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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Jul 20. 2024

배웅

이만하면 되었습니다. 잘 가요.
고단한 하루가 눕습니다.
낮 동안 이리도 많은 걸 품었던가 싶을 정도로
온갖 빛을 내놓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소연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새벽형 인간이 아니라서
해 마중을 하려면 밤을 꼴딱 새워야 합니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바깥의 차소리도 잠들고
밤샘 동무인 불빛 몇 개와 버티다가 만난 해는
늘 잠이 덜 깬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에 취해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역시 해는 배웅할 때 멋집니다.
제가 모르는 세상 이야기도 늘어놓고
한껏 신이 나서 얼굴을 붉히다가
아쉬운 채로 헤어지니까요.
눈을 스르르 감아 어둠을 풀어놓고는
우리도 고단한 하루를 내려놓을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문득 시간을 내달아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제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에 얹어져
상처를 아물게 하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헤어짐이 아쉬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라고요.
아무래도 해는 아름다움을 꿈꾸게 하는 힘을 가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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