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써야 산다

2. 글을 써보라니 "뭔 쌉소리야?"

by 못지

글을 써보라고 하면 일단 거부감부터 든다.


글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서 일기장에 쓰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을까?


실은 나도 그랬다.

글을 쓴다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사실은 여전히 어렵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머리를 여러 번 쥐어뜯었다.


하아.


내가 원하던 건 이런 식의 글이 아닌데 대체 나는 왜 이따위로 쓰고 있는 걸까….



누군가 내게 “모닝페이지는 어떻게 써야 해?”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막 쓰면 돼!”


그게 어떻게 쓰는 건지 궁금하다면?


그냥 누군가에게 지금의 내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고 생각하고 막 지껄여라.

그리고 그 말을 녹음해라.

노트에 써라.

그게 바로 모닝페이지다.



누군가 황당해하며 물을 수도 있겠다.


뭐? 그렇게 막 쓴다고?


맞다. 그렇게 막 쓰는 것 맞다.


우와.

진짜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이렇게까지 막 써도 되나.

이렇게 매일 아침 글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마음이 든다면 매우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게 하루 3쪽씩 노트를 채우다 보면 내 말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모닝페이지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그럼 어떤 글이냐!


내가 생각하기에 모페는 내 마음을, 나의 진심을 알아내기 위해 쓰는 글이다.


우리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꽤 많은 글을 써 왔을 것이다.


학교에 다녔다면 안 쓸 수가 없다.


일기, 독후감, 감상문, 보고서, 체험 일지 등등…. 숙제로라서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신은 생각보다 꽤 많은 글을 써보았다.


그런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 본 적이 있는가?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모닝페이지를 접하기 전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쓴다고 하더라도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기에 온전히 내 마음대로 쓰진 못했다.


가끔 오랜 기간 숙제가 아닌 스스로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분들은 모닝페이지와 비슷한 글을 써봤을 가능성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 수가 인구의 몇 프로나 될까?



모닝페이지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막’ 써도 된다는 것이다.


이 ‘막’ 쓰는 것이 내겐 엄청난 희열과 해방감을 주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모페 쓰기를 어려워했다.


어떻게 써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는 사람도 있었고 쓰기 시작해도 3쪽을 채우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려 고민을 토로하는 분도 계셨다.


나는 처음부터 모페를 열정적으로 찬양하게 되었는데 아마 이 ‘막’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쩌면 모페를 쓰기 전 이미 막 쓰는 습관이 장착되어 있었기에 유리했으리라.



육아에 지치고 결혼 생활이 버겁게 느껴져 꽤 오랜 시간 내면 아이 치유 코칭을 받았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바로 ‘감정 표현하기’.


어떤 감정이든 다 표현해도 괜찮다는 가르침이었다.


하지만 숨기고 억압하는 것에 익숙한 나는 쉽게 드러내질 못했다.


그런 감정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 것만 같았다.


근데 어떻게 그걸 입 밖으로 뱉어낸단 말이야!


그즈음 정혜신 박사님의 ‘당신이 옳다’ 책을 만났다. 이 박사님이 당신의 모든 감정은 옳단다.


흔히 말하는 부정적인 감정이라 해도 그로 인해 아주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고 해도 모두 괜찮단다.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만 않았다면 오케이!


그런 마음은 충분히 들 수 있고, 아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나만 이런 지독한 감정이 드는 게 아니구나. 나만 이렇게 끔찍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그때부터 서서히 표현하기 시작했다.


코칭 시간에 내 마음을 드러내 보여도 안전하다는 걸 경험했다.


너무 억압된 감정이 많아 코칭 시간에만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었기에 코치님이 글로 써볼 것을 추천했다.


감정이 올라올 때 그냥 떠오르는 대로 아무렇게나 쓰라고 그렇게 쓴 글을 보고 너의 감정과 생각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렇게 나의 막 (아무렇게나 함부로-사전적 의미) 쓰기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정말 ‘막’ 쓰기까지는 대략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술술 써지지 않았다.


워낙 낯선 영역이었기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내 안의 검열자가 나를 가로막았다.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 걸까?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걸까?


단지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죄의식이 올라왔다.


감정을 느끼고 안전한 곳에서 표현하는 건 괜찮다고,


오히려 지금 내게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지식으로 습득했지만,


실제로 이해하고 실천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