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린치핀 일까? 톱니바퀴 일까?

세스 고딘의 <린치핀> 서평

by 민민

아침 6시 30분이면 알람에 눈을 뜬다. '가기 싫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가정 주부의 일을 하고 싶다.

일 하기 싫다. 프리랜서면 좋겠다. 별별 생각을 하다 떨쳐내고 출근 준비를 한다. 부지런히 챙겨서 일터로 출근한다. 아이들을 치료하다가 수업을 한다. 그러다 드는 생각! 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주류는 아니다. 비주류다. 그러니 적당히 일하면 된다. 지침대로 하라는 것만 하면 된다. 오버하지 말자. 그래 봤자, 월급 더 주는 것 아니다. 나를 위대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나를 잠식시킬 때쯤, '안 되겠다. 1년 쉬어보고 생각을 정리하자.'라는 결심을 했다. 참 다행이다. 그냥 쉼 없이 톱니바퀴가 굴러가듯 굴러갔다면 나는 이 책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소명 의식 없이, 나의 일을 아무 생각 없이 해왔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한다. 누군가는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시간에, 나는 예의 없이 대충 할 생각만 해왔다. 쯧, 쯧, 쯧!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위대한 일이란 없다. 그저 일을 하는 위대한 사람만 있을 뿐이라고. 모두들 스스로가 얼마나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잃기 때문이다. 학교는 규칙을 따르게 한다. 튀어서는 안 된다. 모난 것 없음에 안정감을 느낀다. 튀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문제아라고 부른다. 시험을 보고 점수를 매긴다. 수량화하여 보기 좋게 주욱 나열한다. 뒤에 서지 않으려고 아이들은 목숨을 건다. 실수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보들이나 하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사회에 나온다. 천재성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사회에서 일을 한다. 열정은 필요 없다. 그저 한 달을 살 수 있는 월급과 남들 눈에 번듯해 보이는 직장이면 된다. 내 열정을 숨기기 알맞은 곳이면 된다. 행여나 내 열정이 튀어 나올라 치면 두려움으로 억누르면 된다. 책에서 말하는 도마뱀 뇌에 잠식된 모습이 비단 나뿐일까?


세스 고딘은 '일=돈'이라는 생각을 당장 던져 버리라고 말한다. 일이 아니라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 인간과 상호작용을 한다. 상호작용은 상대를 변화시키게 된다.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이것! 바로 예술이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작업이다. 그 작업으로 예술을 만들라."

세스 고딘이 외치고 있다. 예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책을 읽는 초반에 다짜고짜 예술을 부르짖어서 혼란스러웠다. 예술이라면 반 고흐의 작품이 떠올라 애를 먹었다. <린치핀>을 읽으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예술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딘이 말하는 예술은, 자신의 인간성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행동 모두를 말한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가? 그렇다면 예술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해를 도울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예술을 펼치는 이들이 많다. 고딘이 제시한 예술가는 사람들의 필요를 재빠르게 알아채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카페 직원을 말했다. 내가 찾아본 주변의 예술가는 치킨을 배달시키려고 주문 전화를 하면 반갑게 인사하고 끝인사로 주문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는 치킨 집 사장님이다. 배달을 와서는 허리 굽혀 90도 인사를 하는 그분이 예술가이다. 덕분에 나는 전화받을 때의 목소리와 상냥함, 인사하는 모습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도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예술을 하는 예술가는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요즘 이슈로 부각되는 '감정노동'을 거뜬히 해내면서 상대방에게 선물을 준다. 호혜주의와 같은 give&take가 아닌 진심으로 상대를 생각하며 준비한 선물이다. 여기서 말하는 선물은 상자에 담아 리본을 매달은 선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적어낸 블로그의 글, 위로가 되는 노래와 음악들, 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선물이 될 수 있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건넨 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준비한 수업, 정성껏 치료하고 나을 때까지 세심히 들여다보는 것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선물이다. 선물을 주려는 마음까지 도달하기 쉽지 않다. 감정노동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열정도 필요하며, 진심도 담아야 한다. 하려는 마음까지 얹어야 한다. 이때 등장하는 것은 도마뱀 뇌이다.

표면적인 용어의 느낌 자체가 악역을 담당하고 있다. 도마뱀 뇌이라니! 우리의 하고자 하는 마음을 꺾어버리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 봤자 소용없다. 너 하나 움직인다고 변할 것 같으냐? 상대가 감정노동을 하게 하면 너는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화를 내며 불쾌함을 뿜어내라. 두렵지 않니? 그럴 필요 없다. 예술가? 웃기는 소리. 남들보다 튀어서는 안 된다. 대충 해라. 매뉴얼대로 해라. 인생 피곤하게 살지 마라. 이 모든 말들이 내 안에 있는 도마뱀 뇌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다. 도마뱀 뇌를 어쩌면 좋을까? 그저 평온하게 바라보다 처음 마음먹은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세스 고딘이 말한 '작업 - 예술 - 예술가'를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변화를 저지하는 저항을 이겨내고, 나는 변해야 한다. 내 일이 작업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가정과 일터에서 하는 행동들이 작업이었다.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는 모든 것들이 작업이고,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모든 순간 예술을 할 수 있다. 일터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이것을 끄집어내어 아웃풋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하겠지? 귀찮겠지? 사람들이 호응하지 않겠지? 도마뱀 뇌가 쏟아내는 저항을 이겨내고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게 해낸다면, 결국 나는 '린치핀'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내 일(고딘이 말하는 작업)에 대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목표를 위해 집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내고,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

이 책의 표지는 인상적이다. 슈퍼맨과 같은 근육질의 몸이 가슴팍을 쥐어뜯는 그림이다. 사람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외치고 싶은 세스 고딘의 간절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선천적 천재성을 주장하는 고딘이 마음에 든다. 나 또한 한때는 천재였을 테니까 말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글이라서 더욱 와 닿는다. 어느 자리에서 어떠한 일을 하든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예술가 임을 깨닫게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이 하찮다고 느껴지는 사람들,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는다면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읽기 전과 후의 삶에 대한 열정이 180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린치핀으로 변화될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