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쓰고 싶었을 까?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인 것 같다. 일기를 쓰면서 말이다.
다들 일기 쓰기 싫다며 아우성 되던 틈에서 나는 일기를 쓰고 나면 홀가분했다.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종종 글짓기로 상을 타 왔다. 그때부터 어렴풋이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은 없었고, 집안 분위기는 지극히 평범했다.
글을 쓰기 위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글쓰기를 잊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되었다.누구나 그렇듯이 사회 초년생은 참 힘들었다.
그만두고 싶다가도 두려움이 불쑥,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불안함이 불쑥 튀어나왔다.
갈팡질팡하면서도 책을 읽었다.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었고, 무언가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구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 어릴 적 꿈이 생각났다. 글을 쓰고 싶었지.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계속 품지 않아서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가 보다.
막연한 꿈일 때가 멋진 것 같다. 막상 글을 써볼까 하면 나의 수준이 드러났다.
마치 메마른 우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두려웠다.
그런데도 내 꿈을 아예 잊고 살 수 없었다. 글쓰기를 다룬 책들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고,
강원국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정도의 수준은 갖춰야겠다는 큰 벽이 생겼다.
그러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만났다.
스티븐 킹이 누군지 몰랐다. 책을 읽다 글쓰기와 관련해서 소개되어 알게 되었다. 호러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여러 권의 글쓰기 책을 읽었던 터라 별 기대는 없었다. 그냥 나는 확실히 글쓰기를 포기해야겠다는
확답이 필요해서 읽은 책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자기 계발의 내용처럼 아니면 에세이처럼 풀어내던 그동안의 글쓰기 책을 비웃는 스티븐 호킹!
그는 소설가답게 소설처럼 글쓰기 비법을 풀어냈다.
책의 구성부터 새롭다.
처음 시작을 자신의 성장기로 풀어내다니! 어릴 적 작가의 삶은 어땠을까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스티븐의 어릴 적은 불우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형과 스티븐, 그리고 어머니.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자주 아팠다. 결국 한 학년이 늦어지게 되었다. 덤덤하고 경쾌하게 써 내려간
스티븐의 학창 시절은 씁쓸하다. 어쩌면 이러한 삶이 스티븐을 작가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깔끔하고, 풍족하고, 번듯한 가정환경이었다면, 촘촘한 스케줄 덕에 시답잖은 소설을 읽을 시간도,
공상을 할 시간조차 없었을 테니까.
이곳저곳 이사를 다니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맡겨지면서 사람에 대한 예민함을 갖게 되고,
여기저기 아프고 입원까지 하면서 고통의 느낌을 정확히 알게 된다. 그러는 동안 만화책을 읽고, 소설책을 읽으며 글쓰기를 위한 기본기를 갖추게 된다. 읽었던 책을 모방해서 글을 쓰고 어머니에게 인정받게 되면서
스티븐의 글쓰기는 시작된다. 학교 선생님들을 비방하는 글을 써서 아이들에게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만 교칙 위반으로 벌을 받기도 했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왔다.
대학을 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세탁소에서 빨래를 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스티븐은 일을 하는
틈틈이 글을 써왔다. 글을 쓰는 것이 잠시나마 정신적인 안식처가 되어준 것 같다.
꾸준히 써오던 소설은 결국 빛을 보게 된다. 아내의 조언으로 완성된 소설 <캐리>가 책으로 출간 되면서 번듯한 소설 작가 스티븐 킹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스티븐이 자신의 성장기부터 작가 입문까지를 공개한 것은 무슨 의도일까? 아마도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도 글을 써왔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이 스티븐의 위인전은 아니다. 성장기를 지나면 엄연히 작가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거침없는 표현으로 적절한 상황을 던져주면서 글을 쓸 때 기억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고상한 척 글 쓰지 말고, 처음 생각했던 낱말을 글로 써야 한다.
수동태는 한사코 피해야 한다.
부사도 피해야 한다.
문단을 잘 이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날마다 쓰지 않으면, 글은 생기를 잃는다.
자기만의 장소를 만들고, 그곳에서 써야 한다.
하루 목표량을 정해 놓으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소설이지만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야 한다. 진실을 말하라는 것이다.
소설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화석을 캐내는 것과 같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설명하기보다 대화로 드러나게 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눈여겨봐야 한다.
사람 이야기를 써야 한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솔직하게 전해주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신이 썼던 소설의 초고를 공개하고, 직접 수정했던 과정을 담아 놓아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애쓴 마음이 전해진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글을 쓰려는 실천을 위해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 가를 생각해 보았다.
글을 쓸수 있는 고정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매일매일 쓰려는 의도적인 연습으로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써 놓은 글을 몇 차례 수정해야 하고, 나 스스로 완성되었다고 느꼈을 때 나의 글을 공개할 독자가 있어야 한다. 피드백을 받으면서 글쓰기가 나아지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 이러한 마음을 다지기 위해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은 참 많다. 글쓰기로 자신을 드러내는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글쓰기는 꼭 필요해졌다. 글쓰기 비법을 문제집 요약정리처럼 알려주던 책과는 다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 준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글쓰기 비법을 전수받았다. 시궁창 같은 삶 속을 살아내면서도 쉼 없이 글을 써왔다는 사실에 도전받게 되었다. 꾸준히라는 뜻을 알고 있다. 글을 읽은 직후라서 느끼는 순간의 감정으로 하는 다짐이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써나가면서 나만을 위한 책 한 권이라도 완성 해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한 책이다. 지금 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유혹에 보기 좋게, 기분 좋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