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우리나라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전 차량은 '쏘울'이었다. 이후 '교황이 탑승한 차'라고 하여 수출 및 판매량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백화점을 떠올려 본다면? 대부분의 백화점 1층에는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의 매장들로 채워져 있다. 지명도가 높은 기업들은 브랜드만으로 신뢰를 얻게 되므로 소비자가 그 명품 가방이며 명품 화장품을 쓰게 되면 자신의 가치도 올라가고 멋져 보이리란 생각. 오죽하면 '3초 백'이라는 별명이 붙은 가방이 있을까.
요 며칠 전 사무실 근처에 일정이 있어 지나는데 갑자기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시선이 멈추어졌다. 수초 동안 주시하며 머릿속에서는 온갖 정보들이 조합되고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전에 함께 일했던 J선생님이었다. 함께 해서 기뻤고 고마웠던 분이라 반갑기 그지없었던 터... 그런데 우리 둘 사이의 거리는 5미터도 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니 한눈에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전체 실루엣과 눈빛만으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주변에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함께 겪어본 시간이 있다면 그 한 사람마다에 부여되는 이미지는 굳이 말을 나누지 않았어도 생겨난다. 특이한 것은... 처음 그려진 이미지가 오래도록 기억된다는 것! 매일 보는 동료들끼리는 머리 모양이나 악세사리 그리고 말투 하나로도 그들만의 이미지로 기억되기도 했다. 하늘색 고양이 그림의 가방, 카메라가 담긴 백팩, 느릿하긴 하지만 뼛속에서 우러나는 유머의 풍미로 기억되는 사람들... 함께 먹었던 한우 겨자 냉채, 함께 들었던 에드 시런의 노래, 그리고 같이 걷곤 했던 그 산책길. 사람과 이어지는 각양각색의 표상들은 쌓이고 쌓여 또 조합되었다. 사람을 떠오르게 만드는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모습들. 때론 가식적이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며 독단적으로 이미지를 고착화시킬 때도 있었으며, 상황이나 입장을 고정관념으로 휘 묶어버리는 오류를 범할 때도 있었다.
내가 10 대였을 때도 그랬고,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우리 10대들은 방역 마스크보다 기초 에센스 토너를, 건강을 위한 늦잠보다는 아침 스타일 준비에 신경 쓰느라 바빴다. 그동안 누구의 친구, 애인, 배우자로써 나를 치장하고 사회적 지위를 포장하는데 공을 들여왔었지만 사람들은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이구동성으로 정해 놓고 훨씬 소중하다고 말했다.
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될 수도 있겠다. 말을 할 때 감정을 쏙 뺀 어투로 지시와 지적을 늘 달고 사는 사람, 생글생글 미소로 어떤 쓴 말과 행동도 가려질 수 있는 사람, 말은 거창하게 꺼내지만 행동으로는 신뢰를 주지 못하는 사람... 하지만 많은 사람이... 또는 모든 어른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하고 실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한 번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즉 좋은 이미지로 남으면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라면 어떤 상품이 나온다 하더라도 일단 후한 평가를 하곤 한다. 어떤 사람에 대해 신용이 쌓이면, 즉 좋은 인상을 받으면 상대방은 말과 행동 심지어는 그 사람의 생각까지도 긍정적으로 판단을 하곤 한다.
한 가지의 주된 특징에 대한 평가 때문에 다른 모든 평가가 객관성을 잃고 채색되어 버리는 것을 '헤일로 이펙트' 또는 '후광효과'라고 한다.
판단을 흐리게도 하는 후광효과의 팩트를 제외한다 치더라도,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다른 면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나를 밝혀줄 후광을 만들어왔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