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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툰아빠의 마음공부

무당벌레 작가님, 출간을 축하합니다!!

by 레몬트리


때론 가장 가까운 사람과 가장 치열하고 가장 아픈 상처를 주고받는다.

심지어 내 속으로 낳은 내 새끼일지라도.



거.리.두.기.


서로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 팬데믹 시절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했던 것처럼

서로의 성장을 위해 길가의 가로수가 간격을 두고 자리 잡는 것처럼

부모 자식도 그 시기시기에

적당한 선을 그어 각자만의 경계를 짓고, 거리를 두고,

아슬아슬한 선을 넘지 않도록

때론 눈치 보고, 때론 기다려주고, 때론 참아주며(봐주며) 함께 산다.




여기,
한 아빠의 회상과 고백이 있다.



말로는 부족한 아빠였다고 하지만

뭐든 차고 넘쳤던

사랑도 넘쳤고, 관심도 넘쳤고, 열정도 넘쳐서,

화수분같이 뿜어져 나오는 자식사랑 앞에

못해준 거, 부족했던 거, 후회되는 것도 넘쳐

또 이렇게

빼곡히 고백하고 글로 써 내려가는 아빠라니!.


누구??

무당벌레 작가님!



작가님은 열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아들을 키우며 느꼈던

미안함, 배신감, 답답함, 분노, 후회, 아쉬움 등의 짠내 나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털어놓고 있다.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타이밍을 놓쳐 사과하지 못한 순간도,

아이의 눈높이와 방향을 헤아리지 못하고 나의 욕심을 채웠던 부족한 모습도,

또 내 편 들어주지 않아 서운하고 삐졌던 옹졸했던 모습도,


통장에 넣어놓은 돈이 시간이 흐르고 이자를 붙여 불어나듯,

담가둔 콩이 시간이 흐르고 물을 머금고 불어버리듯.

아이가 자라고 내가 나이 들며 세월만큼 마음의 빚이 불어나듯

부족하고 미숙했던 그 시절의 나를 되돌아보고, 아들에게 사과도 남기는

작가님의 진솔한 고백이

아, 나도 그랬는데 하는 공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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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 깊게 본 에피소드는 택시기사와 다툼이 생겨 경찰서에 가게 된 사건이었다.

택시기사와의 사건에서 내 편을 들어주지 않고 남의 편 같았던 아들에게 단단히 삐졌지만,

수년이 지난 후 아들에게 사과를 하는 아빠의 모습은

솔직히는 "남자는 아빠고, 아들이고 다 애네... 둘 다 똑같다.."하고 피식 웃다가도,

또 한편으로 "부모라서 그렇지"라는 공감을 한다.


사실 아이를 키우면 아이에게 야단을 치고 잔소리를 한 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아이는 훈육시간이 끝나면 이내 욕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콧노래를 부르고 발 뻗고 잘만 잤다.

정작 마음이 지옥 같고 괴로운 건, 훈육이라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폭발했던 작고 못난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자책했던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런 마음이 작가님의 마음속에 수년 동안 눌어붙은 먼지처럼 붙어있다가

수년 후에 드디어 용기 내어 사과하고 화해한 이야기.


한편으로 아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내가 고등학생 때였나, 대학생 때였나? 이웃끼리 주차 때문에 우리 아빠도 실랑이가 벌어진 적이 있는데, 화가 난 아빠의 언성이 점점 높아질 때 나도 작가님의 아들처럼, "아빠- 잠시만 쫌!" 하며 큰 소리를 낸 적이 있다.

작가님은 그 순간 아들이 남의 편으로 느껴져 서운했다 회고하셨지만, 나는 아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그건 사실 남의 편을 든 게 아니라,

그 위태위태하던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고 내가 아직 어려 도움도 못되는데 일이 더 커지면 안 된다는

필사적이고도 불안했던 어리고 여린 자식의 떨린 마음이었음을.

아들은 말이 없고 표현을 잘하지 않으니 세심한 무당벌레 작가님이라도 그건 놓치신 것 같다.

