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날이다. 이날을 2년을 기다렸다. 11월 27일. 누군가의 생일 일지도 누군가의 기념일 일지도 누군가에게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날 일지 모르는 이 애매한 날짜는 바로 공인중개사 합격자 발표일이다.
그렇다. 나는 올해 제35회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10월 26일, 10월의 4번째 토요일이었다. 시험을 보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시험이 끝나고 한 달 남짓의 시간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 시험을 '어른들의 수능'이라 부르고, 다른 누구는 '그거 그냥 조금만 공부하면 붙는 시험'이라 한다. 어른들의 수능이라는 말은 꽤 일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시험을 쉽게 보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공부해보고, 시험을 보고 나서 다시 얘기해 보자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나라는 사람은 여러 번의 흔해빠진 우연도 '이건 운명이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국이 시험도 보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마침 할 일도 마땅히 없었고, 마침 언니가 이 시험을 봐서 붙었고, 마침 주변에 세무사 공부를 하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외로웠던 걸까? 내가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비치자 아주 적극적으로 공부를 권유했다. 세무사, 회계사 그 밖의 다른 많은 사짜들이 되기 위한 시험은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니도 붙었는데 나라고 못할쏘냐? 하는 심정으로 나는 덜컥 공인중개사 시험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평소에는 지지부 진한면이 있는 나란 사람은 왜 또 이런 때는 불꽃같은 실행력을 뽐내는 걸까. 어쨌든 공부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했고 그 돈이 나에게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8년간 외국인 노동자의 피부양자였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내가 왜 이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 공부를 함으로써 우리에게 어떤 이점이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남편은 그동안 본인 뒷바라지와 육아에 열중할 수밖에 없던 나의 사정이 딱했는지 혹은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그러라고 했다.
작년, 그러니까 2023년에 나는 제34회 공인중개사 동차를 도전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브런치를 이제 막 시작한 햇병아리였던 나는 방대한 공부량과 이게 정말 한국말이 맞나 싶은 법률용어 허덕였다. 일주일에 화요일 목요일 2번 글을 발행하기로 했던 계획은 주 1회로 수정되었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마저도 할 수가 없었다.
1년만 고생하면 다시 글도 쓰고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리라는 희망회로를 돌렸는데 이 거지 같은 공부를 1년을 더 해야 한다는 걸 아는 순간은 정말.. 한숨도 나오지가 않았다. 다른 동기 작가님들의 출간 소식은 물론 50편, 100편, 심지어 200편 이상의 글을 쓰신 작가님들의 모습을 조용히 숨죽여 단톡방에서 눈팅하던 나의 슬픔을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래도 감사하다. 그냥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싶다. 2년의 고되고 힘들었던 시간이 나에게 글감을 주었으니. 누군가에게는 도전해 볼까? 싶은 시험. 누군가에게는 '그 자격증 우리 옆집 엄마도 있던데' 일지도 모르는 이 시험에 대한 이야기. 늦은 나이에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법 공부를 (물론 부동산에만 관련된 미약한 수준의) 하게 된 흔하고 흔한 40대 여성의 이야기로 잘 풀어내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험 때문에 그냥 흘려보낸 내 2년이 너무 허무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