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보안부대 옛터
아침이나 낮이 되면 의외로 조용했어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때가 5월이니까 굉장히 햇빛이 좋잖아요. 낮에는 마당에 나가서 대나무 의자에서 한가롭게 누워서 놀았어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으니까요.(56번째 이야기)
유동 삼거리는 바로 시내 인근이어서 진압군들이 경계근무를 섰어요. 집 앞이랑 골목에 진압군으로 온 공수부대원들이 경계근무를 섰는데, 그 사람들한테서 술 냄새가 어마어마하게 났어요. 사람이 잠을 며칠 못 자면 눈이 풀리잖아요. 꼭 그런 상태였어요. 술에 취해서 빨갛게 된 얼굴에 초점이 흐려진 눈과 마주쳤을 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보다 그때가 더 무서웠어요(14번째 이야기)
엄마가 솜이불을 문을 다 가렸어요. 우리 엄마 세대는 6.25를 겪은 세대니까 그렇게 솜이불로 문을 막으면 총알이 못 뚫는다는 걸 아셨어요. 밤에 이불속에서 엄마는 우리들에게 전쟁 때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지금이 6.25 때보다 총소리가 더 심하다고 하셨어요. (56번째 이야기)
제일 무서웠던 기억은 우리 집 바로 옆에 골목이 있었는데 그 골목이 막다른 골목이었어요. 밖에서 보면 그렇게 안 보이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길이 딱 끝나는 그런 골목이요. 밤에 도망치던 사람들이 거기가 뚫린 골목인 줄 알고 그 길로 들어가곤 했어요. (56번째 이야기)
어? 군인은 원래 우리 편인데? 좋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군인들이 무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P.68)
특별히 내가 어린이들에게 주목한 이유는 그들은 현장에 있었지만 누구도 도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들의 증언 속에는 당시 시민들의 용기와 희생 같은 숭고한 꽃들뿐만 아니라 혼란, 불안, 공포, 분노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까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서문-이 작업은 기록이 아닌, 기억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