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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작가 Feb 17. 2022

엄마도 브랜딩 할 수 있는 시대

SNS에 나를 기록하라.

아이들은 참 사랑스럽지만 문득문득 '나는 언제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할까'하는 두려움에 몸서리쳐질 때가 있다. 세 아이를 키우며 11년째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나도 그랬다. 몇 년 전까진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자격증 정보를 뒤적거렸다. 자격증이 나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잠깐의 불안함은 감출 수 있었다. 그랬던 내가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여러 개의 일을 하며 소소한 수익까지 얻고 있는 흔히 말하는 N 잡러가 되었다.


집에서 아이만 키우던 엄마는 어떻게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모두 ‘SNS’에 있었다. 가정주부라는 단어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지키기 위해 시작했던 온라인 기록은 새로운 엄마의 경력을 만들었다.


온라인에 기록하는 것만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나의 경우 그렇다. 평범한 11년 차 전업주부가 N 잡러의 삶을 살게 된 것은 딱 하나, SNS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초라하지만,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적어보겠다고 시작한 것이 블로그였다. 물론 의욕만 넘쳐 꾸미기만 하다가 지치기도 했고, 몇 번 허세 가득한 글을 쓰다가 한동안 접속조차 하지 않았던 때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시작했다. 멈추고 멈췄지만 또 시작했다. 세 아이 엄마인 나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인스타그램에 하나씩 꺼내놓았다. 서툴지만 즐거운 취미 생활을 기록했고, 틈틈이 읽은 책에 대해 약간의 감상이라도 끼적였고, 불안과 두려운 날들의 마음을 털어놓았고, 조금이라도 변화를 시도하려 꿈틀댔던 습관을 남겼다. 뭐 하나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어느새 나라는 사람은 '나날'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고, 나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얼마 전 <엄마는 아이돌>이 종영했다. 출산과 육아로 방송을 잠시 떠난 스타들이 아이돌로 돌아오는 레전드 맘들의 컴백 프로젝트. 그들의 도전은 누구에게나 감동적이었지만, 아이를 키우며 엄마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우리의 삶에도 그 같은 반전이 찾아올까? 스포트라이트가 나를 향해 다시 비칠 날이 올까? 그런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향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게 바로 SNS에 '나'를 기록하는 일이다.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 써 내려가기만 한다면 기록은 시간과 함께 차곡차곡 쌓여 나라는 사람을 세상에 드러낸다. 혼자 하는 이야기는 메아리처럼 힘이 없지만, SNS에 하는 이야기는 확성기처럼 힘이 있다. 아무도 관심 없는 그저 '엄마'인 나의 이야기도 누군가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다. 그때가 바로 브랜딩의 시작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나를 기록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특히 누구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엄마들이 'SNS'라는 성능 좋은 확성기 하나쯤 손에 쥐면 좋겠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많음에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브랜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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