아닌데, 바라보는 시선, 마음의 눈이 달라
다르게 평가되고, 다르게 느껴지는 일이 너무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 글처럼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는 너무 맞는 이야기
등산 다녀온 이야기 하려다가 마음의 소리가 그만... ^^
그래서 같은 산을 가도 어떤 사람은 나무를, 어떤 사람은 같이 간 사람을, 어떤 사람은 정상에서 내려다본 도시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거겠죠?
저는 한결같이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산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때도,
산 위에서 아래를 바라볼 때도,
제 시선은 항상 하늘과 구름과, 해와, 별과 달, 하늘을 날고 있는 새 - 결국 하늘에 머물러 있어요.
그렇게 보면 산에 오르지 않아도 보이는 하늘을 보러 뭣하러 산에 가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산을 오르며 조금이라도 하늘이 가까워지는 기분
산 위에서 하늘에 가까워진 기분,
뭔가 조금 더 간절히 바랐던 무언가에 가까워진 듯이 제 마음이 위로를 얻는 걸 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산에 처음 가게 된 것
산을 좋아하는 친구의 추천이 있었고,
그 친구와 함께 언젠간 함께 가고싶다는 마음이 첫번째였고,
그 친구가 언젠가 산을 오르며 나를 생각해 주었던 그 마음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였고,
친구를 대신해서 언덕에 불과한 산이지만, 산위에서의 모습을 찍어서 보내주고 위로해주고 싶어서였고,
제 힘든 마음도 몸이 힘들면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해져서 였어요
이렇게 이유가 많으니, 체력이 비루해도 오를 수 밖에요!! ^^
새해 첫날은 생각보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았고,
오후에 출발했더니 따사로운 볕이 그림자로 제 사진을 찍어주었어요.
이것도 감사하고 기쁜 ^^
친구가 새해 첫날엔 사골국물을 담아가는 게 국룰이라고 알려주었지만
소심한 저는 혼자서 산 위에서 사골국물을 마실 용기는 도무지 나질 않아서 좋아하는 녹차라테를
진하게 타서 한잔 마시는데 천국의 맛이 따로 없었어요!!
그래서 사진은 남겨야 하니 이번에도 삼각대까지 가지고 출동했으나, 바람이 너무 불어서 삼각대고
아이폰이고 다 날아갈 기세여서
오늘도 주변에 맘 착한 대학생들에게 사진 한 장 구걸을 했더니,
맘 착한 청년들이 서보라, 앉아보라 부끄러워하는 저와 상관없이 열심히 찍어주어,
몇 장을 건져왔습니다 헤헷
마지막 날 직장동료, 친구, 지인들에게 많은 새해인사를 받았어요.
그중에 아주 오랜만에 의미 있는 새해 인사 문자도 왔는데요.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요.
아주 오랜만에 이제는 과거의 사람이 된 그에게 새해인사가 왔고
혼자 지하철 타고 등산가고 있다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답을 했더니,
"예전보다 용기내고,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모습이 힘들었을 텐데, 좋아 보이고, 전보다 네가 커 보인다"라고 답이 왔더라고요.
"덕분에 성숙하게 해 줘서 고마워. 각자 새해에도 잘 지내자"라고 답해주었습니다.
1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뭔가 우리 둘 다 어른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렇게 아팠던 시간도 지나고 나니, 따뜻한 기억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고,
그렇게 아픈 시간 뒤에, 상처는 언제 그랬냐는듯 상처는 아물고, 새살이 나니까요.
제 시간과 삶 속에 의미 없는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었음을 다시 한번 느끼며
순간을 소중히, 순간을 예쁘게!!
올해도 저는 고운 눈으로 세상을, 사람을, 사랑을, 바라보려고 해요! ^^
그렇게 살아내는 2025년을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