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도 미풍은 불어온다.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기

by 빛작

널 처음 봤을 땐 느낌만으로도 차가울 것 같았다. 내 손만큼 작고 결 따라 말끔한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갔다. 가까이서 보고 싶은 지 널 흘깃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잔잔하게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나 역시 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었다. 시각과 후각과 미각으로 느껴질 널 상상하니까 설렘이 더해졌다. 이름을 부르면 당장에 나에게 올 터이고 누구에게 라도 갈 터이지만 나는 널 조금 더 눈여겨보기로 했다. 나와 네가 커피 한 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숙였던 허리를 펴고는 널 부르고는 잠시 기다렸다.

살포시 내게로 와주어서 너에게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향을 느꼈다. 카페 안쪽 구석자리로 가서 카메라를 켰다. 너의 모습은 사뿐하고도 상큼한 그 자체였다. 들여다보는 하나하나가 화사하기까지 하다. 창 밖의 풍경과 한 컷... 너를 찍자... 내 얼굴을 가까이하고 바라만 봐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너와 함께 한 컷 또 찍자. 입안에서 느껴지는 너의 감미로움은 기쁜 한숨과 옅은 눈웃음을 짓게 만든다. 아껴주고 싶은 생각에 널 들어 올리는 것 마저도 진지해진다. – 티라미수 크레이프를 사랑하게 되던 날-



너를 처음 봤을 땐 느낌만으로도 사랑스러울 것 같았다. 나의 상상만큼 상냥하고 귀여운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갔다. 멀리서도 너를 흘깃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잔잔한 아이보리색 카디건과 갈색 숏 컷의 머릿결이 내 눈으로 하여금 너를 찬찬히 둘러보게 했다. 너와 말을 하게 될 일을 상상하니까 고민이 되기까지 했다. 이름을 부르면 당장에 나를 향해 돌아볼 터이고 누구라도 네 옆자리에 않을 터이지만 나는 널 조금 더 눈여겨보기로 했다. 나와 네가 커피 한 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발끈을 묶는 척하며 숙였던 허리를 펴고는 네가 내 앞을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너의 발걸음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설렘은 너의 향수로 배가 되었네. 도서관 안쪽 구석자리에서 전공책을 펴놓기는 하자. 너의 모습은 살랑살랑 봄바람 같고 몸짓 하나하나가 반짝이기까지 하다. 의자 등받이에 한 손을 올리고 바라만 보다가, 미소를 짓게 만드는 너의 손길로 내 눈이 졸졸 따라갔다. 좁은 칸막이 자리에서 느껴지는 나의 떨림은 기쁜 나머지 큰 웃음소리를 내게끔 한다. 첫 만남. 첫 설레임...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하던 날-

-처음 마주하던 그때의 그 스카이라운지를 추억하며 근사한 라운지 사진을 골라보았다 -


유독 하나에만 눈길이 갈 때가 있다. 마음이 끌리는 거라고 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지금까지와는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만났을 때가 그렇다. 일상과 평범이라고 부르는 '여태까지'의 시점을 부웅 뛰어넘어 자극과 특별함이라는 '처음'이라는 말로 단정 지어 툭 내던져졌을 때... 그 대상이 음식이었거나 사람이었거나 자신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흔히 말하는 '반하는'순간들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파스타 중에서... 내가 가봤던 스카이라운지 중에서... 이제껏 알고 지내왔던 사람들 중에서... 그러면서 나의 뇌구조 안에 어느 하나로 대부분이 채워져 있어서 말(talk)과 걸음(step)이 그 이전 단계인 생각하는 것'보다 앞설 수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방치되는 실없는 미소를 흘릴 수 있다. '지금 여기'의 피사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카메라 렌즈처럼 집중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 심심풀이 앱(app)으로 뇌구조를 분석한 적이 있다. 시험, 가족, 금연, 금전, 사랑 등등. 뇌 지도에는 최근 내가 걱정하고 관심 갖는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무엇에 푹 빠졌다고도 하고 '꽂혔다'고도 부른다.


청춘의 어느 한 시점,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함께 하고 함께 가는 일들이 많아진다. 행복감과 설렘이 더해가고 기대와 욕심은 치솟는다. 어제 보았던 꽃은 같은 꽃이 아니고 혼자서 걸었던 산책로는 이제 둘이서 걸어야만 의미가 생긴다. 가슴에 와 닿았던 노래 한 소절은 다시 그때를 생각나게 하고 뭉클하게 바라보았던 장면은 다시 추억에 잠기게도 한다.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의 그 시작의 충만함은 아침의 활력을 좌우하며 넓은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게도 한다.


생물의 생장 패턴을 S자 형태의 곡선으로 그린 것을 시그모이드 생장 곡선이라고 부른다. 성장은 시간과 상관관계가 있지만 어느 시점까지만 양의 관계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이 진행되다가 반대로 음의 모양으로 쇠퇴하는 사람을 비롯한 기업의 흥망성쇠에도 적용되는 의례적인 그림이라고 할까.

변화라는 말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자. 두려움, 걱정, 고민, 우울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지...

도전, 의욕, 설레임, 흐뭇함, 활기 등을 적어는 보았는가? 비단 변화가 일어난 후에는 걱정했던 것만큼 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중년의 한 때, 무언가를 찾아내야 하거나 어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찬찬히 지켜보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호기심에 다른 사람들도 흘깃거리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나에게 진정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선뜻 도전해봐도 좋다. 내 것이 되려면 눈길과 손길이 계속 닿을 인연이 생길 거니까.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자신의 선택을 믿어보자.

해보지 않았던 일을 통해서 새로운 인맥 네트워크와 스케줄들이 많아진다. 두려움과 의욕이 공존하고 기대와 욕심은 들쑥날쑥한다. 여태까지 너무 익숙했던 일들은 자신만 의식하지 못한 채 시그모이드 곡선의 하향선을 타고 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지점이 온다. 이제 막 시작한 일은 그동안의 부딪혀온 경험들에 힘입어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그동안의 기량들이 조합되고 내공이 되어 집중력이 발휘될 차례다. 누군가가 좋아지기 시작하던 그 날, 무엇인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던 날을 한번 떠올려 보라. 그 사람에게 그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날이었다.

또 한 번 마음에게 물어보라. 모르는 곳을 찾아가는 심정으로 새롭게 동선을 짜는데 푹 빠져도 보자. 마음에 꼭 드는 색다른 일상이 시그모이드 곡선을 타고 선명하게 상향을 그려갈 것이다.


탐색은 길어도 좋다. 빙빙 돌려서라도 말의 요점을 표현하면 된다.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어느 날은 진심이 통하게 되는 날이 온다. 잡다하고 산만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하루아침에 하나로 꽂히는 그 날은 반드시 온다.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들은 내 목소리의 힘을 원한다. 조용한 새벽에 깊은 생각을 하다가 이거다 하는 것을 마구 떠올려보자. 처음을 떠올려 보라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청춘에도 그랬고 중년에도 처음은 있으며, 청춘에 불었던 미풍이 중년에 또다시 불어온다.

처음의 좋아지기 시작한 마음을 끄집어내는 지금의 내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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