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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나 May 22. 2021

피크닉

Thank you for being with me for my peaceful weekend


카메론하일랜드 말레이시아 2021.05

원래 주말이 되면 호스텔이 바빠지는게 정상이었는데, 지금은 폴리스 퍼밋이 없으면 주간이동이 불가하다. 금토일 정신없이 새로운 게스트들을 만나고, 베드커버를 교체하고, 하루종일 세탁기를 돌린다. 월요일 모든 게스트들이 체크아웃하고 떠난후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고 천천히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왔다.

그것이 일주일이 돌아가는 나의 루틴이었으며 그제서야 찾아오는 평화가 특히 더 좋았다. 코로나때문에 바쁜 주말일상을 잃었다. 몸이 편한건 좋은데 내내 지루한것이 싫어서 우울해졌다.


여느때와 같이 한가로웠던 일요일에 준이 갑자기 키친에서 분주해보였다.

재빠르게 이것저것 요리를 하고 아이스박스를 잔뜩 뭔가를 가득 채우고는 새라와 피크닉을 간다고 했다.

"주나 너도 가자!"

나는 그저 무기력했고 일을 해야 한다는 변명을 대면서 안간다고 했지만 준은 아주 적극적인 친구였다.

"그래? 내가 니 보스한테 말할래, 애런한테 말하면되?"

하하하하하..... 사실 애런한테 허락을 맞지 않아도 된다. 그저 변명이었을 뿐인데 웬지 준은 절대 포기 하지 않을것만 같아서 나도 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랑스럽고 시끄러운 친구들 같으니라고, 새라와 준이 소리를 지른다.

"주나도 간데!!!"



차로 5분거리인 조용한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에 캠핑을 즐기는 준은 차안에 모든 캠핑 장비가 실려있었다. 게다가 어찌나 빠른지 5분만에 매트를 깔고 테이블과 의자를 피더니 음악을 틀고 준비한 음식들까지 세팅을 마쳤다.

늘 중국어로 대화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피로해지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모여있으면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야 하는것도 가끔은 피곤해서 다같이 밥을 먹거나 놀러나갈 때 함께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에도 준이 나중에 함께 피크닉 가자는 말에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준은

"같이 피크닉을 가도 꼭 나랑 떠들지 않아도 되, 나는 책을 읽을꺼니까 너는 잠을 자거나 너가 하고 싶은것을 해" 준은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크고 아주 수다스러운 친구였지만 그녀도 혼자의 시간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가고싶지 않아서 거절했었지만 친구들이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준비해놓은것을 보고 조금 미안해져서 내가 맥주를 사고 싶었다.

하지만 새라는 극구 거절을 했다. 기본적으로 새라는 내가 돈을 쓰는것을 싫어한다. 가끔 내가 코리안푸드를 요리해주거나 하는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슈퍼마켓이든 레스토랑이든 함께 가면 늘 엄마같이 내것까지 다 돈을 지불 한다. 나에게는 항상 몸만 들고 올것을 요구한다. 한번은 ZARA에서 사고싶은 옷이 있는데 계속 고민하니까, 그녀가 나 몰래 주문을 해준적도 있다. 이정도면 새라는 나의 슈가마미가 아닌가?


갑자기 비구름이 몰려오는듯 해서 오랫동안 머물지는 못 했지만 바깥 바람을 쐬니까 좋았다. 한동안 나는 많이 무기력해져있었는데 친구들 덕분에 리프레쉬가 되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모이지 못 하도록 모든 공원의 입구를 막아놨다. 말레이시아의 일일 확진자가 6천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집근처 공원 산책 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현실이 되었다. 피크닉은 꿈도 못 꾼다. 평범한것들을 평범하게 누릴 수 있게 되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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