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일기장
마음의 두루마리가
한 무더기 풀어졌지.
멍해지는 시그널.
강인함은 곧 오목거울 속으로
숨어버렸어.
쓰기 위해 모아 놓은
무채색 시간과
쌓아두었던 소소한 소망들이
불빛새로 기어나왔어.
밤이 나란히 찾아 왔기 때문이야.
뜨거웠던 뒤통수로 밤 바람이 불어왔지.
호스 가운데를 힘껏 잡고
타일바닥에 세차게
물을 뿌리는 심정.
밤의 오르막을 오르다보니
마음은 카멜레온이 되어갔어.
오늘밤부터 기계적인
오토마타의 가면을 벗어 던져.
누구나 딛고 있을
'지금 여기'의 발걸음을
진솔한 유채색으로 써 내려가.
나그네처럼 머뭇거려도 좋고
야생마처럼 쉬어가도 좋아.
펼쳐진 일기장에 대고
딴 세상을 맞이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