사실 그렇게 아들은 남의 편이 아니라 누구보다 아빠 편이었는데. ㅎㅎ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남아있는 응어리를, 용기 있게 꺼내어 아들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멋지고 성숙한 모습이지만, 한편으론 "아버님, 그렇게까지 섬세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 순간의 아이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충분히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었고,

그 순간의 나도 어쩌면 아이가 내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느끼는 서운함이라기보다는

아이 앞에서 (잘잘못을 떠나) 보이고 싶지 않은 이런 모습, 이런 상황을

보이게 된 게 화가 나고 예민했던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육아는 항상 "괜찮다"라는 표현에 관대해야 하고, 아낌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너도, 나도 괜찮다.

조금 부족하고, 미숙해도 괜찮다.


공을 칠 때 힘이 잔뜩 들어가고 긴장을 하면 헛스윙을 해대고, 오히려 힘을 빼고 리듬을 타면 쭉쭉 잘 뻗어나가는 것처럼

때론 완벽한 자식을 만들려는 욕심과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채찍질이 서로를 힘 빠지게 하고, 나아가지도 못하게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다시 한번 "괜찮다"




1부 끝자락의 믿음 공방전도 흥미진진했다

말 그대로 "품 안의 자식" 한 마디로 조언해주고 싶던 페이지

아빠가 기대한 것과 다른 아들의 모습으로 "믿을 수가 없어"와 "믿어주세요"가

창과 방패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만든다.

여느 집도 대부분 비슷한 풍경이지 않는가.


인생의 선배로

부모는 실패한 경험, 힘들었던 경험을 모두 모아, 일정 수준의 기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내 자식이 맞추길 바라고, 또 반대로 그러지 못할까 봐 간섭하고,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새파란 후배인

자식은 세상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도 많고, 능력도 가진 것 같은 자신에 대해

배짱 두둑한 자신감을 내보이지만 현실은 애송이처럼 작심상일이 되기 십상이고,

그나마 잔소리가 없으면 시작도 미약했는데 끝도 미약할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아이를 키우며 깨달았다.

생전 혼자 뭘 해본 적이 없는 아이지만, 엄마와 싸워서 냉전 중엔 배가 고프면 다 찢어질지언정 계란 프라이를 하고, 대신 챙겨줄 수 없는 학교나 바깥에선 긴장한 것 티 안 내고 '혼자 할 수 있어요'를 연기하며 ㅋ

뭐든 하나씩 이뤄가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는 그렇게 믿어주는 시선 앞에서 더 많이 성장하고 자란다는 것



경주마를 탄 기수 같은 부모가 되면 안 된다.

옆에 뒤에 뭐가 있는지 보지도 않고 오로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아이를 경주마처럼 키우면

아이는 옆에 핀 들꽃 한번 보질 못하고, 고개 들어 푸른 하늘 한번 볼 줄 모른다.

고삐를 잡고 방향을 일러주되

경주마를 탄 숨 찬 기수처럼이 아닌 우아한 왕실귀족의 걸음처럼

천천히 함께 보고 느끼며 한 방향으로 나가가는 서로의 파트너가 되길


아마도 그러지 못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그 시행착오를 독자들에게 알려주시려는 것 같다.



역시 게다가 작가님은 엉뚱하시다.

자식을 주식에 비유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기쁨을 주던 빨간 양봉의 시기와 사춘기의 절벽 파란 음봉사이에서

사춘기만큼이나 방황했을 작가님의 마음이 절로 그려진다.

유아기의 분리불안은 "엄마 회사 가지 마" 울며 다리를 붙잡는 아이들에게 있지만

사춘기의 분리불안은 반대로 부모들에게 더 크게 오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아니면 안 되던 부분들을 하나씩 스스로 하거나, 친구와 하거나, 필요없어지거나하며


엄마 회식 때

빨리 오라며 "언제 와?"를 외치던 아이는

이젠 조금이라도 늦게 오길 바라는 "언제 와?"로 바뀌어있다.

그렇게 지금은 파란 음봉에서 빠져나온 작가님이

건강한 자식과의 거리 두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조언해 주신다.





이 책의 장점은...


