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 사이의 진자운동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읽고

by 나날

행복 도

이 책을 받던 날 아침, 친구와 우연히 세종대왕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도 무슨 뜻일까? 한자를 검색해 보았다. 왕의 이름답게 인명으로만 쓰이는 한자였는데, 거기엔 이런 뜻풀이가 있었다.


도 祹

1. 복

2. 행복

3. 신


“행복”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행복이란 뜻을 가진 이름을 지어주다니. 자식이 행복하게 살기 바랐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한 인간의 삶이 행복으로만 채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바란다. 모든 순간이 다 행복하지 않을지라도 행복의 기억으로 남은 삶을 헤쳐나가기를.



행복을 말할 때 우리는,

행복이란 말은 때론 그 반대의 상태에 대한 불안을 함께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속 “행복동”은 행복이란 말의 아이러니를 어떤 상처처럼 깊이 남겼다. 행복한 순간에 이 행복이 지나가 버릴 불행한 순간을 미리 떠올리며 바로 우울해지는 캐릭터들도 종종 만났다.


“행복”이라고 말로 하는 순간 그 행복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행복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행복은 사소한 것에 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더 자주 행복감을 느껴라.


결국 행복은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일 테다. 돈이 많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돈으로 내 삶에 어떤 만족감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행복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돈으로 삶을 풍성하게 채우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한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진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이 책을 쓴 장석주 시인은 말한다. 불행에 대한 감수성이 행복감을 키우기도 한다고. 불행을 느끼지 못하면 행복도 느낄 수 없다고. 또 우리는 행복을 꿈꿀 권리와 함께 행복할 의무도 있다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는 계절감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 책에서 그리고 있는 계절은 여름에서 시작한다. 지금 읽기 시작하면 딱 좋다. 작가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침묵, 여행, 책, 산책, 음악, 자연의 소리 등이다.


침묵

111p. 깊은 침묵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우주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독서

89p. 펼쳐진 책은 의미의 바다고, 책은 우리를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로 이끈다. 독서 행위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항해고, 미지의 가능성과 세계를 향해 모험에 나서는 일이다. 독서는 정신의 쇠락, 그리고 망각과 맞서며 궁극의 나를 찾고 나다움을 회복하려는 상상의 모험이다.

여행

105p. 여행은 밋밋한 삶에 씌우는 영예로운 월계관이다. 우리는 여행에 기대어 영장류가 흔히 겪는 나태와 습관이 가져온 질병인 무기력에서 벗어난다. 우리는 먹고사는 일에 매몰된 삶에서 벗어나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자신에 대한 무지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사치스러운 고독을 누리기 위하여, 이국의 풍물 속에서 감각을 갱신하고 기분 전환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떠나봐야 인생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걷기

216p. 당신은 혼자 걷는 게 아니다. 당신이 걸을 때 인류 전체가 당신과 함께 걷는다. 인류에게 걷기는 하나의 여정이고,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진척이며, 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꿈의 항해다.


행복에게 자리를 내어줄 여유


행복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행복이 요원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현재가 불안하다고 생각했을 때 행복을 들여놓을 여유가 없었다. 진학, 취업 그다음은? 한때는 보잘것없는 일상이라도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만 있다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행복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텐데, 라며. 어쩌면 물적 토대가 없는 행복이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가난 속에 있는 사람에게 행복을 찾으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그 속에서 행복의 씨앗을 찾으라고 손을 건네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누구에게는 책이 될 수도, 음악이 될 수도, 작은 말 한마디나 토닥임이 될 수도 있겠다. 우리는 그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과 불행 사이의 진자운동 같은 삶을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