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접혔다
이번 주는 월요일 화요일이 재택근무였다. 월요일 오후, 디렉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화요일에 가급적 모두 출근해달라는 메시지였다. 중요한 허들 리뷰를 앞두고 있었고 지난주까지 마감과 리뷰 준비로 바빴다. 뭔가 직접 전할 소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메시지였다.
화요일 당일 아침 여느 때처럼 이른 출근을 했다. 그리고 듣게 되었다. 프로젝트가 허들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정확하게는 마지막 리뷰 전 단계에서 중간 평가자들로부터 드롭 결정을 받았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통과시켰던 더 위의 의사결정권자까지 가지 못했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참여했던 많은 프로젝트가 접혔다. 운이 좋게도, 업계에 들어와서 처음 맡았던 타이틀은 지금까지 서비스 중이다. 그 덕에 이 업계에서 지금까지 일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 사이 다른 길을 찾아 떠나간 사람들을 떠올리면 난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 타이틀 후에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 중 현재까지 서비스 중인 타이틀은 없다. 그중엔 론칭하여 몇 년간 서비스를 했던 타이틀도 있고, 해외에서만 서비스했던 타이틀도 있고, 이번처럼 아예 내놓지 못한 프로젝트도 있다. 아주 거칠게 성공과 실패를 나눈다면 성공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실패를 경험한 셈이다.
그럼에도, 프로젝트가 접히는 경험, 그리하여 내 손으로 직접 서비스를 접는 경험은 익숙해지질 않는다. 다 그때마다의 상흔이 남는다. 그렇지만 항상 다음을 향해 나아갔다. 역시나 운이 좋게도 다음 기회가 주어졌고 그때마다 내가 가진 에너지와 집중력을 쏟아 최선을 다했다. 상흔은 남았지만 그걸 발판 삼아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갔다. 그 도전들은 나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와 설렘, 기대 그리고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사람들, 열정 있는 이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내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어떤 요소들이 작용했을 터이다.
그렇게 2,3년 주기로 프로젝트와 포지션을 조금씩 바꿔가며 이 업계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10년이 되었다. 이직이 잦은 업계 특성상 한 회사에서 10년을 근속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한 조직에서는 실장님까지 포함하여 나보다 사번이 빠른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10년을 올 수 있었던 건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고,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포지션으로 자연스럽게 커리어를 키울 수 있었던 덕이 크다. 한 프로젝트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하여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해왔다. 그때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신규 프로젝트는 쉽지 않았고 앞서 말했듯이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해 왔다. 그 사이 라이브 조직에 있던 나와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은 대부분 관리직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열정 있는 사람들과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에 가치를 두었던 나는 이번 프로젝트 드롭을 계기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앞으로 나에게 몇 번의 더 기회가 올 것인가. 실패가 단순한 실패가 아닌 다음 성공을 위한 동력으로 채울 수 있는 힘이 나에게, 더 나아가 이 조직에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 나는 그 성공을 원하는가. 이 모든 질문들은 궁극적으로 나에게 이렇게 되묻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던 대로 살 것인가.
새로운 삶을 모색할 것인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은 실패인가. 이 모든 질문을 떠오른 지금이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순간인가. 아니면, 실패도 성공도 아닌 지난날을 있는 그대로 돌아보고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인생을 점검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지금 인생의 반환점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