1. 작가님께서 여느 육아서들처럼

이렇게 키워라, 또는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냥 본인의 반성문처럼 일기장처럼

담담하게 그 당시에 고백하지 못한 마음을 털어놓은 점에서 진실된 마음이 공감된다는 점이다,


2. 그리고 더불어 고전이나 영화의 스토리를 인용해서

자칫 고집스러워 보이거나 지극히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나와 너의 이야기가 아닌

제3자의 시선에서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적절한 스토리를 더해주셨다는 점이다.

그러니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고,

좀 더 부모와 아이 양쪽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다.


3. 게다가 영화와 책을 고르실 때도 작가님의 섬세하고 계획적인? 아빠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 편식 없게 하려고 아들에게 열정을 다했던 그 마음처럼

우리 독자들도 책 편식하지 말라고 각 에피소드에

소설, 고전, 희곡, 멜로에서 SF까지 아주 절묘하게 잘 버무려 놓으셨다. (맞죠? ㅎㅎ)

훗, 작가의 의도를 꿰뚫는 스마트한 독자, 나란 여자 레모니 :)



조용히 추측건대 작가님은 F형에 알파맘 저리 가라 하는 알파파 같다.

작가님의 말없는 아들과 반대되는,

미주알고주알 다 떠들어대는 아기새를 키우고 있는 나는

정작 알파맘이 되고 싶어도

워킹망에 싱글맘 두 개의 타이틀로도 벅차고 정신없어 알파맘과는 거리가 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믿어야만 하고, 못마땅해도 저주고 넘어가는 상황이 많은

나의 육아현실과는 조금 다른 면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보며 아 그랬었지, 아, 앞으로 그럴까 하는 공감과 기대를 하게 되는 건

부모로서 자식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 본질이 깊게 통하기 때문 아닐까.


사실 나 역시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를 키우는 것엔 정답이 없고, 매뉴얼이 없다.

나와 아이가 빈 여백을 한 칸 한 칸 한줄한줄 채워가며

그렇게 아이가 자라고, 또 아이 덕분에 내가 자라는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며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부모님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먼저는 작가님의 경험담을 통해 '나만 이렇게 힘들고 답답한 거 아니구나'라는 묘한 위로감도 느낄 것이고,

어떤 날은 책 속에 소개된 영화를 골라보며 두 부부 나란히 앉아

오징어 잘근잘근 씹으며, 맥주 한잔 들이키며 답답한 가슴 풀어도 보고,

그러고도 도저히 머리에 뚜껑 열릴 것 같은 날엔 책 속에 소개된 책 한 권 들고 나가서

혼자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는 소소한 가출도 해보며


나도, 아이도

지금 애쓰고 있으니

모두 괜찮다 하고 위로받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덧)

뭐...서울대 공대생 이야기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ㅋㅋ

공부법이나 비법은 1도 안나와요

그리고 아빠가 열정적인거 맞지만,,

아들이 알아서 잘한거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제가 직접 만나 본 무당벌레 작가님은 옆구리 쿡 찌르면

한개 물어보면 오십개 알려주실 것 같은 옆집 언니.....느낌?? ㅋㅋㅋㅋㅋ

독자와의 만남 기회가 생기면 강추드립니다. (사진도 한장 찍어달라고 하면 수십장 찍어주심 ㅋㅋ)




덧)

정식 출간 전에 이렇게 정성스러운? 서평은 처음 써봅니다.

하지만 한때 잘나갔던 유명 육아블로거로서 솔직하게 서평 남겨봅니다

요즘한참 양봉과 음봉을 오가는 아기새 이야기 보시고

제가 젤 먼저 필요할 것 같아 보여주신 것 같아요 ㅋㅋㅋㅋ (아..눈물 또르르,,,)


작가님, 출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꼭 대박나시길 응원합니다!!

와..저 일산모임에서

양 옆에 베스트셀러 작가분들 모시고 앉아보는 영광을 누리고 싶네요 ㅋㅋㅋ

(아,,,근데 생각해보니 필명이 다들.... 미친oo, oo벌레,,,, ㅋㅋㅋㅋ)


(저 제 글보다 서평을 더 정성껏 쓴거 같아 이만 물러갑니다 ㅋㅋ)







★무당벌레 작가님 출간 소식은 아래로

https://brunch.co.kr/@eb50c38bb9b3439/274




퇴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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