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우주를 확장하는 경험, “종이 동물원”을 읽고
sf소설 마니아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일단 읽고 보는 편이다. 그렇게 테드 창의 소설을 접했고 빠져들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중국 출신 sf소설 작가 “켄 리우”의 단편 소설 선집 “종이 동물원”을 만났다.
sf소설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나를 확장하는 느낌 때문에 좋아한다.
sf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나를 통과한 sf소설들은 더 먼 어떤 곳을 지금 이 자리에서 상상해 보게 만들었다. 그건 곧 내 안의 우주가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을 살아가고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그러다 종종 불가해한 질문들과 마주친다. 나를 벗어난 의문들. 그건 ‘오늘 뭐 먹지?’와 같이 문장으로 치환되는 질문이라기보다 스쳐가는 “느낌”에 가깝다. 땅을 걷고 있는 나는 그 느낌이 어떤 질문인지 구체화하려 하지만 곧 잊어버린다. 눈 앞의 계단을 먼저 올라야 하기 때문에. sf소설을 읽다 보면 그렇게 흩트러졌던 물음표들의 조각을 조금씩 모으고 있는 기분이 든다. 흘려보냈던 물음표들은 아직도 여전히 막연하지만 어떤 형태를 가지려 조금씩 조금씩 몰려든다. 그러다 눈 앞의 계단이 아닌 저 너머의 계단을 상상하게 된다. sf소설을 읽는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게 어떤 질문이었는지 다시 떠올리게 하고 궁리해 보게 된다. 그게 아무리 쓸데없는 질문일지라도 그 자체로 두근거리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켄 리우의 소설을 읽는 시간도 그런 과정의 연속이었다.
내 안의 우주를 확장하는 느낌이라고 말했지만, sf소설이 꼭 먼 우주의 낯선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돌고 돌아 나에게 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표제작 “종이 동물원”은 먼 우주가 아닌 가장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멀리 떠나보낸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누군가가 남긴 “숨결”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갖가지 이유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을 멀리하고 어느덧 그게 자연스러운 지경에 이른다. 그가 나에게 생명을 부여해 준 사람일지라도. 후회는 뒤늦게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다.
태어날 때 영혼이 깃든 사물과 함께 세상에 나온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 “상태 변화”도 흥미롭게 읽었다.
“영혼”이라니,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이다. “자아”라든가 나를 나라고 규정할 수 있는 “특질” 혹은 “주체”와 같은 관념적인 것에는 항상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영혼”이라고 이름 붙인 순간, 그것은 나에게 구체적인 형태도 아니고 떠올릴 수 있는 관념도 아니었다. 이 소설이 영혼을 이야기하면서도 흥미로웠던 것은 영혼을 사물과 연결시키면서도 그게 고정된 형태가 아닌 변화하는 무언가라는 걸, 하나의 가능성이라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작가가 머리말에서 썼듯이 이야기는 은유이다.
켄 리우는 문자, 언어, 역사, 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역시 내가 관심의 끈을 걸치고 있는 분야들이다. 테드 창의 신작은 아직 읽지 않았다. 당분간 켄 리우의 소설을 읽으며 가닿은 질문들을 조금 더 곱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